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숲으로 도망친 네 사람

숲 1, 아테네를 벗어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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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의 공작 테세우스는 나흘 뒤에 히폴리타와 결혼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그는 그 나흘이 너무 느리게 간다고 투덜거렸다. 그때 이지어스라는 노인이 젊은이 둘과 딸 하나를 데리고 궁으로 들어왔다.

노인의 딸은 헤르미아였고, 젊은이는 라이샌더와 디미트리어스였다. 이지어스는 딸을 디미트리어스와 결혼시키기로 이미 정해 두었다. 그런데 헤르미아가 라이샌더를 사랑한다며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았다. 노인은 공작 앞에서 아테네의 오래된 법을 꺼냈다.

그 법에 따르면 아버지가 정한 사람과 딸이 결혼하지 않을 경우 아버지는 딸을 죽일 수도 있었다. 말이 되지 않는 법처럼 들리지만 이지어스는 그것을 진심으로 요구했다. 그는 화가 나서 아무 말이나 한 것이 아니라, 자기가 옳은 일을 한다고 믿고 있었다.

아버지의 눈으로 보라

테세우스는 헤르미아에게 아버지를 신처럼 여기라고 말했다. 너의 아름다움을 만들어 준 사람이 그이니 그가 지우겠다면 지워질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헤르미아는 물러서지 않고 한 문장을 말했다.

“I would my father look’d but with my eyes.” 아버지가 제 눈으로만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1막 1장)

공작의 대답은 그 문장을 그대로 뒤집은 것이었다. 네 눈이 아버지의 판단으로 보아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같은 말을 순서만 바꿔 놓았을 뿐인데 힘은 전부 그쪽에 있었다.

테세우스는 사흘의 말미를 주면서 세 갈래를 늘어놓았다. 아버지가 고른 사람과 결혼하든지, 법대로 죽든지, 평생 수녀로 살든지였다. 그러고는 자기 결혼식을 준비하러 나가 버렸다. 남은 사람들 사이에서 세 갈래는 어느 쪽도 살 만해 보이지 않았다.

밤에 도시를 나가기로 한다

둘만 남자 라이샌더가 계획을 꺼냈다. 아테네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그를 아들처럼 여기는 이모가 살고 있었다. 그 집에는 아테네의 법이 닿지 않으니 거기서 결혼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다음 날 밤 도시 밖 숲에서 만나기로 했다. 헤르미아는 화살과 활을 걸고, 사람들이 맹세할 때 부르는 것들을 죄다 걸고 약속했다. 숲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아버지도 공작도 손을 뻗을 수 없다고 그들은 믿었다.

그때 헬레나가 들어왔다. 헤르미아의 오랜 친구였고, 디미트리어스를 사랑하지만 눈길 한 번 못 받는 사람이었다. 두 사람은 도망 계획을 헬레나에게 그대로 털어놓았다. 비밀을 나누는 것이 우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헬레나가 한 일

혼자 남은 헬레나는 이상한 계산을 했다. 헤르미아가 사라지면 디미트리어스의 눈이 자기에게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 아니었다. 그가 바란 것은 더 작았다. 계획을 알려 주면 그가 고맙다는 말 한마디는 해 주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헬레나는 디미트리어스를 찾아가 두 사람이 밤에 숲으로 달아난다고 말했다. 디미트리어스는 고맙다는 말 대신 곧장 숲으로 뛰어갔다. 헬레나는 그 뒤를 따라갔다.

그래서 그날 밤 같은 숲에 네 사람이 들어가게 되었다. 달아나는 둘과, 그들을 막으러 가는 하나와, 막으러 가는 사람을 따라가는 하나였다. 넷 다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 안다고 믿고 있었다.

숲에는 다른 법이 있다

숲은 도시가 아니었다. 아버지의 법도, 공작의 판결도, 사흘이라는 기한도 나무 사이에서는 힘을 잃었다. 아테네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어른들이 정해 놓은 규칙이었지만 숲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그날 밤 그 숲에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요정의 왕과 왕비가 크게 다투고 있었고, 그 다툼 때문에 계절까지 뒤엉켜 있었다. 왕에게는 무엇이든 시키는 대로 하는 장난꾸러기 하인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그 하인의 손에는 눈에 바르면 사랑에 빠지게 하는 즙이 들려 있었다.

네 사람은 그것을 전혀 모른 채, 누구를 사랑할지 자기가 정한다고 믿으며 숲으로 걸어 들어갔다.

오늘, 누구의 눈으로 볼 것인가

헤르미아가 아버지에게 한 부탁은 결혼을 허락해 달라는 것이 아니었다. 자기 눈으로 한 번만 봐 달라는 것이었다. 공작은 반대로 아버지의 눈으로 보라고 답했고, 그 대답에는 법이 붙어 있었다.

우리도 자주 그 사이에 선다. 내 눈으로 보면 분명한데 어른들의 눈으로 보면 위험해 보이는 일이 있다. 반대로 그때는 내 눈만 믿었는데 지나고 보니 어른 쪽이 맞았던 일도 있다. 이 이야기는 어느 쪽이 옳다고 말해 주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보여 준다. 설명하지 않고 결정만 내리는 사람에게는, 상대가 도망 말고 고를 것이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