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다섯에 그는 노나라를 떠났다. 벼슬은 형벌과 재판을 맡는 자리까지 올라가 있었다.
그 뒤로 열네 해를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고, 어디에서도 쓰이지 못했다.
길 위에서 그는 상갓집 개 같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그 말에 그러하다고 대답했다.
명제에서 사람으로
여기까지 네 부는 그의 말이었다. 배움이 무엇이고 어짊이 무엇이며 다스림이 무엇인지를 묻고 답한 자리들이다.
5부부터는 그 말을 하고 다닌 사람이 실제로 무엇을 겪었는지가 나온다. 순서를 이렇게 놓은 이유가 있다. 명제를 먼저 읽고 나면 그 명제를 산 사람의 생애가 명제를 되받는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되받는다는 것은 그가 자기 말대로 살았다는 뜻이 아니다. 그가 그 말을 하고 다니는 동안 세상이 그를 어떻게 대했는지가 함께 남았다는 뜻이다.
이 부의 뼈대는 『논어』 밖에 있다
여기서 미리 밝혀 둘 것이 하나 있다. 그가 왜 노나라를 떠났고 어느 나라를 어떤 순서로 거쳤는지는 『논어』 본문에 적혀 있지 않다.
『논어』는 어록이다. 누가 무엇을 물었고 그가 무엇이라 답했는지를 적을 뿐, 그 문답이 언제 어디서 있었는지는 대개 적지 않는다.
그래서 5부의 사건들은 사마천의 『사기』 공자세가와 『좌전』 계열의 기록에서 온다. 사마천은 공자보다 사백 년쯤 뒤의 사람이고, 그가 모은 이야기들 가운데는 이미 오래 전해 내려온 것들이 섞여 있다.
이 부에서 사건을 적을 때마다 어디서 온 것인지 밝히는 이유가 그것이다.
쉰다섯에 떠났다
『사기』 공자세가는 그가 노나라를 떠난 때를 쉰다섯으로 적는다. 그때 그는 대사구(大司寇) 자리에 있었다고 전한다.
형벌과 재판을 맡는 높은 벼슬이다. 뜻을 펼 자리에 마침내 올라간 참이었다는 말이 된다.
떠난 경위도 그 책에 적혀 있다. 이웃 제나라가 노나라에 여악(女樂)을 보냈고, 실권을 쥔 계환자가 그것을 받아 사흘 동안 정사를 돌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하늘에 제사 지낸 고기가 대부들에게 오지 않자 그는 노나라를 떠났다.
그 두 가지를 잇는 것도 읽기다
여기서 조심할 것이 있다. 여악을 받은 일과 그가 떠난 일은 둘 다 기록에 있지만, 앞의 일 때문에 뒤의 일이 일어났다고 잇는 것은 사마천의 서술이다.
제사 고기가 오지 않은 일이 그렇게 큰 문제였는가를 두고도 읽기가 갈린다. 그것을 예가 무너졌다는 신호로 보는 쪽이 있고, 떠날 명분을 찾던 사람에게 마침 온 구실로 보는 쪽이 있다.
『논어』는 이 일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정나라 동문에 홀로 서다
떠난 뒤의 여러 해 가운데 한 장면이 유독 오래 전해졌다.
먼저 이 일이 언제 있었는지를 짚어 둘 필요가 있다. 『사기』가 적은 차례로는 광에서 붙잡히고 송나라에서 위협을 받은 뒤의 일이고, 진나라로 들어가기 직전이다. 떠나던 해의 장면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 편이 그 장면을 5부의 앞에 놓는 것은 열네 해 전체가 그 한 마디로 기억되어 왔기 때문이다.
『사기』 공자세가는 그가 정나라에 이르렀을 때 제자들과 서로 떨어졌다고 적는다. 일행을 잃은 그는 성의 동문 밖에 홀로 서 있었다.
예순에 가까운 사람이 낯선 나라의 성문 앞에 혼자 서 있는 그림이다.
남이 그를 한 줄로 옮겼다
그를 본 정나라 사람이 자공을 만나 그 모습을 옮겼다고 전한다. 자공은 스승을 찾아 성 안팎을 다니던 참이었을 것이다.
그 사람의 말은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온다. 이마는 요임금 같고, 목덜미는 고요 같고, 어깨는 자산 같더라는 것이다. 요임금과 고요는 앞 부에서 이미 나온 옛 이름들이고, 자산은 정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그 나라의 재상이었다.
여기까지는 칭찬으로 읽힌다. 그런데 허리 아래로 내려가면서 말이 바뀐다. 허리 아래는 우임금에 세 치가 모자라고, 지친 꼴이 누루약상가지구(累累若喪家之狗) 일곱 자, 상갓집 개 같더라는 것이다.
상갓집 개라는 말
상갓집 개는 초상이 난 집의 개다. 집안이 온통 슬픔과 혼란에 빠져 있어 아무도 개를 챙기지 않는다.
그래서 이 말은 굶주렸다는 뜻보다 앞서 돌보는 사람이 없다는 뜻으로 온다. 주인이 없는 개가 아니라, 주인이 있는데도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개다.
쓰일 자리를 찾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는 사람에게 이보다 정확한 말을 찾기는 어렵다.
그러하다, 그러하다
자공은 들은 말을 그대로 옮겼다. 『사기』는 사실대로 고했다고 적는다. 앞부분만 옮기고 뒷부분을 덜어 낼 수도 있었을 자리다.
전해 들은 그는 흔연히 웃었다고 한다.
그리고 형상은 말단이라 했다. 생김새를 두고 하는 말은 끝자락의 일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말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상갓집 개 같다고 하니, 연재(然哉) 두 자를 두 번 되풀이한다. 그러하다, 그러하다.
어느 쪽에 그러하다고 했는가
여기서 두 가지 읽기가 나뉜다.
하나는 지친 몰골이 그렇게 보였겠다는 뜻으로, 자기 처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대답으로 읽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앞 대목의 칭찬을 말단이라 물린 사람이 뒤 대목만 굳이 집어 두 번 되풀이했다는 데 무게를 두고, 남의 평을 받아넘긴 여유로 읽는 것이다.
기록은 그가 웃었다는 것과 두 번 말했다는 것까지만 적었다. 어느 쪽인지는 정해 주지 않는다.
그 두 자가 오래 전해진 것은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열네 해
그는 예순여덟에 노나라로 돌아왔다고 전한다. 떠난 때부터 열네 해다.
그 사이의 일들도 같은 책에 적혀 있다. 위나라에 여러 번 머물렀고, 광이라는 곳에서 사람들에게 둘러싸였으며, 송나라에서는 나무 아래에서 위협을 받았다.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서는 양식이 끊겨 일행이 앓아누웠다. 그 장면들이 이 부의 다음 편들이다.
어느 나라도 그에게 나라를 맡기지 않았다.
오늘, 쓰이지 않는 시간
이 편에는 가르침이 없다. 명제도 없고 문답도 없다. 한 사람이 성문 밖에 혼자 서 있었고, 남이 그를 한 줄로 요약했고, 그가 웃으며 그러하다고 했을 뿐이다.
그런데 앞의 네 부를 읽고 온 사람에게 이 장면은 다르게 걸린다. 곧은 사람을 위에 두라고 말한 사람이, 정작 자기는 어느 위에도 놓이지 못한 채 성문 앞에 서 있다.
그 사실이 그의 말을 깎는지 아니면 더 무겁게 하는지는 5부를 다 읽고 나서 각자 정할 자리다.
내가 어디에도 쓰이지 못하던 시기를, 나는 그때 무엇이라고 불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