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출사표

북벌 2, 떠나며 남긴 이름들

읽는 시간 16분 · 무료 공개

Read in English ↗

학습 진도 0/100%

원문 읽기

남쪽에서 돌아오는 공명의 군대가 노수에 이르자 검은 구름이 덮이고 사나운 바람이 일어 강을 건널 수 없다. 맹획이 말한다. 이 강에는 사나운 귀신이 있어 사람 머리 마흔아홉과 검은 소, 흰 양을 바쳐야 바람이 잔다는 것이다. 공명이 대답한다. 일이 이미 평정되었는데 어찌 함부로 한 사람이라도 죽이겠느냐.

그 지방 사람들이 다시 일러 준다. 승상이 지나간 뒤로 밤마다 강가에서 귀신이 울고 원혼이 셀 수 없이 떠돈다는 것이다. 공명은 그것을 자기 죄라고 한다. 마대가 이끌던 군사 천여 명이 이 물에서 죽었고, 죽은 남쪽 사람들도 여기에 버려졌다. 그 넋이 풀리지 않아 이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옛 풍습대로 사람 머리를 바치라는 말에 공명은 고개를 젓는다. 사람이 죽어 원혼이 되었는데 어찌 또 산 사람을 죽이겠는가. 공명은 소와 말을 잡아 밀가루 반죽에 고기를 넣고 사람 머리 모양으로 빚게 한다.

노수의 제사

그날 밤 강가에 향을 피우고 등불 마흔아홉 개를 늘어놓는다. 삼경에 공명이 직접 제사를 지내고 동궐이 제문을 읽는다. 제문은 나라를 위해 싸우다 죽은 촉의 장수와 군사들을 부르고, 남쪽에서 죽은 사람들의 넋도 함께 부른다. 너희는 다른 고장의 귀신이 되지 말고 나의 깃발을 따라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의 제사를 받으라.

제문을 다 읽은 공명은 소리 내어 크게 운다. 군사들도 맹획과 남쪽 사람들도 모두 운다. 이튿날 구름이 걷히고 바람이 자며 물결이 잔잔해진다. 군대는 무사히 노수를 건넌다.

공명은 맹획에게 정사에 힘쓰고 백성을 잘 돌보고 농사를 놓치지 말라고 당부한 뒤 돌려보낸다. 성도에 이르자 후주 유선이 성 밖 삼십 리까지 나와 길가에 서서 기다린다. 공명은 황급히 수레에서 내려 길에 엎드린다. 남쪽을 빨리 평정하지 못해 폐하께 걱정을 끼친 것은 신의 죄입니다.

새끼 사슴을 쏘지 않은 아이

위에서는 조비가 황제가 된 지 칠 년째다.

조비가 사냥을 나가 어미 사슴을 쏘아 쓰러뜨리고, 열다섯 살 아들 조예에게 새끼를 쏘라고 한다. 조예는 말 위에서 운다. 폐하께서 이미 그 어미를 죽이셨는데 어찌 차마 그 새끼까지 죽이겠습니까. 조비는 활을 땅에 던진다. 내 아들은 참으로 어진 임금이 되겠구나.

그해 여름 조비는 병이 깊어진다. 조비는 조진과 진군, 사마의를 침상으로 불러 조예를 가리키며 잘 보좌하라고 하고 숨을 거둔다. 마흔이었다. 조예가 황제가 되자 사마의는 서쪽의 옹주와 양주를 지키겠다고 청하고, 그 두 주의 군사를 맡는다.

한 장의 포고문

소식을 들은 공명은 크게 놀란다. 조비가 죽고 어린 조예가 섰으니 나머지는 걱정할 것이 없다. 그러나 사마의는 꾀가 깊은데, 그가 옹주와 양주의 군사를 다 길러 놓으면 촉의 큰 걱정이 된다. 먼저 군사를 일으켜 치는 것이 낫겠다.

마속이 말린다. 승상께서 남쪽에서 막 돌아오셔서 군사가 지쳤으니 지금은 돌보아야 할 때입니다. 그러고는 다른 길을 낸다. 조예는 본래 사마의를 의심하고 꺼립니다. 낙양과 업에 사마의가 반역하려 한다는 소문을 퍼뜨리고, 그의 이름으로 포고문을 써서 여기저기 붙이십시오. 공명은 그 꾀를 따른다.

업성 문에 포고문이 붙는다. 사마의의 이름으로, 조예가 덕이 없어 자리를 더럽히고 있으니 하늘의 뜻에 따라 군사를 일으키겠다는 글이다. 조예는 얼굴빛이 변한다. 화흠은 태조가 사마의를 두고 매처럼 노려보고 이리처럼 돌아보니 병권을 맡기지 말라고 했다고 아뢴다.

대장군 조진이 막아선다. 선제께서 사마의를 포함한 신들 여럿에게 아드님을 맡기셨으니, 그에게 딴마음이 없음을 아신 것입니다. 진짜인지 모르는데 군사를 보내면 오히려 반역으로 내모는 것이고, 촉이나 오의 이간질일 수도 있습니다. 조진은 황제가 안읍으로 나가 사마의가 어떻게 맞이하는지 보자고 한다.

사마의는 영문을 모른 채 천자에게 위엄을 보이려고 갑옷 입은 군사 수만을 이끌고 맞으러 나온다. 그것이 반역의 증거가 된다.

조휴가 앞을 막고 꾸짖자 사마의는 온몸에 땀을 흘리며 군사를 물리고 조예의 수레 앞에 엎드려 운다. 이것은 오나 촉의 간사한 꾀입니다. 군사를 조금만 주시면 촉을 깨뜨려 신의 마음을 밝히겠습니다. 조예는 망설이다 화흠의 말대로 그의 벼슬을 거두고 고향으로 돌려보낸다.

신 량이 아룁니다

소식을 들은 공명은 크게 기뻐한다. 위를 치려 한 지 오래지만 사마의가 있어 망설였는데 이제 걱정할 것이 없다. 이튿날 아침 공명은 후주 앞에 나아가 출사표를 올린다.

글은 선제가 나라를 세우는 일을 반도 마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는 말로 시작한다. 천하는 셋으로 나뉘었고 익주는 지쳐 있으니 지금은 살아남느냐 망하느냐가 걸린 때다. 그런데도 궁 안의 신하들은 게으르지 않고 밖의 장수들은 몸을 잊고 싸운다. 선제께 받은 대우를 폐하께 갚으려 하기 때문이다.

공명은 후주에게 귀를 열고, 스스로를 낮추어 바른말이 들어올 길을 막지 말라고 한다. 궁중과 승상부는 한 몸이니 상과 벌을 다르게 하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이름을 든다. 궁중의 일은 크든 작든 시중 곽유지와 비위, 시랑 동윤에게 물은 뒤에 행하라. 군영의 일은 크든 작든 장군 향총에게 물으라.

親賢臣 遠小人 此先漢所以興隆也

친현신 원소인 차선한소이흥륭야

어진 신하를 가까이하고 소인을 멀리한 것, 이것이 앞선 한나라가 일어난 까닭입니다. (91회)

소인을 가까이하고 어진 신하를 멀리한 것이 뒤의 한나라가 기운 까닭이라고 공명은 이어 쓴다. 선제께서 살아 계실 때 신과 이 일을 이야기할 때마다 환제와 영제를 두고 탄식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세 번 찾아온 은혜

공명은 자기 이야기를 한다. 신은 본래 베옷을 입고 남양에서 밭을 갈며 난세에 목숨이나 지키려 했다. 제후들에게 이름이 알려지기를 바라지 않았다. 선제께서는 신을 하찮게 여기지 않고 몸을 굽혀 세 번이나 초가로 찾아와 세상일을 물으셨다. 신은 그 일에 감격해 선제를 위해 달리겠다고 약속했다.

그 뒤 패한 군대 속에서 일을 맡고 위태로운 때에 명을 받든 지 스물한 해가 되었다. 선제께서는 신이 조심스러운 것을 아시고 세상을 떠나실 때 큰일을 맡기셨다. 신은 밤낮으로 그 부탁을 이루지 못해 선제의 밝은 눈을 욕되게 할까 두려웠다.

그래서 오월에 노수를 건너 풀도 나지 않는 땅 깊이 들어갔다.

이제 남쪽은 평정되었고 군사와 무기가 넉넉하다. 마땅히 삼군을 이끌고 북쪽으로 가서 중원을 평정하고, 한실을 되살려 옛 도읍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이 신이 선제께 갚고 폐하께 충성하는 일이다. 바른말을 올리는 것은 곽유지와 비위, 동윤의 몫이다. 신이 적을 치는 일을 이루지 못하면 신의 죄를 다스리고, 그들이 바른말을 올리지 않으면 그들의 잘못을 꾸짖으라.

공명은 마지막에 쓴다. 폐하께서도 스스로 꾀하시어 좋은 길을 묻고 바른말을 받아들이시며 선제의 유조를 깊이 따르십시오. 이제 멀리 떠나며 이 글을 앞에 두고 눈물이 흘러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늘의 기운

후주가 글을 읽고 말한다. 상부께서 남쪽을 치느라 먼 길을 고생하셨습니다. 돌아와 자리에 앉기도 전에 또 북쪽으로 가려 하시니 몸이 상할까 걱정입니다. 공명이 대답한다. 신은 선제께 아드님을 부탁받은 뒤로 밤낮 게으른 적이 없습니다. 남쪽이 평정되어 안을 걱정할 일이 없으니, 이때 적을 치지 않으면 언제를 기다리겠습니까.

태사 초주가 나선다. 밤에 하늘을 보니 북쪽의 기운이 한창이고 별이 더 밝으니 아직 도모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명이 대답한다. 하늘의 도는 늘 바뀌는 것이니 어찌 거기에 얽매이겠소. 일단 한중에 군사를 두고 움직임을 본 뒤에 나아가겠소.

공명은 곽유지와 동윤, 비위를 시중으로 남겨 궁중의 일을 맡기고, 향총에게 궁을 지키는 군사를 맡긴다. 장예에게는 승상부의 일을, 초주에게는 하늘을 살피는 일을 맡긴다. 성도에 남아 나라 안의 일을 함께 다스릴 관원이 백여 명이다.

늙은 장수의 고집

장수들을 나누어 맡기고 날을 정했을 때 한 늙은 장수가 소리를 높이며 들어온다. 내가 비록 늙었지만 염파의 용기와 마원의 씩씩함이 아직 있다. 그 두 옛사람도 늙음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어찌 나를 쓰지 않는가. 조운이다.

공명은 마초가 병으로 죽은 일을 꺼낸다. 팔 하나를 잃은 것 같아 아까웠다. 장군은 나이가 많으니 혹시 잘못이 생기면 평생의 이름이 흔들리고 촉의 기세가 꺾인다. 조운은 물러서지 않는다.

내가 선제를 따른 뒤로 싸움에서 물러선 적이 없고 적을 만나면 앞장섰다. 대장부가 싸움터에서 죽는 것은 다행이니 무엇을 한하겠는가.

공명이 거듭 말리자 조운이 말한다. 선봉을 맡기지 않으면 이 섬돌에 머리를 부딪쳐 죽겠다. 공명은 한 사람이 함께 가야 한다고 하고, 등지가 나선다. 건흥 오년 봄, 후주는 백관을 이끌고 북문 밖 십 리까지 나와 공명을 보낸다.

위의 조정에서는 하후연의 아들 하후무가 나선다. 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는 것이다. 사도 왕랑은 그가 한 번도 싸워 본 적이 없다고 말리지만, 조예는 그를 대도독으로 삼아 관서의 군사를 맡긴다.

공명은 노수에서 산 사람 대신 밀가루를 바쳤고, 마속의 꾀를 따라 칼이 아니라 종이 한 장으로 사마의를 물리쳤다. 떠나며 올린 글에서 공명은 북쪽으로 가는 까닭을 선제의 은혜로 말했다.

그리고 남는 어린 황제에게 물어볼 사람의 이름을 적어 주었다.

고마운 사람에게 갚는 방법을 내가 정할 때, 그 사람이 바랐을 방법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