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성벽 위로 올라간 보초가 소리를 질렀다. 바다가 비어 있었다. 십 년 동안 그 자리를 채우고 있던 배들이 하나도 없었다.
사람들이 성문을 열고 쏟아져 나왔다. 버려진 진지에는 불 꺼진 화덕과 말뚝 자국만 남아 있었다. 그리고 바닷가 한가운데에 나무로 만든 말 한 마리가 서 있었다.
집채보다 컸다. 누구도 그렇게 큰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사람들은 그 둘레를 돌며 올려다보았다.
십 년째 되던 해
전쟁은 십 년째였다. 그리스의 배 천 척이 이 성 앞에 닻을 내린 지 십 년이었다. 그동안 이름난 장수들이 여럿 죽었다.
트로이의 성벽은 무너지지 않았다. 힘으로 열 수 없다는 것이 그제야 분명해졌다. 그리스 진영에서 오디세우스가 다른 방법을 내놓았다.
솜씨 좋은 에페이오스가 나무를 켜기 시작했다. 안이 빈 말 한 마리를 짓는 일이었다. 옆구리에는 밖에서 보이지 않는 문을 달았다.
밤이 되자 골라 뽑은 군사들이 그 안으로 들어갔다. 나머지는 배를 띄워 가까운 섬 뒤에 숨었다. 바다는 아침에 텅 비어 보였다.
바닷가에 남은 사람
사람들이 목마를 살피는 동안 병사 하나가 붙들려 왔다. 손이 묶이고 옷이 찢어져 있었다. 그리스 사람 시논이었다.
그는 울면서 말했다. “저는 버려졌습니다. 저를 제물로 바치려 해서 도망쳤습니다.” 사람들이 그를 둘러쌌다.
“저 말은 아테나 여신께 바치는 것입니다.” “일부러 크게 지었습니다. 여러분이 성안으로 들이지 못하게 하려고요.” “저것이 성안에 들어가면 이 도시는 무너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 말이 사람들의 마음을 정확히 건드렸다. 십 년 만에 적이 물러갔다는 것을 사람들은 이미 믿고 싶어 했다. 거짓말은 대개 듣는 쪽이 바라던 자리에 정확히 놓인다.
라오콘의 창
포세이돈을 섬기는 사제 라오콘이 사람들을 헤치고 나왔다. “여러분, 이것이 무엇인지 정말 모르겠습니까.” “나는 그리스 사람들이 두렵습니다. 선물을 들고 있어도 그렇습니다.”
그는 창을 들어 목마의 옆구리에 힘껏 던졌다. 창이 박히며 소리가 났다. 속이 빈 울림이었다.
그 순간 바다에서 뱀 두 마리가 올라왔다. 뱀들은 곧장 라오콘과 그의 두 아들에게 갔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세 사람이 사라졌다.
사람들은 그것을 이렇게 읽었다. “여신의 물건에 창을 던져서 벌을 받은 것이다.” 경고를 한 사람이 벌을 받는 것처럼 보이자, 경고 자체가 지워졌다.
성벽을 스스로 허물다
성탑에서 카산드라가 소리쳤다. “저것을 들이면 이 도시는 오늘 밤에 없어집니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았다.
카산드라는 앞일을 보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는 저주를 함께 지고 있었다. 그가 옳을수록 사람들은 더 웃었다.
목마는 성문보다 컸다. 사람들은 밧줄을 걸고 굴림대를 놓았다. 그리고 성벽 한쪽을 헐었다.
십 년을 버틴 벽이 그날 안쪽에서 무너졌다. 아이들이 꽃을 던지며 그 뒤를 따랐다. 목마는 도시 한가운데에 세워졌다.
그날 밤
밤이 깊고 성안이 조용해졌다. 잔치에 지친 사람들이 잠들었다. 시논이 등불을 들고 성벽 위로 올라가 섬 쪽으로 신호를 보냈다.
옆구리의 문이 열렸다. 줄사다리가 내려오고 사람들이 하나씩 땅에 내려섰다. 그들이 성문을 안에서 열었다.
숨어 있던 배들이 어둠 속에서 돌아와 있었다. 성문이 열리자 십 년이 하룻밤에 끝났다. 아침에 트로이는 없었다.
오늘, 이긴 방법
십 년의 싸움이 하루의 꾀로 끝났다. 힘으로 열 수 없던 문이 안에서 열렸다. 병법서들이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을 으뜸으로 꼽는 이유다.
그런데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날 밤 그리스군은 신전 안까지 짓밟았다. 그것을 본 아테나가 그들의 뱃길을 흩어 놓았다.
오디세우스는 집에 닿기까지 십 년을 더 헤맸다. 총사령관은 살아 돌아가 제 집에서 죽었다. 어떻게 이겼는가는, 이긴 뒤에 무엇이 남는지까지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