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야화

두 정령의 내기

운명 2, 카마르 알자만과 부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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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단이라는 섬나라에 카마르 알자만이라는 왕자가 있었다. 왕은 아들에게 여러 번 혼인 이야기를 꺼냈다. 왕자는 그때마다 그럴 뜻이 없다고 답했다.

왕은 물러서지 않았고 왕자도 물러서지 않았다. 같은 말이 몇 해 동안 오간 끝에 왕은 아들을 낡은 탑에 가두었다. 마음을 바꿀 때까지 거기 있으라고 했다.

같은 무렵 아주 먼 나라에도 같은 일이 있었다. 부두르라는 공주가 혼인하지 않겠다고 해서 방에 갇혀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몰랐고 서로의 나라 이름도 몰랐다.

우물에서 나온 정령

그 탑의 마당에는 오래된 우물이 하나 있었다. 우물 안에는 마이무나라는 정령이 살고 있었다. 밤에 밖으로 나온 마이무나가 잠든 왕자를 보았다. 이렇게 생긴 사람은 처음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하늘로 올라간 마이무나는 다흐나시라는 정령을 만났다. 다흐나시는 아주 먼 나라에서 막 날아온 참이었다. 거기서 본 공주만큼 아름다운 사람은 없다고 그가 말했다. 마이무나는 자기가 방금 본 사람 이야기를 꺼냈다.

둘은 그 자리에서 다투기 시작했다. 말로는 끝이 나지 않자 한 가지 방법을 정했다. 다흐나시가 그 공주를 데려와 왕자 옆에 눕히기로 한 것이다.

잠든 사람 둘을 나란히 놓고

그날 밤 부두르는 자기 방에서 잠든 채로 옮겨졌다. 두 사람은 같은 자리에 나란히 눕혀졌다. 정령 둘은 오래 들여다보았지만 그래도 결판이 나지 않았다. 지나가던 다른 정령 하나가 방법을 냈다.

한 사람씩 깨워 보자는 것이었다. 상대를 보고 더 흔들리는 쪽이 덜 아름다운 쪽이라고 했다. 두 정령은 그 말대로 하기로 했다.

먼저 카마르 알자만이 깨어났다. 옆에 누운 사람을 보고 그는 그 자리에서 마음을 빼앗겼다. 아무리 흔들어도 그녀는 깨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손에서 반지를 빼어 자기 손에 끼웠다.

다음에는 부두르가 깨어났다. 그녀도 옆에 누운 사람을 보고 같은 일을 겪었다. 그녀 역시 그를 깨우지 못했다. 그녀는 그의 손에서 반지를 빼어 자기 손에 끼웠다.

두 정령은 끝내 결판을 내지 못했다. 그들은 부두르를 자기 나라로 도로 데려다 놓고 흩어졌다. 사람 둘의 하룻밤을 무엇에 쓸지는 그들의 관심이 아니었다.

반지만 남았다

아침에 두 사람은 각자 자기 자리에서 깨어났다. 간밤에 본 사람이 어디로 갔는지 물었지만 아무도 답하지 못했다. 왕자는 옆에 사람이 있었다고 했고 사람들은 꿈이라고 했다. 공주도 같은 말을 했고 같은 답을 들었다.

두 나라에서 같은 일이 벌어졌다. 두 사람 다 밥을 물리고 방에서 나오지 않았고, 사람들은 두 사람이 병이 났거나 정신을 놓았다고 여겼다. 공주의 아버지는 그녀를 고치겠다는 사람을 여럿 불러들였다.

두 사람에게 남은 것은 손가락에 낀 반지 하나뿐이었다. 그것 하나 때문에 그들은 꿈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반지가 어디서 왔는지 물어 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찾아 나선 사람

부두르에게는 마르자완이라는 젖형제가 있었다. 그는 공주의 말을 그대로 믿은 한 사람이었다. 그녀가 본 사람이 어딘가에 있다면 찾으면 된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그 길로 나라를 떠났다.

여러 달을 돌아다닌 끝에 그는 칼리단에 닿았다. 거기서 탑에 갇힌 왕자 이야기를 들었다. 왕자의 손에 낀 반지를 보고 그는 자기가 옳았다는 것을 알았다.

마르자완은 왕자를 데리고 부두르의 나라로 향한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난 자리에서 이야기는 오래 끌지 않는다. 두 나라의 왕이 혼인을 허락했다. 갇혀 있던 두 사람이 그렇게 밖으로 나왔다.

오늘, 남이 만들어 준 마음

이 편에서 두 사람이 서로를 알게 된 것은 그들이 한 일이 아니다. 그 밤에 깨어 있던 것은 정령들이었다. 누구를 볼지도 언제 깰지도 그 둘이 정했다. 사람 둘은 자는 동안 자기 인생의 한 자리를 지나갔다.

그래도 그다음의 일은 두 사람이 했다. 아무도 믿어 주지 않는 자리에서 그들은 자기가 본 것을 놓지 않았다. 마르자완이 길을 나선 것도 공주가 계속 말했기 때문이다. 시작을 남이 만들었다고 해서 그다음까지 남의 것이 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 편에는 그보다 앞선 일이 하나 더 있다. 두 아버지가 자식을 가둔 자리다. 혼인하지 않겠다고 한 아들과 딸이 각각 탑과 방에 갇혔다. 정령들이 온 것은 그렇게 두 사람이 혼자 잠들어 있을 때였다.

가둔 사람들은 마지막에 혼인을 허락하고 기뻐한다. 가둔 일을 두고 미안하다고 말하는 대목은 나오지 않는다. 그 자리는 이야기가 비워 둔 채로 끝난다.

다음 편에는 시장에서 값이 매겨진 사람이 나온다. 그 사람은 자기를 살 사람을 자기가 고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