허실(虛實)편의 마지막 가르침은 병법서치고 낯설다. 손자는 갑자기 물 이야기를 꺼낸다.
물은 정해진 모양이 없다. 그릇에 담기면 그릇의 모양이 되고, 땅이 기울면 그 방향으로 흐른다. 아무도 물에게 “너의 형태는 무엇이냐”고 묻지 않는다. 물은 매번 다르기 때문이다.
손자는 이기는 군대도 이와 같아야 한다고 했다.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듯
夫兵形象水,水之形,避高而趨下,兵之形,避實而擊虛 무릇 군대의 형태는 물을 닮았다. 물의 성질은 높은 곳을 피해 낮은 곳으로 흐르고, 군대의 형태는 견고한 곳을 피해 빈 곳을 친다. — 손자병법 허실(虛實)편, 직접 번역
물은 힘으로 산을 뚫지 않는다. 낮은 길을 찾아 돌아간다. 군대도 마찬가지다. 상대의 강한 곳과 부딪힐 필요가 없다. 빈 곳을 찾으면 된다.
지형이 물의 길을 정한다
물은 스스로 길을 정하지 않는다. 땅의 생김새가 물의 길을 정한다.
水因地而制流,兵因敵而制勝 물은 땅에 따라 흐름을 정하고, 군대는 적에 따라 승리를 만든다.
같은 원리다. 군대의 전략은 미리 정해 놓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보고 그때그때 만드는 것이다. 지형을 무시한 물길이 없듯, 상대를 무시한 전략도 없다.
고정된 형세는 없다
이 편의 결론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故兵無常勢,水無常形 그러므로 군대에는 고정된 형세가 없고, 물에는 고정된 형태가 없다.
작년에 통했던 방법이 올해도 통한다는 보장은 없다. 지형(상황)이 달라졌는데 물길(방법)만 그대로면, 물은 흐르지 못하고 고인다.
변화를 알아채는 자를 신묘하다 부른다
손자는 이 능력에 특별한 이름을 붙였다. 바로 신(神), 신묘함이다.
적의 변화를 알아채고 그에 맞춰 나도 변화하는 자. 그런 자만이 매번 다른 방식으로 이긴다.
원칙은 하나(이긴다)지만, 방법은 매번 다르다. 그 차이를 아는 것이 신묘함이다.
오늘, 무엇을 그대로 쓰고 있는가
지난번에 통했던 방법을 이번에도 그대로 쓰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자.
상황이 바뀌었는데 방식만 그대로라면, 그건 원칙을 지키는 게 아니라 관성에 머무는 것이다. 목표는 그대로 두고, 물처럼 방법만 새로 흘려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