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대성이 된 오공에게는 할 일이 없었지만 집도 좋고 시중드는 이도 있어서, 그는 매일 하늘을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사귀었다.
신하들이 옥황상제에게 아뢰었다. “저 자가 놀기만 하니 나중이 걱정입니다. 차라리 일을 하나 맡기시지요.”
그렇게 그에게 복숭아밭이 맡겨졌다. 하늘에서 가장 귀한 밭이었고, 삼천 년에 한 번 익는 나무가 거기 있었다.
익은 것부터 골라 먹다
오공은 밭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나무마다 익는 시기가 달랐는데, 가장 늦게 익는 나무의 열매가 가장 귀하다고 했다.
그는 밭을 잘 지켰다. 다만 며칠에 한 번씩 사람들을 물리고는 혼자 나무에 올라갔다.
익은 것만 골라 먹고 누가 볼까 봐 씨는 잘 감췄다. 그는 그것이 밭지기의 몫이라 여겼다.
명단에 없는 이름
어느 날 밭에 선녀들이 와서 바구니를 들고 복숭아를 따기 시작했다. 오공이 내려와 물었다.
“이 복숭아를 어디에 쓰느냐.” “반도대회에 올릴 것입니다.” 하늘의 가장 큰 잔치라고 했다.
오공이 다시 물었다. “누가 초대받았느냐.” 선녀들이 이름을 죽 늘어놓았다.
부처와 보살과 신선과 여러 별의 신들이었다. 오공은 끝까지 들었고, 그의 이름은 없었다.
“제천대성은 부르지 않았느냐.” 선녀들이 서로 눈치를 보았다. 그것이 대답이었다.
잔치를 먼저 먹어 치우다
오공은 선녀들을 그 자리에 세워 두고 잔치가 차려지는 곳으로 갔다. 아직 손님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
상에는 하늘의 음식이 가득했다. 그는 앉아서 먹기 시작했고 술도 마음껏 마셨다.
취한 채 걷다가 엉뚱한 문으로 들어갔다. 태상노군의 단약 화로가 있는 방이었고, 호리병에 담긴 단약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그것을 콩 먹듯 삼켰다. 그러고 나서야 정신이 조금 들었다. “이건 큰일이구나.”
오공은 곧장 하늘을 빠져나가 산으로 내려가 문을 닫아걸었다. 하늘에서는 그제야 잔치가 비었다는 것을 알았다.
하늘의 군사와 이랑진군
옥황상제가 이번에는 군사를 보내 십만이 넘는 병사가 산을 에워쌌다. 오공은 몽둥이 하나로 그들을 물리쳤다.
나타가 나섰지만 이기지 못했다. 그때 이랑진군이 왔으니, 이마에 눈이 하나 더 있는 장수였다.
둘은 오래 겨루었다. 오공이 참새로 변하면 이랑진군은 매가 되었고, 물고기로 변하면 물새가 되어 쫓았다.
승부가 나지 않았다. 그때 구름 위에서 태상노군이 던진 고리가 오공의 뒤통수에 맞아 그를 쓰러뜨렸다.
정면에서 진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쪽에서 온 것이었다. 오공은 그렇게 끌려갔다.
죽이지 못한 불
하늘은 그를 죽이려 했다. 칼이 들지 않았고 벼락도 통하지 않았으니, 단약을 먹은 몸이었기 때문이다.
태상노군이 말했다. “내 화로에 넣으시지요.” 팔괘로의 불이 사십구 일 동안 그를 구웠다.
화로를 열자 오공이 걸어 나왔다. 눈이 벌겋게 물들어 있었으니, 연기 속에서 눈을 뜨고 버틴 값이었다.
그날부터 그는 어떤 변신도 꿰뚫어 보게 된다. 벌이 능력이 된 것인데, 이 눈이 20편에서 그를 가장 외롭게 만든다.
오공은 화로를 걷어차고 다시 날뛰었다. 하늘의 궁궐이 흔들리자 옥황상제는 결국 서방에 사람을 보냈다.
오늘, 이름은 주고 명단에서는 뺀다
이 편에서 하늘이 저지른 실수는 하나다. 그에게 큰 이름을 주고 명단에서는 뺐으니, 제천대성이라 부르면서 잔치에는 부르지 않은 것이다.
오공을 폭발시킨 것은 복숭아가 아니었다. 그는 이미 복숭아를 먹고 있었고, 견딜 수 없었던 것은 자기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조직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난다. 직함은 올려 주고 회의에는 부르지 않는다. 공지에는 이름이 실리는데 결정하는 자리에는 없다.
그 어긋남은 명단이 공개되는 날 드러난다. 본인이 가장 마지막에 알게 되는 것도 똑같다. 5편의 술자리와 이 편의 복숭아밭이 같은 장면인 이유다.
하늘은 이제 그를 어쩌지 못한다. 칼도 벼락도 불도 소용이 없었고, 서방에서 오는 이는 싸우러 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