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를 되찾은 일행은 다시 서쪽으로 걸어 한 달쯤 지나 큰 마을에 이르렀는데, 사람들이 그들을 보고 반가워하지 않았다.
사위를 내보내 달라는 부탁
마을에서 제일 큰 집이 고씨네였다. 주인 노인이 두 사람을 안으로 들이더니 대뜸 물었다.
“스님들, 혹시 요괴를 잡을 줄 아시오.” 오공이 눈을 반짝였다. “그것이 제 일입니다.”
노인이 한숨을 쉬었다. “삼 년 전에 데릴사위를 하나 들였소. 처음에는 멀쩡한 젊은이였소.”
그는 밭 세 마지기를 혼자 갈았다. 가을에는 곳간이 넘쳤고 힘든 일은 남에게 넘기지 않았다.
“일은 참 잘했소.” 노인의 말에 불평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얼굴이 변합디다.”
코가 길어지고 귀가 커지자 사람들이 무서워 문을 닫았다. 노인은 딸을 뒷채에 가두어 버렸다.
“우리 취란이가 반년째 저기 있소. 저 사람을 좀 내보내 주시오.” 오공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부 방에 앉은 사람
밤이 되자 오공이 뒷채로 갔다. 딸을 밖으로 내보내고 문을 닫은 뒤, 딸의 모습으로 변해 앉아 있었다.
바람이 크게 불더니 문이 열리고 검은 그림자가 들어와 앉았다. “오늘은 왜 문을 잠갔소.”
오공이 목소리를 꾸며 말했다. “아버지가 스님들을 불렀답니다. 요괴를 잡는 사람이라 하더군요.”
그림자가 웃었다. “어떤 놈인지 이름은 들었소. 손오공이라는 자만 아니면 됩니다.”
오공이 얼굴을 원래대로 돌렸다. “내가 그 손오공이다.” 그림자가 문을 부수고 달아났다.
일은 잘했다는 말
오공이 뒤를 쫓아 산까지 갔다. 동굴 앞에서 둘이 맞붙었는데, 쇠스랑을 든 상대는 만만치 않았다.
싸움 중에 그가 소리쳤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느냐. 나는 그 집에서 삼 년을 일했다.”
오공이 몽둥이를 멈추지 않았다. “네가 사람을 가두었다.” “가둔 것은 그 집 아버지다.”
그 말에 오공이 잠깐 멈췄다. 상대가 다시 말했다. “나는 밭을 갈고 곡식을 들였다. 내가 달라진 것은 얼굴뿐이다.”
오공이 물었다. “그 얼굴은 어디서 왔느냐.”
이름을 셋 가진 사람
그는 원래 하늘의 장수로 물 군대를 이끄는 천봉원수였다. 잔치에서 술에 취해 큰 잘못을 저질렀다.
하늘에서 쫓겨나 아래로 떨어졌다. 떨어지는 길에 태를 잘못 들어 돼지의 몸으로 태어난 것이다.
“몇 해 전에 관음보살을 만났다. 법명을 오능이라 주시고, 경 가지러 가는 사람을 기다리라 하셨다.”
오공이 몽둥이를 내렸다. “그 사람이 지금 저 아래 있다.” 둘은 함께 고씨 집으로 내려갔다.
그는 삼장 앞에 무릎을 꿇었다. 삼장이 이름을 하나 더 지어 주었으니, 여덟 가지를 금하라는 뜻의 팔계였다.
먹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에게 가장 어려운 이름이 붙은 셈인데, 팔계는 웃으며 그 이름을 받았다.
나무 위의 스님
떠나기 전에 팔계가 고 노인에게 인사했다. “장인어른, 제 처를 잘 돌봐 주십시오.” 노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며칠 뒤 산길에서 나무 위의 스님을 만났다. 그는 풀로 엮은 둥지에 살고 있었고, 삼장이 서쪽 길을 물었다.
스님은 길 대신 짧은 경 하나를 일러 주었다. “무서울 때 이것을 외우시오.” 쉰 자 남짓한 다심경이었다.
삼장은 그것을 한 번 듣고 외웠다. 그날부터 길에서 겁이 날 때마다 그 글을 읊는다. 오공은 그 스님이 누구인지 알아보았지만 말하지 않았다.
오늘, 일과 사람을 따로 보는 자리
고 노인은 사위를 나쁘게 말하지 않았다. 밭을 갈았고 곡식을 들였고 힘든 일을 맡았다. 그것을 다 인정하면서도 내보내 달라고 했다.
문제는 그가 한 일이 아니라 그가 무엇인가가 문제였다. 그리고 그것은 그가 고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 일터에도 이 자리가 있다. 숫자로는 아무도 그를 이기지 못하는데, 같이 앉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없다.
그럴 때 우리는 성과와 사람을 나누어 말한다. 나누어 말하면 판단이 쉬워지지만, 나뉘는 쪽은 늘 사람이다.
팔계는 그 집에서 나와 길에 올랐다. 그는 십사 년 동안 가장 무거운 짐을 지고, 넷 중에 가장 사람 같은 소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