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편이 지나 카오스에서 시작해 트로이가 불타는 밤까지 왔다. 그 사이에 신과 사람과 괴물과 별이 지나갔다.
그런데 이 이야기들은 한 사람이 쓴 것이 아니라 수백 년에 걸쳐 여러 입과 여러 손을 거쳤다. 그런데도 되풀이해서 나오는 질문이 몇 개 있다.
이 편은 새 이야기를 하지 않고, 지나온 마흔 편을 여섯 부 순서대로 다시 꿴다. 읽은 것이 흩어져 있지 않고 한 줄로 이어지도록.
태초: 같은 방식으로 세 번
1부의 세 세대는 같은 일을 되풀이한다. 가둔 쪽도 삼킨 쪽도 아들에게 자리를 빼앗겼다. 두려워하는 방식이 곧 무너지는 방식이었다.
제우스는 이 고리를 아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메티스를 삼켰고, 그 결과로 아테나가 머리에서 태어났다. 막으려던 것이 다른 모양으로 나온 셈이다.
프로메테우스는 그 질서에 처음으로 반대한 존재다. 불을 훔쳐 사람에게 준 대가로 그는 바위에 묶인다. 1부는 세계가 생기는 이야기가 아니라, 자리가 정해지는 이야기였다.
올림포스: 나눈 뒤에도 남는 것
2부에서 세 형제가 제비를 뽑아 하늘과 바다와 지하를 나눈다. 그것으로 다툼이 끝났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 아테네를 두고, 페르세포네를 두고 다시 부딪쳤다.
이 부에서 신들은 자주 옳지 않다. 헤르메스는 태어난 날 소를 훔치고, 헤파이스토스는 그물로 망신을 준다. 미다스는 소원을 이루고 나서야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안다.
나누는 것으로 끝나는 문제가 있고 나눈 뒤부터 시작되는 문제가 있는데, 2부가 다루는 것은 뒤쪽이다. 누가 무엇을 가졌느냐보다, 가진 뒤에 어떻게 구느냐가 이야기가 된다.
오만: 선은 어디에 있었나
3부의 일곱 편은 전부 선을 넘는데, 넘은 자리가 다 다르다. 아라크네는 말에서 넘었고, 니오베는 셈에서 넘었다.
파에톤과 이카로스는 자기 몫이 아닌 높이에서 떨어진다. 탄탈로스는 호의를 시험했고, 시시포스는 죽음을 미뤘다. 미다스는 밑천도 없이 모르는 판정에 한마디를 얹었다.
벌의 무게도 저마다 다르다. 가장 무거운 벌은 끝나지 않는 일이었다. 가장 흔한 잘못에는 가장 가벼운 벌이 붙어 있었다.
사랑: 상대가 있다는 것
4부는 사랑을 일곱 방향에서 자른다. 다프네는 원하지 않았고, 나르키소스는 자기만 보았다. 오르페우스는 놓지 못했고, 피그말리온은 자기가 깎은 상대를 사랑했다.
이 여섯은 모두 한쪽으로 기울고, 알키오네와 케윅스만 같은 크기로 서로를 향한다. 그래서 그 둘만 함께 새가 되어 남는다.
마지막 편에서 아르테미스는 오라비의 한마디에 활을 당긴다. 사이를 끝내는 것은 대개 안이 아니라 바깥에서 온다. 프시케의 등불을 들어 올린 것도 언니들의 말이었다.
영웅: 누구 덕에 영웅인가
5부의 첫 편에서 페르세우스는 빌린 물건으로 이기는데, 신도 투구도 자루도 방패도 그의 것이 아니다. 첫 번째 영웅부터 혼자 해내지 않았다.
헤라클레스의 열두 과업은 상을 받으려는 일이 아니라 속죄다. 벨레로폰은 진 적이 없는데 이겼다는 사실에 무너진다. 이아손이 해낸 일은 대부분 배에 함께 탄 사람들의 몫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두 편이 되묻는다. 테세우스는 실을 준 사람을, 이아손은 약을 준 사람을 두고 갔다. 값을 치른 사람의 자리는 대개 비어 있다.
오늘, 하늘에 남은 것
6부에서 이야기들은 별이 된다. 칼리스토는 바다에 잠기지 못하고, 일곱 자매는 여섯만 보인다. 사과 하나가 굴러 들어와 십 년 전쟁이 되고, 성벽은 안에서 열린다.
이 마흔 편에는 교훈이 정리되어 있지 않다. 신들은 자주 옳지 않고 벌은 엉뚱한 사람에게 간다. 그런데도 이 이야기들은 삼천 년을 살아남았다.
사람이 실제로 어떻게 구는지를 꾸미지 않고 담아 두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화를 읽는 일은 답을 얻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보는 눈을 하나 더 얻는 일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여섯 부를 꿰었지만 시리즈는 여기서 닫히지 않는다.
다음은 제우스 부 세 편이다. 이오와 에우로페와 가니메데가 각각 별과 대륙에 이름을 남긴다.
이어서 테베 세 편이 온다. 카드모스가 세운 도시에서 오이디푸스와 안티고네가 나온다.
그리고 일리아스 열네 편이다. 아킬레우스의 분노에서 트로이의 마지막 밤까지 간다. 전부 예순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