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야화

묻지 않기로 한 밤

바그다드 1, 짐꾼과 세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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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의 시장에 짐꾼 하나가 서 있었다. 그날은 아침부터 일이 없었다. 그때 한 여인이 그를 부른다.

여인은 장을 보러 나온 사람이었다. 그를 데리고 다니며 물건을 사고 바구니에 담게 했다. 과일과 고기와 향과 꽃이 차례로 얹혔다.

짐이 무거워질수록 그의 궁금증도 무거워졌는데, 이만한 장을 보는 집에 왜 따라나설 사람이 하나도 없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묻지 않고 걸었다.

문 안의 세 사람

여인이 멈춘 곳은 조용한 골목의 큰 집이었다. 문이 열리자 안에 여인이 둘 더 있었다. 남자는 보이지 않았고 셋이 그 집의 주인이었다.

짐꾼은 짐을 내려놓고 삯을 받는다. 그런데 그는 문 앞에서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 집이 어떤 집인지 알고 싶었다.

그는 오늘 하루만 여기 있게 해 달라고 청한다. 세 사람은 웃고 그를 들이기로 한다. 다만 조건 하나를 먼저 말했다.

하나만 지키면 된다

보고 듣는 것에 대해 묻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 집에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무슨 일이냐고 하지 말라고 했다. 짐꾼은 그러겠다고 한다.

지키기 어려운 조건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는 밥과 잠자리를 얻는 대신 입을 다물기로 한 것이다. 값으로 치면 싼 편이었다.

밤이 되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가진 것 없이 떠도는 탁발승 셋이었다. 그들도 같은 조건으로 들어온다.

조금 뒤에 또 문이 열린다. 상인 차림의 세 사람이 하룻밤을 청했다. 그중 하나가 칼리파 하룬 알라시드였고, 옆에 선 사람은 그의 신하 자파르였다.

밤에 벌어진 일

밤이 깊어지자 이 집의 일이 시작된다. 자매 하나가 검은 개 두 마리를 끌고 나온다. 그녀는 울면서 그 개들을 때렸다.

때리다 말고 그 개들을 끌어안고 다시 운다. 개들도 소리를 내지 않고 그 자리에 있었다. 그러고는 아무 말 없이 개들을 데리고 들어간다.

다른 자매가 악기를 들고 노래를 한다. 노래가 끝난 자리에서 그녀의 몸에 남은 오래된 자국이 드러난다. 아무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방 안의 사람들은 서로를 본다. 짐꾼도 탁발승들도 상인 차림의 세 사람도 같은 것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하나가 참지 못하고 묻는다.

물은 값

조건을 어긴 자리에서 그 집의 사람들이 일어선다. 손님들은 붙잡히고 그 방은 조용해진다. 묻지 않겠다는 약속은 값이 있는 약속이었다.

그때 자매 가운데 하나가 다른 길을 연다. 저마다 자기가 누구이고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말하라는 것이었다. 말이 값이 되면 목숨을 도로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 시리즈가 계속 돌아오는 자리가 여기서 또 열린다. 상인이 정령 앞에서 그랬고 어부가 마신 앞에서 그랬다. 이번에는 한 방에 앉은 여러 사람이 차례로 자기 이야기를 꺼낸다.

먼저 나선 것은 탁발승들이었다. 셋은 서로 모르는 사이인데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셋 다 한쪽 눈을 잃은 사람들이었다.

오늘, 묻지 않기로 한 약속

묻지 않겠다는 약속은 우리 주변에도 많다. 남의 집 사정, 남의 사이, 남의 형편 같은 것들이다. 알 필요가 없는 것을 묻지 않는 것은 예의다.

그런데 그 약속이 다른 일을 하기도 한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못 본 척하게 만드는 자리다. 이 밤에 개가 맞고 있는 방에서 아무도 일어서지 않았다.

두 자리는 겉으로 잘 구별되지 않는다. 예의로 안 묻는 것과 무서워서 안 묻는 것이 같은 침묵으로 보인다. 경계는 늘 일이 벌어진 다음에야 보인다.

이 편이 답을 정해 주지는 않는다. 다만 묻지 않겠다고 하기 전에 무엇까지 안 물을 것인지 정해 두라고 말한다. 정하지 않은 약속은 나중에 지킨 사람도 어긴 사람도 다치게 한다.

3부가 여기서 시작된다. 바다에서 도시로 들어왔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다시 바뀐다. 다음 편에서는 한쪽 눈을 잃은 세 사람이 차례로 입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