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부터 이야기의 성격이 바뀐다.
앞의 여덟 편은 나라가 어떻게 섰는지를 말했다. 알에서 나오고 궤에서 나오고 하늘에서 내려왔다.
이제부터는 이미 선 나라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왕이 있고 백성이 있고, 둘 사이에 무엇인가 어긋나면 하늘이 먼저 표를 낸다.
첫 편은 사람 둘이 사라진 이야기다.
바위가 실어 간 사람
신라 여덟째 임금 아달라왕 때였다. 동해 바닷가에 연오랑과 세오녀라는 부부가 살았다.
어느 날 연오랑이 바다에 나가 미역을 딴다.
그때 바위 하나가 그를 싣고 물 위로 떠갔다. 기록은 고기 한 마리였다는 말도 함께 적어 둔다. 어느 쪽이든 사람이 어쩔 수 없는 것에 실려 갔다는 뜻이다.
바위가 닿은 곳은 바다 건너 나라였다.
그 나라 사람들이 바위를 타고 온 사람을 보고 예사 사람이 아니라고 여겼다. 그래서 그를 왕으로 세웠다.
기록은 그가 사양했다는 말을 적지 않는다.
신을 보고 따라 오른 사람
세오녀는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바닷가로 나가 찾았다.
물가의 바위 위에 남편이 벗어 둔 신이 놓여 있었다. 그것을 보고 그녀가 바위에 오르자, 바위는 이번에도 사람을 싣고 떠간다.
그 나라 사람들이 놀라 왕에게 아뢰었고, 두 사람은 다시 만나 왕과 왕비가 되었다.
여기까지는 잃은 사람이 없다. 두 사람은 헤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전보다 높은 자리에 앉았다.
잃은 쪽은 남은 나라였다.
빛이 흐려지다
그해 신라의 해와 달이 빛을 잃었다.
낮과 밤이 뒤바뀐 것은 아니었다. 다만 하늘의 두 빛이 흐려져 사람들이 그것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어두워졌다.
왕이 일관을 불러 까닭을 물었다.
일관의 대답은 이러했다. 해와 달의 정기가 우리나라에 내려 있었는데 이제 그것이 바다 건너로 갔기 때문이라고 했다.
두 사람이 가지고 간 것이 사람 둘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왕은 곧 사신을 바다 건너로 보냈다. 두 사람을 데려오라는 것이었다.
돌아가지 않겠다는 답
사신이 찾아가 왕의 뜻을 전했다.
연오랑의 대답은 짧고 단단했다. 자기가 이곳에 온 것은 하늘이 시킨 일인데 어찌 마음대로 돌아가겠느냐고 했다.
거절이면서 동시에 앞의 여덟 편이 되풀이한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는 사신을 그냥 돌려보내지 않았다. 아내가 짠 고운 명주 한 필을 내주면서, 이것으로 하늘에 제사를 지내면 될 것이라고 일러 주었다.
사신이 돌아와 그대로 했다.
제사를 지내자 해와 달이 예전과 같아졌다. 신라는 그 비단을 창고에 넣어 나라의 보물로 삼았고, 그 창고를 귀비고라 불렀다. 제사를 지낸 곳은 영일현이 되었다.
해를 맞이했다는 뜻의 이름이다.
오늘, 사람이 떠난 자리
이 짧은 이야기에는 이상한 셈이 하나 있다.
두 사람은 바다 건너에서 왕과 왕비가 되어 잘 지내지만, 그들이 살던 나라에서는 해가 어두워진다. 떠난 쪽은 아무 손해를 보지 않았는데 남은 쪽만 잃었다.
옛사람들은 그것을 정기라는 말로 설명했다.
오늘의 말로 옮기면 자리가 비었다는 뜻에 가깝다. 어떤 사람이 있어서 굴러가던 일이 그 사람이 사라진 순간에야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빛은 그가 있을 때 보이지 않고 없어질 때 보인다.
신라의 답이 흥미로운 것은 그다음이다. 사신을 보냈지만 데려오지 못했고, 데려오지 못한 채로 끝내지도 않았다. 그가 보낸 것을 받아 와 자기 자리에서 제사를 지냈다.
사람은 못 돌리고 일은 이었다.
우리 일에서도 사람이 나가는 날이 온다. 붙잡는 것이 첫 번째 답이지만 늘 되지는 않는데, 그때 남는 질문은 그 사람이 하던 일을 무엇으로 잇느냐다.
그 비단이 언제까지 갈지는 기록도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