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

나와 똑같은 자

욕심 4, 육이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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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공이 화과산으로 돌아가 있었던 것은 스승이 그를 두 번째로 내보내면서 이번에는 파문장까지 써 주었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 길에서 일이 났다. 오공과 똑같이 생긴 자가 나타나 삼장을 때려 눕히고 짐과 통행첩을 가져갔다.

오정이 화과산으로 가니 높은 자리에 오공이 앉아 있었다. 그런데 그가 오정을 알아보지 못했다.

제 제자를 만든 자

그자는 원숭이 넷을 앞에 세워 두고 있었다. 하나는 삼장이고 하나는 팔계였으며, 오정과 백마까지 넷을 다 만들어 두었다.

그가 통행첩을 소리 내어 읽고 있었다. “내가 서쪽에 가서 경을 가져오겠다.” 제 손으로 가서 제 공으로 삼겠다고 했다.

오정이 그 자리에서 짐을 뺏으려다 쫓겨났다. 그가 본 것은 오공의 얼굴이었고, 말투도 걸음도 봉을 쥐는 손도 같았다.

둘이 붙다

진짜가 돌아와 둘이 맞붙었다. 구름 위에서 붙고 물 위에서 붙었지만, 어느 쪽도 반걸음을 밀어내지 못했다.

둘은 붙은 채로 남해로 갔다. 관음이 그들을 앞에 세우고 긴고주를 외웠다.

둘이 동시에 머리를 감쌌다. 둘이 동시에 땅을 굴렀고, 관음이 주문을 멈추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도 가르지 못한다

다음은 하늘이었다. 탁탑천왕이 조요경을 비췄는데, 거울 안에도 원숭이가 둘이었다.

저승으로 내려갔다. 염라가 생사부를 넘겨 원숭이 항목을 찾았는데, 그 자리는 오백 년 전에 오공이 지워 놓은 자리였다.

대조할 이름이 없었다. 그때 지운 것이 이번에는 자기를 증명할 자료가 없다는 뜻이 되었고, 저승에서도 둘은 그대로 나왔다.

삼장 앞에도 섰다. 십사 년을 함께 걸어온 사람이었는데 그도 가리지 못했다.

이름을 아는 이

마지막으로 여래 앞에 갔다. 여래는 겨루게 하지 않았다. “저것은 육이미후다.”

세상에 이름조차 드문 짐승이 있다고 했다. 귀가 여섯이라 세상의 말을 다 듣고, 들은 것으로 남이 되는 짐승이라고 했다.

이름이 불리자 그자가 달아났다. 오공이 뒤쫓아 봉을 내리쳤고, 그것으로 끝났다.

오늘, 나를 가려내는 일에 나는 없다

이 편에서 오공은 한 번도 자기를 증명하지 못했다. 힘으로는 비겼고 얼굴로는 갈리지 않았으며, 십사 년을 함께 걸은 사람도 못 알아보았다.

그를 확인하려고 만든 시험은 그를 아프게만 했다. 긴고주는 둘을 똑같이 쓰러뜨렸고 아무것도 알려 주지 않았다. 거울도 장부도 마찬가지였다.

가려내는 일은 늘 밖에서 이루어진다. 당하는 쪽은 그 자리에 서 있을 뿐 참여하지 못한다. 그래서 결백한 쪽이 시험을 더 오래 견디게 된다.

견디는 것과 밝혀지는 것은 다른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둘을 자주 같은 말로 부른다. “조사를 받아 봤으면 됐지”라는 말이 그것이다.

여래는 시험을 하나 더 하지 않았다. 그 짐승의 이름을 알고 있었을 뿐이니, 가려내는 힘보다 아는 사람이 먼저 필요한 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