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원수의 무도회

두 집안 1, 처음 본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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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베로나에 몬터규와 캐퓰릿이라는 두 집안이 있었다. 둘은 아주 오래 싸워 온 사이였다. 왜 싸우기 시작했는지는 극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이유는 사라지고 싸움만 남아 있었다. 하인들끼리도 거리에서 마주치면 칼을 뽑았고, 그러면 어른들이 달려 나와 판이 커졌다. 영주는 다음에 또 거리를 어지럽히면 목숨으로 갚게 하겠다고 못 박았다. 이 극은 그 경고로 시작한다.

몬터규의 아들 로미오는 그 싸움에 관심이 없었다. 그는 다른 일로 앓고 있었다.

앓고 있던 사람

로미오가 마음을 두고 있던 사람은 로절라인이었지만, 그 여인은 결혼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사람이라 그의 마음을 받아 줄 생각이 없었다.

로미오는 밤에 혼자 다니고 낮에는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 사촌 벤볼리오가 그를 걱정해 밖으로 끌어내려 했다. 친구 머큐쇼는 그 우울을 대놓고 놀렸다. 사랑 때문에 무거우면 사랑을 밟고 뛰어오르라는 식이었다.

벤볼리오가 낸 처방은 간단했다. 다른 여자들을 많이 보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지금 그 얼굴이 대단해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로미오는 그럴 리 없다고 했다.

글을 읽지 못한 하인

그때 캐퓰릿 집의 하인 하나가 길에서 두 사람을 붙잡았다. 잔치 초대장을 돌리라는 심부름을 받았는데 그는 글을 읽을 줄 몰랐다. 그래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명단을 읽어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로미오가 명단을 읽어 주었다. 그 안에 로절라인의 이름이 있었다. 하인은 고맙다며, 몬터규 집안 사람만 아니면 와서 술 한잔하라고 했다. 그는 자기가 지금 누구에게 명단을 읽어 달라고 했는지 몰랐다.

벤볼리오는 이때다 싶었다. 그 잔치에 가서 로절라인과 다른 여자들을 나란히 놓고 보자고 했다. 로미오는 로절라인을 보러 가는 것이라며 따라나섰다.

가면을 쓰고 들어간 집

그날 밤 로미오 일행은 가면을 쓰고 캐퓰릿의 집에 들어갔는데, 얼굴을 가리는 잔치였기 때문에 아무도 그들을 막지 않았다.

집주인 캐퓰릿은 손님을 맞으며 기분이 좋았다. 그의 딸 줄리엣은 열세 살이었고, 그 무렵 패리스라는 귀족과 혼담이 오가고 있었다. 어머니는 딸에게 오늘 밤 그 사람을 잘 보라고 일러 두었다. 줄리엣은 보기는 하겠다고만 답했다.

처음 본 얼굴

로미오는 로절라인을 찾다가 다른 사람을 보았다. 누구냐고 하인에게 물었지만 하인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지금까지의 마음을 스스로 취소한다. 이 밤 전까지 자기가 사랑을 알았느냐고 그는 묻는다.

그 목소리를 알아들은 사람이 하나 있었다. 줄리엣의 사촌 티볼트였다. 그는 몬터규 집안 사람이 이 집에 들어왔다며 칼을 가지러 갔다.

캐퓰릿이 그를 막았다. 베로나에서 저 젊은이의 평판이 나쁘지 않고, 오늘은 자기 집 잔치라는 것이었다. 티볼트는 물러섰지만 그대로 두지 않겠다고 혼잣말을 한다. 이 밤에 참은 것이 뒤에 어떻게 돌아오는지는 몇 편 뒤에 드러난다.

손과 손으로 한 대화

로미오는 줄리엣에게 다가가 손을 잡는다. 자기 손이 거칠어 그 손을 더럽혔다면 입술로 씻겠다고 그는 말한다. 줄리엣은 순례자와 성상의 손이 만나는 것이 원래 인사라며 받아친다. 두 사람은 손과 입술과 기도를 두고 말을 주고받는다.

이 대화에는 숨은 형식이 하나 있다. 두 사람이 나눠 말한 열네 줄이 정확히 소네트 한 편을 이룬다. 시가 끝나는 자리에서 입맞춤이 오고, 두 사람은 곧 유모에게 불려 헤어진다.

이름을 알게 되는 순간

유모는 줄리엣에게 어머니가 찾는다고 전한다. 로미오는 그제야 저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 이 집 딸이라는 답을 듣고 그는 자기 목숨이 원수의 손에 있다고 말한다.

줄리엣도 유모에게 그 젊은이가 누구인지 물었고, 몬터규 집안의 외아들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My only love sprung from my only hate! Too early seen unknown, and known too late!” 하나뿐인 사랑이 하나뿐인 미움에서 왔구나. 모를 때 너무 일찍 보고, 알고 나니 너무 늦었구나. (1막 5장)

두 사람은 얼굴을 먼저 보고 이름을 나중에 알았는데, 이 순서가 이 극의 처음이자 마지막 조건이다.

오늘, 첫눈에 반한다는 것

로미오는 그날 낮까지 다른 사람 때문에 앓고 있었다. 그것을 두고 그의 마음이 가볍다고 말할 수도 있다. 반대로 사랑이 시작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이 극은 둘 중 하나를 고르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보여 준다. 두 사람에게는 서로의 이름을 모르는 짧은 시간이 있었다. 그 시간 동안에는 집안도 원한도 없었고, 얼굴과 말만 있었다.

어른들이 물려준 것은 싸울 이유가 아니라 싸워야 할 편이었다. 이유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편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다. 그래서 이 이야기의 다음 편은 이름을 버릴 수 있느냐는 물음에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