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아

돛대에 묶어 다오

모험 7, 세이렌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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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도 오디세우스가 직접 들려준 모험담이다. 낯선 나라의 잔칫상에서, 이름을 밝힌 밤에 한 이야기다(8편). 저승에 다녀온 다음의 일이다(14편).

배는 마녀 키르케의 섬으로 한 번 더 돌아갔다(13편). 떠나기 전날 밤, 키르케가 그를 따로 불렀다. 앞으로 지날 곳을 하나하나 일러 주기 위해서였다.

“먼저 세이렌들을 지나게 된다. 그 목소리를 듣고 지나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섬 둘레에는 사람의 뼈가 쌓여 있다고 했다.

키르케가 일러 준 법

키르케는 사는 법도 함께 알려 주었다. 동료들의 귀는 밀랍으로 막을 것. 그러면 노래는 아예 들리지 않는다.

“너는 어떻게 하겠느냐.” 그가 듣고 싶어 한다는 것을 키르케는 알았다. “들으려거든 돛대에 묶여라. 풀어 달라 해도 풀지 못하게 하라.”

방법은 두 가지였던 셈이다. 하나는 듣지 않는 것, 하나는 듣되 못 움직이는 것. 오디세우스는 두 번째를 골랐다.

밀랍과 밧줄

바다가 갑자기 잔잔해졌다. 바람이 죽고 파도가 멎었으니, 노래가 잘 들리도록 누가 길을 닦아 놓은 것 같았다.

오디세우스는 밀랍 덩이를 잘라 손으로 주물렀다. 햇볕에 물러진 것을 동료들 귀에 하나하나 발라 넣고, 자기 귀만 열어 두었다.

그리고 동료들에게 자신을 돛대에 묶게 했다. “내가 풀어 달라 하거든 더 단단히 죄어라.” 사람들은 노를 잡고 젓기 시작했다.

그들이 부른 노래

세이렌들이 노래를 시작했다. 그런데 그 노래는 사랑 노래가 아니라, 오디세우스의 이름으로 시작하는 노래였다.

“이리 오시오, 그리스의 자랑이여. 우리는 트로이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압니다. 땅 위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압니다.”

미끼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앎이었다. 꾀로 살아온 사람에게 가장 잘 맞는 미끼였고, 알고 싶은 마음을 정확히 겨눈 것이다.

오디세우스는 눈짓으로 풀어 달라 애원했다. 몸을 뒤틀며 밧줄을 끊으려 했고, 동료 둘이 일어나 밧줄을 더 죄었다.

지나간 뒤

노랫소리가 멀어졌다. 배가 섬을 벗어난 것이고, 동료들은 밀랍을 빼고 그를 풀어 주었다.

그는 살아서 그 노래를 들은 첫 사람이 되었다. 듣고도 배를 돌리지 않은 첫 사람이었지만, 그것은 참아서 된 일이 아니다.

참기로 했다면 그는 그날 섬으로 갔을 것이다. 그가 한 일은 자기가 못 참을 것을 미리 안 것이고, 손발을 묶어 참지 않아도 되게 한 것이다.

오늘, 미리 묶어 두는 사람

우리는 대개 유혹 앞에서 의지를 믿는다. 그 순간이 오면 참으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오디세우스는 자기 의지를 믿지 않았다.

그는 노래가 시작되기 전에 준비를 끝냈다. 가장 강한 사람은 그 순간에 강한 사람이 아니라, 그 순간이 오기 전에 손을 써 두는 사람이다.

한 가지가 더 있다. 그는 듣기를 통째로 포기하지는 않았다. 막을 사람은 막고, 들을 사람은 묶여서 들었다.

세상에는 아예 안 듣는 편이 나은 것이 있다. 듣되 끌려가지 않게 해 두어야 할 것도 있으니, 둘을 가려내는 일이 이 장면이 남긴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