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에서 발견된 노인
미다스는 프리기아라는 나라의 왕이었다. 곳간에는 이미 금이 넘쳤다. 그런데도 그는 늘 조금 더를 생각했다.
어느 아침, 신하들이 정원에서 낯선 노인을 발견했다. 꽃밭 사이에 누워 잠들어 있었다. 술 냄새가 났고 옷은 흙투성이였다.
미다스는 그 얼굴을 알아보았다. 실레노스였다. 포도와 축제의 신 디오니소스를 어릴 때부터 돌본 늙은 스승이었다.
미다스는 노인을 내치지 않았다. 씻기고 먹이고 좋은 자리에 앉혔다. 열흘 동안 손님으로 대접한 뒤, 디오니소스에게 데려다주었다.
무엇이든 하나
디오니소스는 스승을 되찾고 기뻐했다. 그는 미다스에게 말했다. “무엇이든 하나만 말해 보아라. 들어주겠다.”
미다스의 눈이 빛났다. 평생 생각해 온 것이 하나 있었다. “제 손이 닿는 것마다 금이 되게 해 주십시오.”
디오니소스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잠깐 미다스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기쁨보다 안타까움이 있었다.
“그렇게 하마.” 디오니소스가 말했다. “다만 네가 고른 것이니 네가 감당하여라.”
손끝마다 반짝이던 아침
미다스는 돌아오는 길에 참지 못하고 나뭇가지를 잡아 보았다. 가지가 손안에서 굳더니 노랗게 빛났다. 금이었다.
그는 돌을 만졌다. 돌이 금덩이가 되었다. 흙을 한 줌 쥐자 금모래가 손가락 사이로 흘렀다.
궁에 닿자 미다스는 기둥마다 손을 댔다. 문도, 난간도, 계단도 금이 되었다. 햇빛을 받은 궁이 눈부셔서 똑바로 볼 수 없었다.
“세상에 나만큼 부유한 사람은 없다.” 미다스는 소리 내어 웃었다. 그리고 시장한 것을 깨닫고 상을 차리게 했다.
굶주린 식탁
빵이 먼저 나왔다. 미다스는 빵을 집어 들었다. 손끝이 닿는 순간 빵이 딱딱하게 굳었다.
고기를 집었다. 고기도 금이 되었다. 포도알 한 알을 입에 넣자 이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물을 마시려고 잔을 들었다. 잔에 닿은 물이 그대로 굳었다. 목으로 넘어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날 밤 미다스는 잠들지 못했다. 누울 때마다 이불이 금이 되어 몸을 눌렀다. 그는 처음으로 자기 손이 무서워졌다.
강물에 씻어 낸 소원
다음 날 미다스는 디오니소스를 찾아갔다. 금으로 된 옷자락을 끌며 무릎을 꿇었다. “제 소원을 거두어 주십시오.”
디오니소스는 이번에도 나무라지 않았다. 그저 한 곳을 알려 주었다. “팍톨로스강으로 가서 손을 씻어라.”
미다스는 강으로 달려가 물속에 손을 담갔다. 손끝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물살이 그것을 실어 갔다.
그 뒤로 팍톨로스강의 모래에서는 금이 나왔다고 한다. 미다스가 흘려보낸 것이 강바닥에 가라앉은 것이다. 왕은 빈손으로 강가에 앉아 오래 있었다.
오늘, 금이 되지 않는 것들
미다스는 속은 것이 아니다. 빌었던 것을 그대로 받았다. 어긋난 것은 소원이 아니라 그 소원이 놓일 자리였다.
금은 무엇과 바꾸기 위한 물건이다. 그런데 모든 것이 금이 되자 바꿀 것이 없어졌다. 가장 부유해진 순간에 가장 굶주리게 된 까닭이다.
빵과 물은 금이 되면 쓸모를 잃는다. 곁에 있는 사람도, 함께 먹는 저녁도 그렇다. 바꿀 수 없어서 값진 것이 세상에는 있다.
미다스가 마지막에 되찾은 것은 금이 아니었다. 물 한 모금을 마실 수 있는 손이었다. 그는 그것을 잃어 보고서야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