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

불을 끄는 부채

욕심 5, 화염산과 파초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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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부터 공기가 흔들리는 가을인데도 논이 마르고 잎이 없었고, 길가에 사는 노인이 부채를 팔고 있었다.

앞이 화염산이라고 했다. 팔백 리가 불이라 새도 지나지 못하고, 돌아가는 길은 없다고 했다.

“불을 끄는 부채가 하나 있습니다.” 노인이 서쪽 취운산을 가리켰다. “그 집 주인이 철선공주입니다.”

그 집 문 앞에서

오공이 그 이름을 듣고 잠깐 서 있었다. 철선공주는 우마왕의 아내였고, 우마왕은 오백 년 전 그와 의를 맺은 형이었다.

그리고 홍해아의 어머니였다. 스물네 번째 고비에서 만난 그 아이이고, 오공이 관음에게 보낸 아이다.

그는 그 일을 나쁘게 기억하지 않았다. 아이는 죽지 않았고 좋은 자리를 얻어 관음 곁에서 선재동자가 되었다.

문을 두드리고 부채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안에서 나온 대답은 부채 이야기가 아니었다. “내 아들을 어디에 두었느냐.”

두 개의 장부

오공이 아이의 소식을 전했다. 관음 곁에 있고 이름을 받았고 잘 있다고 했으니, 그 말은 사실이었다.

여자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믿지 않는다기보다 그것과 상관없어 보였다. “그래서 나는 그 아이를 볼 수 없다.”

같은 날의 일이 두 장부에 다르게 적혀 있었다. 한쪽에는 살렸다고 적혀 있었고, 한쪽에는 데려갔다고 적혀 있었다.

칼이 먼저 나왔다. 오공은 맞서지 않고 부채 이야기만 다시 했고, 여자가 부채를 한 번 부쳐 그를 날려 버렸다.

오백 년 전의 벽돌

오공은 오만 리를 날아가 떨어졌다. 그가 떨어진 곳에서 한 노인을 만났는데, 그 산의 내력을 아는 이였다.

화염산에는 원래 불이 없었다고 했다. 오백 년 전에 하늘에서 벽돌 몇 장이 떨어졌다고 했고, 태상노군의 화로에서 떨어진 것이라고 했다.

그 화로를 걷어찬 것이 누구인지 노인은 몰랐다. 오공은 그 자리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지나가려는 불은 그가 낸 불이었다.

세 번 만에 얻은 부채

첫 번째 부채는 가짜여서 부칠수록 불이 커졌다. 두 번째는 우마왕의 모습을 하고 얻어 냈다.

세 번째에는 하늘의 군사가 왔다. 탁탑천왕과 나타가 우마왕을 붙잡자 철선공주가 그때 부채를 내놓았다.

오공이 부채를 마흔아홉 번 부치자 불이 꺼지고 비가 왔다. 팔백 리가 그날로 식었다.

오늘, 상대의 장부는 아직 열려 있다

이 편의 요괴는 아이를 잃은 어머니다. 그 집은 오공에게 빚진 것이 없고, 빚은 오공 쪽에 있었다.

그는 그 일을 잘 끝냈다고 여기고 있었다. 아이를 살렸고 좋은 자리에 보냈으니, 자기 장부에서는 닫힌 일이었다.

닫힌 것은 그의 장부뿐이었다. 어머니 쪽에서는 아직 열려 있었다. 그래서 오백 년 뒤에 필요한 것이 생겼을 때 그 문 앞에 서게 된다.

그때 들고 갈 수 있는 것은 그날의 사정 설명뿐이다. 설명은 대개 늦게 도착하고, 게다가 그 산의 불도 그가 낸 것이었다.

부채를 얻는 데 세 번이 걸렸다. 불을 끄는 데는 마흔아홉 번 부치면 됐으니, 오래 걸린 것은 불이 아니라 그 집 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