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가 죽자 맏아들 조비가 위왕의 자리에 오른다. 그때 장안의 조창이 군사 십만을 이끌고 온다는 소식이 들어온다. 조비가 놀라자 간의대부 가규가 나서서 성 밖으로 조창을 맞으러 간다. 조창이 먼저 묻는다. 선왕의 옥새와 인수는 어디 있소?
가규가 얼굴빛을 바르게 하고 말한다. 집에는 맏아들이 있고 나라에는 세자가 있습니다. 선왕의 옥새와 인수는 군후께서 물으실 일이 아닙니다. 궁문 앞에서 가규가 다시 묻는다. 군후께서 오신 것은 상을 치르려는 것입니까, 자리를 다투려는 것입니까. 조창이 상을 치르러 왔을 뿐이라고 하자 가규가 말한다. 다른 마음이 없다면 어찌 군사를 데리고 성에 들어오십니까.
조창은 곁의 장수들을 물리고 홀몸으로 들어가 형을 만나고, 두 형제는 끌어안고 크게 운다. 조창은 거느린 군사를 모두 조비에게 넘기고 언릉으로 돌아간다.
무덤 집의 그림
조비는 연호를 연강으로 바꾸고 아버지를 무왕이라 하여 업군의 고릉에 장사 지낸다. 그는 우금에게 무덤 일을 돌보게 한다.
무덤에 이른 우금은 하얀 벽에 그려진 그림을 본다. 관우가 높이 앉아 있고, 방덕은 성난 얼굴로 굽히지 않고, 우금은 땅에 엎드려 목숨을 빌고 있다. 조비가 싸움에 지고도 죽지 않은 채 적에게 항복했다가 돌아온 우금을 업신여겨, 일부러 그리게 하고 그를 보낸 것이다.
우금은 부끄럽고 분해 병이 들고, 얼마 뒤 세상을 떠난다.
상을 치르러 오지 않은 아우들
화흠이 아뢴다. 언릉후는 군사를 넘기고 돌아갔지만, 임치후 조식과 소회후 조웅은 끝내 상을 치르러 오지 않았으니 죄를 물어야 합니다. 조비는 두 곳에 사자를 보낸다.
조웅은 죄가 두려워 스스로 목을 매고, 조비는 그를 후하게 장사 지낸다. 임치에서 돌아온 사자가 전한다. 조식은 날마다 정의, 정이 형제와 술에 취해 지냈고 사자를 앉은 채로 맞았습니다. 정의는 선왕께서 본래 우리 주인을 세자로 세우려 했다며 저를 꾸짖었습니다. 조식은 무사들에게 사자를 몽둥이로 쫓아내게 했다.
조비는 크게 노해 허저에게 군사 삼천을 주어 조식을 잡아 오게 한다. 허저가 이르렀을 때 조식과 정의 형제는 모두 술에 취해 쓰러져 있었다. 정의 형제는 베이고 조식은 업군으로 끌려온다.
어머니의 부탁
조웅이 죽고 조식까지 잡혀 왔다는 말에 어머니 변씨가 크게 놀라 조비를 부른다. 네 아우 식은 평생 술을 즐기고 거칠었지만, 그것은 제 재주를 믿고 방자했기 때문이다. 한 어머니에게서 난 정을 생각해 목숨만은 살려 다오. 그래야 내가 저승에서도 눈을 감을 수 있겠다.
조비가 말한다. 저도 그 재주를 깊이 아끼는데 어찌 해치겠습니까. 지금은 그 성미를 다스리려는 것뿐이니 어머님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변씨가 들어가자 화흠이 묻는다. 태후께서 조식을 죽이지 말라고 하셨습니까. 조비가 그렇다고 하자 화흠이 말한다. 조식은 재주와 지혜를 품어 끝내 연못 속에 머물 사람이 아니니, 일찍 없애지 않으면 뒤탈이 될 것입니다.
조비가 어머니의 명을 어길 수 없다고 하자 화흠이 꾀를 낸다. 사람들이 조식은 입만 열면 글이 된다고 하는데 저는 다 믿지 않습니다. 불러서 재주를 시험해 보십시오. 못 하면 죽이고, 해내면 벼슬을 낮추어 천하 문인들의 입을 막으면 됩니다.
일곱 걸음
조식이 들어와 두려워하며 엎드려 죄를 청한다. 조비가 말한다. 너와 나는 정으로는 형제지만 의리로는 임금과 신하다. 어찌 재주를 믿고 예를 업신여기느냐. 아버님이 계실 때 너는 늘 글로 사람들에게 뽐냈는데, 나는 남이 대신 써 준 것이라고 깊이 의심했다. 이제 일곱 걸음을 걷는 동안 시 한 수를 지어라. 지으면 죽음을 면해 주고, 못 지으면 무겁게 다스리겠다.
조식이 제목을 청하자 조비는 궁전에 걸린 수묵화를 가리킨다. 두 소가 흙담 아래에서 싸우다 한 소가 우물에 빠져 죽는 그림이다. 이 그림을 제목으로 하되, 두 소가 담 아래에서 싸우다 한 소가 우물에 빠져 죽었다는 글자는 쓰지 마라.
조식은 일곱 걸음을 걷는 동안 시를 다 짓는다. 두 덩이 고기가 나란히 길을 가는데 머리에는 굽은 뼈를 이었다고 시작하는 시다. 조비와 신하들이 모두 놀란다.
조비가 다시 말한다. 일곱 걸음에 글을 짓는 것도 나는 늦다고 본다. 묻는 소리에 곧바로 시 한 수를 지을 수 있겠느냐. 조식이 제목을 청하자 조비가 말한다. 나와 너는 형제다. 이것을 제목으로 하되 형제라는 글자는 쓰지 마라.
조식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곧바로 읊는다. 콩을 삶는데 콩깍지를 때니, 콩이 솥 안에서 운다.
本是同根生 相煎何太急
본시동근생 상전하태급
본래 한 뿌리에서 났거늘, 어찌 이리도 급히 볶아 대는가. (79회)
조비는 이 시를 듣고 눈물을 흘린다. 그때 어머니 변씨가 궁전 뒤에서 나온다. 형이 어찌 아우를 이토록 핍박하느냐. 조비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말한다. 나라의 법을 버릴 수 없을 뿐입니다. 조비는 조식을 안향후로 낮추고, 조식은 절하고 말에 올라 떠난다.
성도의 양아들
그 무렵 성도에서는 요화가 땅에 엎드려 운다. 관공 부자가 해를 입은 것은 유봉과 맹달의 죄이니 이 두 도적을 베어 주십시오. 공명은 서두르면 변이 생기니 두 사람을 군수로 올려 따로 떼어 놓은 뒤 잡자고 한다. 그 사이 사정을 알게 된 맹달은 위로 달아나고, 위의 장수가 되어 유봉에게 항복하라는 편지를 보낸다.
유봉은 편지를 찢고 사자를 벤다. 이 도적이 우리 숙부와 조카의 의리를 그르치고 우리 부자 사이까지 갈라놓는구나. 나를 불충불효한 사람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그러나 유봉은 맹달과 위의 장수들에게 크게 진다. 지키던 상용과 방릉마저 위로 넘어가자 그는 백여 기만 이끌고 성도로 돌아온다.
유봉이 땅에 엎드려 울자 유비가 노한다. 욕된 자식이 무슨 얼굴로 다시 나를 보러 왔느냐. 유봉이 숙부를 구하지 않은 것은 맹달이 말렸기 때문이라고 하자 유비는 더 크게 노한다. 너도 사람의 밥을 먹고 사람의 옷을 입는데 흙 인형도 아니면서 어찌 간사한 자의 말에 막혔느냐. 유비는 좌우에게 유봉을 끌어내 베게 한다.
유봉을 벤 뒤에야 유비는 유봉이 맹달의 편지를 찢고 사자를 벤 일을 듣는다. 그는 몹시 뉘우치고, 관우를 그리는 슬픔까지 겹쳐 병이 든다.
조비는 피를 나눈 아우에게 일곱 걸음의 시험을 냈고, 시를 듣고 울면서도 아우를 낮추었다. 유비는 맹세로 맺은 아우를 구하지 않은 양아들을 베었고, 벤 뒤에야 그의 다른 얼굴을 알았다. 조식의 시는 한 뿌리에서 난 것끼리 왜 이리 급히 볶느냐고 물었다.
형제나 가까운 사람에게 시험을 받는 것 같다고 느낀 적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