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의 장로가 서천의 마흔한 고을을 차지하려 한다는 소식에 익주 목 유장은 크게 걱정한다. 그때 별가 장송이 나선다. 키는 다섯 자가 안 되고 이마는 튀어나오고 코는 낮고 이가 드러났지만, 목소리는 구리 종처럼 울리는 사람이다. 저에게 세 치 혀가 있으니 장로가 감히 서천을 넘보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장송이 말한다. 허도의 조조는 여포와 두 원씨를 없애고 근래에는 마초까지 깨뜨려 천하에 적이 없습니다. 제가 예물을 가지고 허도로 가서 조조에게 군사를 일으켜 한중을 치게 하겠습니다. 그러면 장로는 막기에 바빠 서천을 넘보지 못할 것입니다. 유장은 크게 기뻐하며 금과 진주와 비단을 갖추어 그를 보낸다.
장송은 길을 떠나기 전에 서천의 지리를 그린 지도를 몰래 그려 품속에 넣는다. 그는 종자 몇 사람만 데리고 허도로 간다. 형주에서는 이 소식을 들은 공명이 사람을 허도로 보내 동정을 살피게 한다.
사흘 기다린 사자
허도의 조조는 마초를 깨뜨리고 돌아온 뒤로 거만해져 날마다 잔치를 열고, 나랏일은 모두 승상부에서 의논한다. 장송은 사흘 동안 승상부 앞에서 기다린 끝에야 이름을 들일 수 있었고, 그것도 곁의 사람들에게 뇌물을 준 뒤였다.
조조가 묻는다. 너의 주인 유장은 여러 해 동안 공물을 바치지 않았는데 무슨 까닭이냐? 장송이 길이 험하고 도적이 들끓어 오지 못했다고 하자 조조가 꾸짖는다. 내가 중원을 깨끗이 쓸었는데 무슨 도적이 있단 말이냐.
장송이 답한다. 남쪽에는 손권이, 북쪽에는 장로가, 서쪽에는 유비가 있습니다. 적어도 갑옷 입은 군사를 십여만씩 거느렸으니 어찌 태평하다 하겠습니까.
조조는 처음부터 장송의 생김새가 볼품없어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말까지 거슬리자 소매를 떨치고 일어나 뒤채로 들어간다. 곁의 사람들이 사자로 와서 어찌 예를 모르고 대드느냐며 어서 돌아가라고 한다. 장송이 웃는다. 우리 서천에는 아첨하는 사람이 없소.
양수
그때 섬돌 아래서 한 사람이 크게 꾸짖는다. 너희 서천에는 아첨할 줄 모르는 사람만 있고 우리 중원에는 아첨하는 사람만 있다는 말이냐. 눈썹이 가늘고 얼굴이 희며 기운이 맑은 사람, 태위 양표의 아들로 승상부의 주부를 맡은 양수다. 그는 널리 배우고 말을 잘하며 식견이 남다르다.
양수는 장송을 서원으로 데려가 서천의 풍토와 인물을 묻는다. 장송은 비단강의 험함과 검각의 웅장함, 해마다 물난리도 가뭄도 없는 기름진 땅을 늘어놓는다. 문장에는 사마상여가 있고 무예에는 복파 장군이 있으며, 자기 같은 사람은 수레에 싣고 말로 될 만큼 많다고 한다.
장송이 묻는다. 공은 대대로 높은 벼슬을 지낸 집안이라 들었는데 어찌 조정에서 천자를 돕지 않고 승상부의 아전 노릇을 하시오? 양수는 얼굴이 붉어져 승상께서 군사와 정사와 돈과 곡식의 무거운 일을 맡기시고 늘 가르쳐 주시기에 이 자리에 있다고 한다.
장송이 웃는다. 조 승상은 글로는 공자와 맹자의 도에 밝지 못하고 무예로는 손자와 오자의 꾀에 통하지 못한 채 힘으로만 높은 자리에 앉았다고 들었소. 무엇을 가르친단 말이오?
한 번 보고 외운 책
양수는 변방에 사는 사람이 승상의 큰 재주를 어찌 알겠느냐며 상자에서 책 한 권을 꺼내 보인다. 제목은 맹덕신서다. 장송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훑어본다. 모두 열세 편으로, 군사를 쓰는 요긴한 법이 적혀 있다.
양수가 승상께서 옛것과 지금을 헤아려 손자 열세 편을 본떠 지으신 책이라며 이것이 후세에 전할 만하지 않으냐고 묻는다. 장송이 크게 웃는다. 이 책은 우리 서천의 세 자 어린아이도 외우는데 무엇이 새 책이란 말이오. 전국 시대 무명씨가 지은 것을 조 승상이 훔쳐 제 것으로 삼았으니 그대나 속일 수 있을 뿐이오.
양수가 승상께서 몰래 간직해 아직 세상에 전하지 않은 책인데 어찌 속이느냐고 한다. 장송은 믿지 못하겠거든 외워 보겠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외운다. 양수가 크게 놀란다. 공은 한 번 보면 잊지 않으니 참으로 천하의 기이한 인재요.
양수가 조조에게 들어가 아뢴다. 승상께서는 예형도 품으셨는데 어찌 장송은 품지 않으십니까. 그 사람은 승상의 책을 한 번 보고 외웠고, 그것이 전국 시대 무명씨의 책이라 서천 아이들이 다 외운다고 합니다. 조조는 옛사람과 내 생각이 우연히 맞았나 보다 하고 그 책을 찢어 불태우게 한다.
진 싸움의 목록
조조는 장송에게 군대의 위세를 보여 서천에 돌아가 소문을 내게 하겠다며, 이튿날 서쪽 교장에 호위군 오만을 늘어세운다. 투구와 갑옷이 번쩍이고 북과 징이 하늘을 울린다. 조조가 장송에게 묻는다. 너희 서천에서 이런 영웅들을 본 적이 있느냐? 장송이 답한다. 우리 서천에서는 이런 병기를 본 적이 없고 다만 인의로 사람을 다스립니다.
조조가 얼굴빛을 바꾼다. 나는 천하의 쥐새끼 같은 무리를 풀잎처럼 본다. 내 대군이 이르는 곳에서는 싸우면 이기고 치면 빼앗는다. 나를 따르는 자는 살고 거스르는 자는 죽는다는 것을 아느냐?
장송이 말한다. 승상께서 싸우면 이기고 치면 빼앗는 것은 저도 압니다. 지난날 복양에서 여포를 치실 때와 완성에서 장수와 싸우실 때가 그랬지요.
적벽에서 주랑을 만나시고 화용에서 관우를 만나신 일, 동관에서 수염을 자르고 도포를 버리신 일, 위수에서 배를 빼앗기고 화살을 맞을 뻔하신 일이 모두 천하에 적이 없다는 것이겠지요.
조조가 크게 노한다. 썩은 선비가 감히 내 약점을 들추느냐. 조조는 그를 끌어내 베라 한다. 양수와 순욱이 먼 곳에서 공물을 바치러 온 사람을 베면 먼 곳 사람들의 마음을 잃는다고 말린다. 장송은 죽음을 면하고 몽둥이로 쫓겨난다.
형주로 돌아가는 길
장송은 그날 밤 성을 나서며 생각한다. 나는 본래 서천의 고을들을 조조에게 바치려 했는데 이렇게 사람을 업신여길 줄 누가 알았겠는가. 떠나올 때 유장 앞에서 큰소리를 쳤으니 빈손으로 돌아가면 서천 사람들의 웃음을 살 것이다. 형주의 유현덕이 어질고 의롭다는 소문을 오래 들었으니, 그 길로 돌아가며 어떤 사람인지 보아야겠다.
장송 일행이 영주의 경계에 이르자 기병 오백여 기가 나타나고, 앞장선 장수가 말에서 내린다. 조운이 오래 기다렸습니다. 주공 유현덕께서 대부께서 먼 길을 오셨다며 술과 음식을 올리라 하셨습니다. 군사들이 무릎을 꿇고 술을 올리고, 장송은 사람들이 유현덕이 너그럽고 손님을 아낀다더니 과연 그렇다고 생각한다.
형주 경계의 객관에 이르니 문밖에 백여 명이 늘어서서 북을 치며 맞는다. 한 장수가 말 앞에서 예를 갖춘다. 형님의 명을 받들어 관 아무개가 객관을 쓸고 기다렸습니다. 관우와 조운은 밤이 깊도록 정성껏 술을 권한다.
사흘 동안 꺼내지 않은 이야기
이튿날 아침 몇 리를 못 가 유비가 복룡과 봉추를 데리고 몸소 마중을 나온다. 유비는 멀리서 장송을 보자 먼저 말에서 내려 기다린다. 대부의 높은 이름을 우레처럼 들었으나 구름 덮인 산이 멀어 가르침을 듣지 못해 한스러웠습니다. 잠시 우리 고을에 머물러 주시면 큰 다행이겠습니다.
술자리에서 유비는 한가한 이야기만 하고 서천 이야기는 꺼내지 않는다. 장송이 떠본다. 황숙께서는 형주 말고 몇 군을 가지셨습니까? 공명이 답한다. 형주는 동오에게 잠시 빌린 땅이라 늘 돌려 달라는 사람이 옵니다. 우리 주공이 동오의 사위라 잠시 몸을 두고 있을 뿐입니다.
방통이 말한다. 우리 주공은 한 황실의 숙부인데도 고을 하나 차지하지 못하고, 다른 자들은 모두 한나라의 좀벌레인데도 힘만 믿고 땅을 차지합니다.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불평할 일입니다.
유비가 말린다. 두 분은 그만두시오. 나에게 무슨 덕이 있다고 더 바라겠소.
유비는 장송을 사흘 동안 붙잡아 잔치를 열면서도 끝내 서천 이야기는 꺼내지 않는다. 떠나는 날 유비는 십 리 밖 장정에서 송별연을 연다. 유비가 잔을 들고 말한다. 대부께서 저를 버리지 않으시고 사흘을 머물러 주셨는데 오늘 헤어지면 언제 다시 가르침을 들을지 모르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유비는 눈물을 흘린다.
오늘, 소매에서 나온 지도
장송은 속으로 생각한다. 현덕이 이토록 너그럽고 선비를 아끼니 어찌 버리겠는가. 그는 형주는 동쪽에 손권이, 북쪽에 조조가 노려 오래 머물 땅이 아니라고 말한다. 익주는 험한 요새에 기름진 들이 천 리이고, 지혜로운 선비들이 황숙의 덕을 오래 우러렀다고 한다. 형주와 양양의 무리를 일으켜 서쪽으로 가시면 패업을 이루고 한실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유비가 말한다. 제가 어찌 감히 그것을 감당하겠습니까. 유익주도 황실의 종친이고 오래 촉에 은혜를 베풀었는데 남이 어찌 흔들 수 있겠습니까.
某非賣主求榮 今遇明公 不敢不披瀝肝膽
모비매주구영 금우명공 불감불피력간담
저는 주인을 팔아 영화를 구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제 밝은 주공을 만났으니 간과 쓸개를 다 드러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60회)
장송이 이어서 말한다. 유계옥은 익주를 가졌지만 성품이 어둡고 약해 어진 이를 쓸 줄 모릅니다. 북쪽에서 장로가 노리니 사람들의 마음이 흩어져 밝은 주인을 바랍니다. 저는 이번에 조조에게 마음을 바치러 갔다가 그가 어진 이를 업신여기는 것을 보고 일부러 주공을 뵈러 왔습니다.
유비는 그대의 두터운 뜻은 고맙지만 유계옥은 나와 같은 종친이라 치면 천하가 손가락질할 것이라고 한다. 장송이 말한다. 대장부가 세상에 나서 공을 세우려면 먼저 채찍을 들어야 합니다. 지금 취하지 않으면 남이 취할 것이니 그때 뉘우쳐도 늦습니다. 유비가 촉으로 가는 길은 험해 수레도 말도 나란히 다닐 수 없다던데 취하려 한들 무슨 방도가 있겠느냐고 묻는다.
장송은 소매에서 지도 한 장을 꺼내 유비에게 건넨다. 주공의 덕에 감복해 이 지도를 바칩니다. 보시면 촉의 길을 아실 것입니다. 유비가 펼쳐 보니 길의 멀고 가까움과 넓고 좁음, 산과 내의 험한 곳, 창고의 돈과 곡식까지 낱낱이 적혀 있다. 장송은 자기에게 마음을 같이하는 벗이 둘 있으니 그들이 형주에 오면 함께 의논하라고 한다. 유비가 두 손을 모은다. 푸른 산이 늙지 않고 맑은 물이 길이 흐르듯, 뒷날 일이 이루어지면 반드시 두텁게 갚겠습니다.
조조는 장송의 생김새를 보고 박대했고, 장송은 조조가 진 싸움을 줄줄이 늘어놓아 몽둥이로 쫓겨났다. 유비는 사흘 동안 서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고, 같은 종친을 칠 수 없다고 했다. 지도는 조조 앞에서는 나오지 않았고 유비 앞에서는 장송의 소매에서 나왔다.
처음 만난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했다가 나중에 생각이 바뀐 적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