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의 불길 속에서 장료의 부축으로 겨우 기슭에 오른 조조는 백여 기를 이끌고 오림으로 달아난다. 뒤에서도 앞에서도 강동의 군사가 나타나 조조의 간담이 찢어질 때, 서황이 와서 길을 연다. 원소 밑에 있다가 항복한 마연과 장의가 북쪽 군사 삼천으로 그를 맞지만, 앞서 가던 두 장수는 곧 감녕의 칼에 쓰러진다. 합비 쪽에서 구원이 오기를 바랐으나 그 길에는 이미 손권의 군사가 기다리고 있어, 조조는 이릉 쪽으로 방향을 돌린다.
그 무렵 하구의 공명은 장수들에게 차례로 길목을 맡기면서 관우만은 거들떠보지 않았다. 관우가 참지 못하자 공명은 조조가 지난날 그를 두텁게 대했으니 화용도에 보내면 반드시 놓아줄 것이라 했다. 관우는 안량과 문추를 베고 백마의 포위를 풀어 이미 갚았다며, 놓아주면 군법을 따르겠다는 군령장을 썼다. 공명도 조조가 그 길로 오지 않으면 자기가 벌을 받겠다는 군령장을 써 주었다.
관우가 떠난 뒤 유비가 걱정한다. 내 아우는 의리가 깊으니, 조조가 정말 화용도로 가면 놓아줄까 두렵소. 공명이 답한다. 제가 밤에 하늘을 보니 조조는 아직 죽을 운이 아닙니다. 이 인정을 운장에게 맡기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