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부터 이 시리즈의 3부다. 앞의 두 부와 달리 이제부터는 실제로 있었던 일이 재료인데, 잉글랜드의 왕들이 백 년 가까이 왕관 하나를 두고 서로를 죽인다.
시작은 1399년의 리처드 2세다. 그는 열 살에 왕이 되어 스물두 해 동안 그 자리에 있었다. 왕이 되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할아버지 에드워드 3세의 맏아들이 그의 아버지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자리에서 그가 한 일이었다.
결투로 가려질 뻔한 일
어느 날 두 귀족이 왕 앞에서 서로를 고발했다. 한 사람은 왕의 사촌인 헨리 볼링브룩이었다. 다른 한 사람은 토머스 모브레이였다.
볼링브룩은 모브레이가 왕의 삼촌인 글로스터 공작을 죽였다고 말했다. 나랏돈을 빼돌렸다는 고발도 함께 했다. 모브레이는 전부 거짓이라고 맞섰다. 말로는 끝나지 않아 결투 재판 날짜가 잡혔다.
정한 날에 두 사람이 창을 들고 마주 섰다. 그런데 신호가 떨어지기 직전에 왕이 결투를 멈춘다. 그리고 둘 다 나라 밖으로 내보낸다고 선언했다. 볼링브룩은 십 년, 모브레이는 평생이었다.
왕은 곧 볼링브룩의 십 년을 육 년으로 줄여 준다. 사촌의 아버지인 존 오브 곤트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곤트는 왕의 삼촌이자 그때 가장 힘센 귀족이었다. 그는 아들을 다시 보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여기서 극이 판정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글로스터를 죽이라고 시킨 사람이 실은 왕이라는 말이 계속 나온다. 그러나 그것을 확인해 주는 장면은 끝까지 나오지 않는다.
죽는 사람의 말
곤트가 병들어 눕는다. 왕은 그가 죽기 전에 할 말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간다. 곤트는 잉글랜드가 어떤 땅이었는지를 길게 말한다. 그러고는 이제 당신은 왕이 아니라 그 땅을 세놓은 집주인이라고 했다.
왕은 화를 냈고 곤트는 곧 숨을 거둔다. 그다음에 왕이 한 일이 이 극의 방아쇠다. 그는 곤트의 재산을 전부 거두어들였다. 아일랜드에서 일어난 반란을 누르러 갈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 재산은 추방된 볼링브룩이 물려받을 것이었는데, 아들이 아버지의 것을 받는 일을 왕이 중간에서 끊은 셈이다.
세습을 끊은 왕
왕의 또 다른 삼촌 요크 공작이 그 자리에 있었다. 그는 여태 왕의 편에서 참아 온 사람이다. 그런데 이 일에는 참지 않고 말한다.
“Be not thyself; for how art thou a king But by fair sequence and succession?” 그러면 당신은 당신이 아니게 됩니다 순서와 세습이 아니면 무엇으로 왕이 되셨습니까 (2막 1장)
이 한마디가 3부 전체를 여는 문장이다. 리처드가 왕인 근거와 볼링브룩이 재산을 받을 근거가 같기 때문이다. 앞의 것을 지키려면 뒤의 것도 지켜야 한다. 하나를 끊으면 다른 하나도 함께 끊긴다.
왕은 요크의 말을 흘려듣는다. 그리고 아일랜드로 떠나면서 그에게 나라를 맡긴다.
여섯 해를 채우지 않고
왕이 바다를 건너자마자 볼링브룩이 잉글랜드에 상륙한다. 추방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다. 노섬벌랜드를 비롯한 귀족들이 곧바로 그에게 붙었다. 왕이 나라를 비운 사이에 군대 하나가 만들어졌다.
요크가 그를 막으러 나간다. 그는 추방당한 몸으로 왜 돌아왔느냐고 물었다. 볼링브룩의 대답은 간단했다. 추방될 때는 헤리퍼드였고 돌아온 것은 랭커스터라고 했다.
이 말은 아버지의 자리를 받으러 왔다는 뜻이다. 왕관을 달라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요크는 그 말이 이치에 맞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막지도 편들지도 못한 채 물러선다.
이름과 힘이 갈라지다
볼링브룩의 군대가 커지는 동안 왕의 군대는 흩어졌다. 왕을 기다리던 병사들은 왕이 죽었다는 소문을 듣고 집으로 돌아갔다. 왕이 아일랜드에서 건너왔을 때 남은 것이 거의 없었다.
볼링브룩은 왕의 측근 둘을 붙잡아 처형했다. 그러면서도 자기는 왕에게 무릎을 꿇는 사람이라고 계속 말한다. 아버지의 재산만 돌려받으면 된다고도 했다.
그러나 그의 손에는 군대가 있었다. 왕에게는 없었다. 누가 왕인지는 여전히 분명했지만, 누가 힘을 쥐었는지도 그만큼 분명했다.
오늘, 왕을 끌어내릴 수 있는가
이 편에는 나쁜 왕도 착한 반역자도 없다. 리처드는 남의 것을 가져갔고, 볼링브룩은 명령을 어기고 돌아왔다. 둘 다 자기 근거를 대고 있고 그 근거는 서로 맞물려 있다.
끌어내리는 쪽이 이기면 그 일은 정의라고 불린다. 지면 반역이라고 불린다. 이 극이 무서운 것은 같은 행동에 두 이름이 다 붙는다는 점이다.
셰익스피어가 살던 때에도 이 질문은 위험했다. 왕을 끌어내리는 장면은 이 극의 첫 인쇄본에서 통째로 빠져 있었다. 무대에서는 하면서도 종이에는 남기지 못한 것이다.
다음 편에서 리처드는 그 장면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왕관을 자기 손으로 내려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