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목소리 하나가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목소리는 먼저 말을 걸 수 없었다. 누군가 말하기 전에는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
멀리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사슴을 쫓던 젊은이가 일행을 놓치고 혼자 걸어오고 있었다. 목소리는 나무 뒤에서 숨을 죽였다.
젊은이가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거기 누구 있어?” 그러자 숲이 대답했다. “누구 있어?”
마지막 말만 남은 목소리
에코는 산의 님프였다. 말이 많고 재미있어서 누구나 그와 이야기하기를 좋아했다. 그 재주가 화가 되었다.
제우스가 님프들과 어울릴 때마다 에코는 헤라를 붙들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끝없이 이어 붙였다. 헤라가 자리를 뜨지 못하는 동안 다른 이들은 흩어졌다.
헤라가 그것을 알아차렸다. “네 혀를 반만 남기겠다.” “이제 남이 한 말의 끝만 돌려줄 수 있을 것이다.”
그날부터 에코는 먼저 말을 걸 수 없었다. 하고 싶은 말이 아무리 많아도 소용이 없었다. 남이 말해 준 말 안에서만 겨우 살아야 했다.
숲에서 만난 사람
나르키소스는 이름난 미소년이었다. 많은 사람이 그를 좋아했지만 그는 아무도 돌아보지 않았다. 에코는 그를 본 순간부터 뒤를 따라다녔다.
가까이 가고 싶었지만 말을 걸 수 없었다. 그가 먼저 무슨 말이든 해 주기만을 기다렸다. 그날 나르키소스가 일행을 놓치고 혼자가 되었다.
“이리 나와.” — “나와.” “왜 나를 피해?” — “나를 피해?” “여기서 만나자.” — “만나자.”
에코가 나무 뒤에서 뛰어나와 팔을 벌렸다. 나르키소스가 몸을 빼며 말했다. “저리 가.” “너에게 안기느니 죽는 게 낫겠다.” — “죽는 게 낫겠다.”
그 사람도 알게 해 주세요
에코는 그 뒤로 사람들 앞에 나오지 않았다. 동굴과 벼랑 밑에서 지냈다. 먹지도 자지도 않아 몸이 점점 마르다가 뼈만 남았다.
뼈는 돌이 되었고 목소리만 남았다. 지금도 산에서 누가 부르면 그 끝을 돌려준다. 자기 말은 여전히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다.
에코만 거절당한 것이 아니었다. 나르키소스에게 마음을 주었다가 돌아선 사람이 여럿이었다. 그중 하나가 하늘을 보며 빌었다.
“그도 누군가를 사랑하게 해 주세요.” “그리고 그 사람을 가질 수 없게 해 주세요.” 네메시스가 그 말을 들었다.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샘
숲 깊은 곳에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샘이 있었다. 물이 은처럼 맑고 잔물결 하나 없었다. 사냥에 지친 나르키소스가 그 물가에 엎드렸다.
물을 마시려다 그는 물속의 얼굴을 보았다. 그리고 그대로 굳었다. 저렇게 아름다운 사람은 처음이었다.
손을 뻗으면 그 사람도 손을 뻗었다. 입을 맞추려 하면 물이 흔들려 사라졌다. 가만히 기다리면 다시 돌아와 그를 바라보았다.
“너는 왜 나를 피하니.” 그는 물에 대고 물었다. 그러다 마침내 알았다. “저것은 나구나.”
수선화
알고 나서도 그는 일어서지 못했다. “가진 것이 너무 많아서 아무것도 갖지 못하는구나.” 자기가 자기 앞을 막고 있었다.
그는 물가를 떠나지 않았다. 먹지도 자지도 않고 그 얼굴만 보았다. 멀리서 에코가 그의 말끝을 돌려주고 있었다.
“잘 있어.” 그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잘 있어.” 숲이 대답했다. 사람들이 찾아왔을 때 그 자리에는 몸이 없었다.
가운데가 노랗고 둘레가 흰 꽃 한 송이가 물가에 서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물 쪽을 향한 채였다. 사람들은 그 꽃을 수선화라고 불렀다.
오늘, 목소리와 얼굴
두 사람은 정반대로 갇혔다. 에코는 자기 말을 할 수 없어 갇혔다. 나르키소스는 자기 말만 들려서 갇혔다.
그래서 둘이 주고받은 말은 대화가 아니었다. 한 사람이 한 말이 되돌아온 것뿐이다. 나르키소스가 물가에서 본 것도 끝내 자기였다.
사랑이 시작되려면 나 아닌 것이 거기 있어야 한다. 내 말을 돌려주는 상대가 아니라, 나와 다른 말을 하는 상대여야 한다. 그 다름을 견디는 데서 사랑은 겨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