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닭갈비

형주 7, 너무 잘 읽은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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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의 정군산에서 노장 황충이 법정과 함께 하후연과 맞선다. 법정은 정군산 서쪽의 높은 산을 먼저 빼앗게 하고, 자기는 산꼭대기에서 깃발로 신호하겠다고 한다. 흰 깃발이 오르면 움직이지 말고, 붉은 깃발이 오르면 내려가 치십시오. 하후연의 군사는 산을 에워싸고 욕을 퍼붓다 한낮이 지나자 지쳐 말에서 내려앉는다. 붉은 깃발이 오르고, 황충은 산 아래로 짓쳐 내려가 하후연을 단칼에 벤다.

대군을 이끌고 남정에 머물던 조조는 하후연을 잃자 몸소 한수로 나온다. 공명은 조운에게 군사 오백을 주어 한수 상류의 흙산 아래에 숨게 한다. 밤마다 포 소리가 나면 북과 나팔만 울리고 나가 싸우지는 말라는 것이다. 조조의 군사는 기습인 줄 알고 뛰쳐나왔다가 아무도 없어 돌아가기를 사흘 밤 되풀이한다.

조조는 겁이 나서 진을 삼십 리 뒤로 물린다.

공명은 유비에게 한수를 등지고 진을 치게 한다. 싸움이 붙자 촉의 군사는 진영과 말과 무기를 길에 버리고 달아나고, 조조는 그것을 보고 의심이 들어 군사를 거둔다. 물을 등지고 진을 친 것이 수상하고, 말과 무기를 버린 것이 수상하다. 조조가 군사를 돌리는 순간 사방에서 촉의 군사가 쏟아져 나오고, 남정까지 빼앗긴 조조는 양평관으로 달아난다. 공명이 말한다. 조조는 평생 의심이 많아서, 군사를 잘 써도 의심하면 많이 집니다. 저는 의심하게 만드는 군사로 이겼습니다.

먹자니 살이 없고

양평관마저 불타자 조조는 사곡 어귀까지 물러나 진을 친다. 나아가자니 마초가 길을 막고, 군사를 거두자니 촉의 군사에게 웃음거리가 될까 두렵다. 조조는 마음을 정하지 못한 채 여러 날을 보낸다.

어느 저녁 요리하는 관리가 닭국을 올린다. 그릇 안의 닭갈비를 보던 조조는 무언가 느끼는 바가 있어 생각에 잠긴다. 그때 하후돈이 장막에 들어와 오늘 밤의 암호를 묻는다. 조조가 무심코 말한다. 계륵이다, 계륵.

하후돈은 장수들에게 오늘 밤 암호가 계륵이라고 전한다. 행군 주부 양수는 그 두 글자를 듣자 따르는 군사들에게 짐을 꾸려 돌아갈 채비를 하게 한다.

놀란 하후돈이 양수를 불러 묻는다. 공은 어찌 짐을 싸시오? 양수가 말한다. 오늘 밤의 암호를 들으니 위왕께서 머지않아 군사를 물리실 것을 알겠습니다.

雞肋者 食之無味 棄之可惜

계륵자 식지무미 기지가석

닭갈비란 먹자니 맛이 없고 버리자니 아까운 것입니다. (72회)

양수는 말을 잇는다. 지금 나아가도 이길 수 없고 물러나면 남이 비웃을까 두려우니, 여기 있어 봐야 이로울 것이 없습니다. 내일이면 위왕께서 군사를 돌리실 테니 떠날 때 허둥대지 않으려고 미리 짐을 싸는 것입니다. 하후돈은 공이 참으로 위왕의 속을 아는구려 하며 자기도 짐을 꾸린다. 진중의 장수들이 모두 돌아갈 채비를 한다.

밤의 진영

그날 밤 조조는 마음이 어지러워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는 쇠도끼를 들고 홀로 진영을 돈다. 하후돈의 진영에 이르니 군사들이 저마다 짐을 꾸리고 있다.

조조가 크게 놀라 하후돈을 불러 까닭을 묻자, 하후돈은 주부 양수가 대왕께서 돌아가시려는 뜻을 먼저 알았다고 한다. 조조가 양수를 불러 묻고, 양수는 계륵의 뜻으로 대답한다.

조조가 크게 노한다. 네가 어찌 감히 헛소문을 지어 내 군심을 어지럽히느냐. 그는 도부수에게 양수를 끌어내 베게 하고, 그 머리를 진영 문밖에 내건다.

문에 쓴 한 글자

양수는 재주를 믿고 거리낌이 없어서 여러 번 조조의 꺼리는 데를 건드렸다.

조조가 정원을 하나 만들었을 때의 일이다. 다 지은 정원을 둘러본 조조는 좋다 나쁘다 말없이 문에 활(活) 자 하나만 쓰고 가 버린다. 아무도 그 뜻을 몰랐는데 양수가 말한다. 문(門) 안에 활 자를 넣으면 넓을 활(闊) 자가 된다. 승상께서는 정원 문이 넓은 것을 싫어하시는 것이다. 문을 다시 좁게 고치자 조조는 크게 기뻐하며 누가 내 뜻을 알았느냐고 묻는다. 양수라는 말을 듣고 조조는 칭찬했지만 속으로는 몹시 꺼린다.

또 한번은 북쪽 변방에서 우유 과자 한 합이 올라왔다. 조조가 합 위에 일합소(一合酥), 곧 과자 한 합이라고 써서 책상에 올려 두었다. 들어와 그것을 본 양수는 숟가락을 가져와 사람들과 나누어 먹는다. 조조가 까닭을 묻자 양수가 말한다. 합(合) 자를 풀면 사람 인(人), 한 일(一), 입 구(口)이니, 한 사람이 한 입씩 먹으라고 분명히 쓰셨는데 어찌 승상의 명을 어기겠습니까. 조조는 웃었지만 속으로는 미워한다.

조조는 누가 몰래 해칠까 두려워 곁의 사람들에게 이른다. 나는 꿈속에서 사람을 잘 죽이니 내가 잠들면 가까이 오지 마라. 어느 낮, 잠든 조조의 이불이 땅에 떨어지자 시종 하나가 서둘러 덮어 준다. 조조는 벌떡 일어나 칼로 그를 베고 다시 잠든다.

한참 뒤 일어난 조조는 누가 내 시종을 죽였느냐고 놀란 척 묻고, 사실을 듣자 통곡하며 후하게 장사 지내게 한다. 사람들은 조조가 정말 꿈속에서 사람을 죽인다고 믿었다. 양수만이 장례 때 관을 가리키며 탄식한다. 승상께서 꿈속에 계셨던 것이 아니라 그대가 꿈속에 있었던 것이오. 조조는 이 말을 듣고 더욱 그를 미워한다.

세자 자리

조조의 셋째 아들 조식은 양수의 재주를 아껴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조조가 조식을 세자로 세울까 의논하자 맏아들 조비가 그 일을 알아챈다. 조비는 몰래 오질을 큰 상자에 숨겨 비단이라 속이고 집으로 들여 의논한다. 양수가 이 일을 조조에게 알리자 조비는 이튿날 정말 비단만 담은 상자를 들여보낸다. 조조는 도리어 양수가 조비를 모함한다고 의심한다.

조조는 두 아들의 재간을 시험하려고 둘에게 업성 문을 나가라 하고, 몰래 문지기에게는 내보내지 말라고 이른다. 먼저 간 조비는 막혀서 돌아온다. 조식이 묻자 양수가 말한다. 왕명을 받들고 나가는데 막는 자가 있으면 베면 됩니다. 조식은 문지기를 베고 나가고, 조조는 조식이 유능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나중에 그것이 양수가 가르친 일이라는 말을 듣고 크게 노한다.

양수는 조식을 위해 조조가 물을 만한 것들에 대한 답을 열 가지 넘게 미리 써 주기도 했다. 조조가 나랏일을 물을 때마다 조식은 막힘없이 대답했고, 조조는 속으로 이상하게 여겼다. 조비가 조식의 곁 사람을 매수해 그 답안을 훔쳐 오자 조조는 크게 노한다. 하찮은 놈이 어찌 감히 나를 속이느냐. 이때 이미 조조에게는 양수를 죽일 마음이 있었고, 계륵의 밤에 군심을 어지럽혔다는 죄를 빌린 것이다.

양수가 죽은 해는 그의 나이 서른넷이었다.

부러진 앞니

조조는 양수를 벤 뒤 하후돈에게도 성낸 척하다가 장수들의 만류로 그만두고, 이튿날 군사를 사곡 어귀 밖으로 낸다. 위연이 길을 막아서고, 싸움이 한창일 때 조조의 진영에 불이 오른다. 마초가 진영 둘을 기습한 것이다.

조조가 높은 언덕에 말을 세우고 싸움을 지켜보는데, 갑자기 한 무리가 앞으로 들이닥친다. 위연이 여기 있다. 위연이 쏜 화살이 조조의 얼굴에 맞고, 조조는 몸을 뒤집으며 말에서 떨어진다. 위연이 칼을 들고 언덕을 오르는 순간 방덕이 뛰어들어 위연을 물리치고 조조를 지킨다.

진영으로 돌아온 조조는 앞니 둘이 부러져 있었다. 그제야 양수의 말을 떠올린 조조는 양수의 시신을 거두어 후하게 장사 지내게 하고, 곧 군사를 물리라고 명한다. 방덕에게 뒤를 끊게 하고, 조조는 수레에 누운 채 사곡을 빠져나간다.

양수는 계륵이라는 두 글자에서 조조가 아직 입 밖에 내지 않은 결정을 읽었다. 그는 그 결정을 조조보다 먼저 장수들에게 퍼뜨렸다. 조조는 그날 밤 양수를 베었고, 이튿날 그 결정대로 군사를 물렸다.

옳은 말을 했는데 말한 때가 잘못이어서 곤란해진 적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