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우스가 떠난 지 여러 해가 지나자 구혼자들이 몰려들었다. 페넬로페에게 재혼을 재촉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녀는 바로 거절하지 않고 조건 하나를 걸었다.
“시아버지 라에르테스의 수의를 먼저 짜야 합니다. 돌아가시면 이 천으로 장례를 치를 것입니다. 다 짜면 그때 혼인을 결정하겠습니다.”
구혼자들의 재촉
시아버지의 장례 준비라는 명분이었다. 구혼자들도 그 도리를 대놓고 막을 수는 없었으니, 그렇게 베틀 앞에 앉는 나날이 시작되었다.
낮이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천을 짰다. 천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을 다들 지켜보았고, 언제쯤 끝날지 다들 궁금해했다.
밤에 켜는 등불
그런데 밤이 되면 페넬로페는 몰래 등불을 켰다. 그날 짠 만큼을 다시 올 한 올씩 풀었으니, 다음 날이면 또 처음부터 짜는 것처럼 보였다.
시녀 몇 사람만 이 비밀을 알고 있었다. 낮과 밤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그렇게 한 해, 두 해, 세 해가 지나갔다.
들킨 밤
구혼자 하나와 정분이 난 시녀가 있었다. 그가 그 비밀을 슬쩍 흘렸다. 구혼자들은 밤을 지켜 현장을 잡아냈다.
풀고 있던 천이 등불 아래 그대로 드러났다. 페넬로페는 더 이상 숨길 수 없었고, 결국 남은 부분을 마저 짜서 수의를 완성했다.
오늘, 같은 종류의 지혜
천을 다 짠 뒤에도 그녀는 혼인을 서두르지 않았다. 새로운 구실을 찾아 계속 시간을 벌었으니, 안티노오스조차 그 꾀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오디세우스의 꾀는 순간의 빠름으로 빛난다. 이름 하나로 거인을 따돌리고, 마녀의 집에 몰리를 들고 든 것이 그렇다. 페넬로페의 꾀는 다르게 빛난다.
세 해 동안 밤마다 같은 일을 되풀이한 손끝의 인내였다. 겉으로 드러나는 지혜가 있고, 드러나지 않는 지혜가 있다.
바다에서 버티는 사람과 궁에서 버티는 사람이 있었다. 서로 알지 못한 채 같은 종류의 지혜를 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