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페르시아에 샤리아르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오래 나라를 다스렸고 사람들에게 어진 왕으로 불렸다. 그런데 어느 날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배신을 겪는다.
이 책은 그날 일을 길게 그리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 뒤에 왕이 무엇을 했는가다. 그는 사람을 믿는 일을 아예 그만두기로 한다.
다음 날을 주지 않는 왕
왕은 매일 새 신부를 맞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다음 날을 주지 않았다. 믿었다가 다시 배신당하느니 믿을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나라 안의 집들이 하나씩 딸을 잃는다. 사람들은 왕을 원망하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왕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 곧 죽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딸을 데리고 달아나는 집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명령을 실제로 집행하는 사람은 대신이었다. 신부를 찾아 데려오는 일이 그의 몫이었다. 그는 매일 남의 집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되었다. 그에게도 딸이 둘 있었다.
대신의 큰딸
큰딸의 이름이 셰에라자드였다. 그녀는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었다. 왕들의 역사와 옛 시인들의 시를 외우고 있었고, 여러 나라의 이야기를 알았다.
어느 날 그녀가 아버지에게 자기를 왕에게 보내 달라고 말한다. 아버지는 그 말에 크게 놀라 딸을 말린다. 그는 소와 당나귀가 나오는 옛이야기를 들려준다. 가만히 있으면 될 것을 나서서 화를 부르지 말라는 뜻이었다.
셰에라자드는 뜻을 굽히지 않는다. 그녀는 자기가 성공하면 도시의 딸들이 살고, 실패해도 남들과 같은 자리라고 말한다. 아버지는 끝내 딸을 왕에게 데려간다. 남의 집 문을 두드리던 사람이 마지막에 자기 집 문을 두드린 셈이다.
동생을 데려가다
궁으로 가기 전에 셰에라자드는 동생 두냐자드를 부른다. 그리고 한 가지를 부탁한다. 밤이 깊거든 언니에게 이야기를 하나 해 달라고 청하라는 것이었다.
이 자리가 이 책 전체의 설계다. 셰에라자드는 왕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먼저 말하지 않는다. 왕이 원해서 듣는 자리가 아니라, 동생이 청해서 시작되는 자리로 만든다. 부탁하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는 것이다.
그날 밤 두냐자드가 언니에게 이야기를 청한다. 셰에라자드는 왕에게 허락을 구하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떤 상인이 길에서 대추를 먹고 씨를 던지는 이야기였다.
한가운데서 멈추다
이야기가 가장 아슬아슬해지는 자리에서 날이 밝아 온다. 셰에라자드는 거기서 입을 다문다. 그리고 이야기는 여기까지라고 말한다.
왕은 뒷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그는 오늘 하루만 미루기로 한다. 그 하루가 다음 하루를 벌고, 그 하루가 또 다음 하루를 번다. 천 밤이 그렇게 이어진다.
그녀가 가진 것은 칼도 군대도 아니었다. 다음 이야기를 아는 사람이라는 자리 하나가 전부였다. 이 책의 나머지 마흔네 편은 그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들이다.
오늘, 멈추는 힘
사람을 당장 바꾸는 힘과 사람을 멈춰 세우는 힘은 다르다. 셰에라자드가 첫날 밤에 한 일은 왕을 설득한 것이 아니다. 그녀는 왕을 하루 멈춰 세웠을 뿐이다.
우리는 대개 첫 번째 힘만 힘이라고 부르고, 말로 사람을 바꾸지 못하면 아무것도 못 한 것이라고 여긴다. 그런데 바꾸는 일은 대개 멈춘 다음에야 시작된다. 멈추지 않은 사람에게는 다음 말이 아예 닿지 않는다.
이 이야기가 무서운 자리는 따로 있다. 그녀가 매일 밤 다시 이야기를 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번 멈춰 세웠다고 끝나지 않는다. 천 밤 동안 그 일을 되풀이한 사람의 이야기가 지금부터 시작된다.
다음 편에서 그 상인이 던진 대추씨가 어디에 떨어졌는지 나온다. 아무도 보지 못한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