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옥새를 품고 맹세하다

난세 4, 우물에서 건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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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뢰관에서 밀려난 여포가 관 위로 돌아가자, 여덟 제후는 세 형제를 불러 공을 치하한다. 원소는 손견에게 다시 나아가라는 격문을 보낸다.

손견은 정보와 황개를 데리고 원술의 진영으로 간다. 그는 지팡이로 땅을 그으며 따진다. 동탁과 나는 본래 원수진 일이 없소. 내가 몸을 돌보지 않고 화살과 돌을 무릅쓴 것은 위로는 나라를 위해 도적을 치려는 것이었소. 아래로는 장군 집안의 원수를 갚으려는 것이었소. 그런데 장군은 참언을 듣고 군량을 보내지 않아 내가 지게 만들었으니 마음이 편하시오? 원술은 할 말이 없어 참언한 자를 베어 사과한다.

진영으로 돌아온 손견에게 동탁의 장수 이각이 찾아온다. 동탁에게 딸이 있으니 손견의 아들과 혼인을 맺자는 것이었다. 손견은 크게 노해 동탁의 구족을 멸할 생각뿐이라며 그를 쫓아낸다.

낙양을 태우다

이각의 보고를 들은 동탁에게 이유가 말한다. 온후가 막 졌으니 군사들이 싸울 마음이 없습니다. 낙양으로 돌아가 황제를 장안으로 옮기는 편이 낫습니다.

그는 요즘 거리에서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를 든다. 서쪽에도 한, 동쪽에도 한, 사슴이 장안으로 들어가야 어려움이 없으리. 서쪽의 한은 장안에서 열두 황제가 이어진 앞의 한이라고 이유는 풀이한다. 동쪽의 한은 낙양에서 다시 열두 황제가 이어진 지금의 한이다. 이제 하늘의 운이 돌아왔으니 장안으로 가야 탈이 없다는 것이다. 동탁은 크게 기뻐한다.

조정에 신하들을 모아 놓고 동탁이 도읍을 옮기겠다고 하자, 사도 양표와 태위 황완, 사공 순상이 차례로 막아선다. 관중은 이미 무너져 거칠고, 까닭 없이 종묘와 황릉을 버리면 백성이 놀란다는 것이다. 동탁은 셋을 그 자리에서 벼슬에서 내쫓는다.

수레에 오르려는 동탁 앞에 상서 주비와 성문교위 오경이 와서 절한다. 그들도 도읍을 옮기는 일을 말리러 온 것이었다. 동탁은 두 사람이 원소를 감싸 주자고 했던 일을 들춰 원소와 한패라며 성문 밖에서 목을 베게 한다.

도읍을 옮기는 데는 돈이 필요했다. 이유의 말에 따라 동탁은 낙양의 부잣집 수천 곳을 역적의 무리라 몰아 재물을 빼앗는다. 이각과 곽사는 낙양 백성 수백만을 몰아 장안으로 향한다. 길에서 쓰러져 구렁에 묻힌 사람은 셀 수도 없었다.

떠나기 전 동탁은 성문마다 불을 놓게 한다. 백성의 집과 종묘와 관청이 타고, 남궁과 북궁의 불길이 하나로 이어진다. 여포는 황제와 황후들의 능을 파헤쳐 보물을 꺼낸다. 동탁은 금과 구슬과 비단을 실은 수레 수천 대와 함께 황제와 후비들을 끌고 장안으로 떠난다.

아이들과는 일을 꾀할 수 없다

사수관을 지키던 동탁의 장수가 관을 바치고, 제후들이 잇달아 낙양으로 들어간다. 이삼백 리 사이에 닭 울음도 개 짖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조조가 원소에게 말한다. 동탁이 궁궐을 태우고 천자를 끌고 가 온 천하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하늘이 그를 망하게 하는 때이니 한 번 싸우면 천하가 정해집니다. 그런데 어찌 군사를 움직이지 않으십니까.

원소는 군사들이 지쳤다고 하고, 제후들도 가볍게 움직일 수 없다고 한다. 조조가 크게 노한다. 이런 아이들과는 일을 꾀할 수 없다. 그는 자기 군사 만여 명만 이끌고 밤길로 동탁을 쫓는다.

형양에 이르렀을 때, 이유의 계책대로 여포가 뒤를 막고 기다리고 있다. 이각과 곽사가 양옆에서 들이치자 조조의 군대는 크게 지고 형양으로 달아난다. 밤이 깊어 겨우 남은 군사를 모으는데, 숨어 있던 태수 서영의 군대가 사방에서 일어난다.

조조는 어깨에 화살을 맞고 달아나다, 풀숲에 엎드려 있던 군사 둘의 창에 말이 쓰러져 붙잡힌다. 그때 한 장수가 달려와 두 군사를 베고 조조를 일으킨다. 사촌 아우 조홍이다.

조조가 말한다. 나는 여기서 죽을 것이니 너는 어서 가거라. 조홍이 말한다. 형님은 어서 말에 오르십시오. 저는 걸어가겠습니다. 적이 쫓아오면 너는 어쩌려느냐는 물음에 조홍이 답한다. 천하에 홍은 없어도 되지만 형님은 없어서는 안 됩니다.

조홍은 갑옷을 벗고 칼을 끌며 조조의 말을 따라 걷는다. 큰 강이 길을 막자 그는 조조를 업고 물을 건넌다. 날이 밝아 다시 쫓기던 참에 하후돈과 하후연이 달려와 서영을 물리친다. 조조는 남은 군사 오백여 명과 함께 하내로 돌아간다.

건장전 터의 밤

손견은 낙양의 남은 불을 끄고 불탄 건장전 터에 진을 친다.

그는 군사들에게 궁궐의 깨진 기와를 치우게 하고, 동탁이 파헤친 능묘를 모두 다시 덮게 한다. 태묘 터에는 세 칸짜리 집을 지어 제후들과 함께 역대 황제의 신위를 모시고 제사를 지낸다.

그날 밤 별과 달이 함께 빛난다. 손견은 칼을 짚고 한데 앉아 하늘을 올려다본다. 황제의 자리를 뜻하는 자미원에 흰 기운이 가득하다. 손견이 탄식한다. 황제의 별이 밝지 않으니 도적 같은 신하가 나라를 어지럽히고 백성이 도탄에 빠져 도성이 텅 비었구나. 말을 마치자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우물의 오색 빛

곁에 있던 군사가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전각 남쪽 우물에서 오색 빛이 일어납니다.

손견이 횃불을 밝혀 우물을 뒤지게 한다. 건져 올린 것은 한 궁녀의 시신이었다. 오래되었는데도 썩지 않았고, 궁중의 옷차림에 목에는 비단 주머니가 걸려 있었다. 주머니를 열자 붉은 작은 상자가 금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상자 안에는 옥새 하나가 들어 있다. 사방 네 치에 다섯 마리 용이 얽혀 손잡이를 이루었고, 한 모서리가 깨져 금으로 메워져 있다. 아래에는 전서로 여덟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하늘에서 명을 받았으니, 오래도록 번창하리라.

손견이 정보에게 묻는다. 정보가 말한다. 이것은 나라를 전하는 옥새입니다.

정보는 그 내력을 들려준다. 옛날 변화가 형산 아래서 봉황이 앉았던 돌을 초 문왕에게 바쳐 그 안에서 옥이 나왔다. 진시황이 그것으로 옥새를 만들게 했고, 이사가 여덟 글자를 새겼다. 한 고조에게 넘어간 뒤, 왕망이 나라를 빼앗을 때 태후가 그것을 던져 한 모서리가 깨졌다. 광무제가 다시 얻어 지금까지 전해졌다. 십상시의 난 때 소제가 북망산으로 끌려간 뒤로 사라졌던 것이다.

정보가 덧붙인다. 지금 하늘이 이것을 주공께 주셨으니, 반드시 황제의 자리에 오르실 분수가 있습니다. 이곳에 오래 머물 수 없으니 어서 강동으로 돌아가 따로 큰일을 도모하셔야 합니다.

손견이 말한다. 그대의 말이 내 뜻과 꼭 맞소. 내일 병을 핑계로 작별하고 돌아가겠소. 그는 군사들에게 이 일을 절대 새어 나가게 하지 말라고 몰래 일러둔다.

공의 병은 옥새를 앓는 것이오

그런데 그 군사들 가운데 원소와 고향이 같은 사람이 하나 있었다. 이 일로 출세할 생각에 그는 밤에 진영을 빠져나가 원소에게 알린다. 원소는 그에게 상을 주고 몰래 자기 군중에 둔다.

이튿날 손견이 원소에게 작별을 고하러 온다. 제가 병이 좀 나서 장사로 돌아가려 합니다.

원소가 웃는다. 공의 병은 옥새를 앓는 것이라는 걸 내가 알고 있소.

손견의 얼굴빛이 변한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원소가 말한다. 우리가 군사를 일으켜 도적을 친 것은 나라의 해를 없애려는 것이었소. 옥새는 조정의 보물이니, 얻었다면 모두 앞에서 맹주에게 맡겨 두었다가 동탁을 죽인 뒤 조정에 돌려보내야 하오. 그것을 숨기고 떠나려 하니 무엇을 하려는 것이오?

손견이 말한다. 옥새가 어찌 제게 있겠습니까. 원소가 묻는다. 건장전 우물에서 나온 물건은 어디 있소? 손견은 본래 그런 것이 없는데 어찌 억지로 몰아붙이느냐고 한다. 원소는 어서 꺼내 놓아야 스스로 화를 부르지 않는다고 한다.

손견이 하늘을 가리키며 맹세한다. 내가 그 보물을 얻어 몰래 숨겼다면,

異日不得善終 死於刀箭之下

이일부득선종 사어도전지하

뒷날 좋은 끝을 보지 못하고, 칼과 화살 아래 죽으리라. (6회)

제후들이 말한다. 문대가 이렇게까지 맹세하니 아마 없는 모양이오.

원소가 그 군사를 불러낸다. 우물을 뒤질 때 이 사람이 있지 않았소? 손견이 크게 노해 칼을 뽑아 군사를 베려 한다. 원소도 칼을 뽑는다. 그대가 저 군사를 베는 것은 나를 속이는 것이오.

원소 뒤에서 안량과 문추가 칼을 뽑고, 손견 뒤에서 정보와 황개와 한당이 칼을 잡는다. 제후들이 한꺼번에 나서서 말린다. 손견은 곧바로 말에 올라 진을 거두고 낙양을 떠난다.

원소는 크게 노해 편지 한 통을 써서 밤새 형주자사 유표에게 보낸다. 길에서 손견을 막고 옥새를 빼앗으라는 것이었다.

흩어지는 제후

이튿날 조조가 형양에서 크게 지고 돌아온다. 원소는 술자리를 마련해 그를 위로한다.

술을 마시다 조조가 탄식한다. 그는 처음에 자기가 그렸던 배치를 하나하나 말한다. 원소는 맹진과 산조로, 제후들은 성고를 지키며 험한 길목을 막고, 원술은 무관으로 들어가 장안 일대를 흔든다. 모두 해자를 깊게 파고 보루를 높이 쌓아 싸우지 않는다. 군사가 많은 것처럼 보여 천하에 형세를 드러내면, 바른 쪽이 그른 쪽을 치는 일이라 곧 정해졌을 것이라고. 지금 머뭇거리며 나아가지 않아 천하의 기대를 크게 저버렸으니 나는 부끄럽소.

원소와 제후들은 대답하지 못한다. 자리가 파하자, 조조는 저마다 딴마음을 품은 것을 보고 일이 되지 않을 줄 알아 자기 군사를 이끌고 양주로 떠난다.

공손찬도 유비와 관우, 장비에게 원소는 해낼 사람이 못 된다며 돌아가자고 한다. 그는 평원에 이르러 유비를 평원상으로 삼고 자기 땅으로 돌아간다. 연주 태수 유대는 동군 태수 교모에게 군량을 빌리다 거절당한다. 그러자 그의 진영에 쳐들어가 교모를 죽이고 군사를 모두 거둔다. 원소도 사람들이 저마다 흩어지는 것을 보고 진을 거두어 관동으로 떠난다.

같은 맹세를 한 번 더

형주자사 유표는 한실의 종친이다. 어려서부터 사람 사귀기를 좋아해 이름난 선비 일곱과 벗이 되어 강하팔준이라 불렸다. 괴량과 괴월, 채모가 그를 돕고 있었다.

원소의 편지를 받은 유표는 괴월과 채모에게 군사 만 명을 주어 손견의 길을 막게 한다.

손견이 다다르자 괴월이 진을 펼치고 앞으로 나선다. 그대가 한나라의 신하라면서 어찌 나라를 전하는 보물을 몰래 숨겼소. 어서 내놓으면 보내 주겠소.

손견이 크게 노해 황개를 내보낸다. 칼을 휘두르며 달려 나온 채모와 황개가 몇 합을 겨룬다. 황개가 쇠채찍을 휘두르자 채찍이 채모의 가슴을 가린 호심경에 정통으로 맞는다. 채모가 말을 돌려 달아나고 손견은 그 틈을 타 경계를 넘는다.

그때 산 뒤에서 징과 북이 함께 울린다. 유표가 직접 군사를 이끌고 온 것이다.

손견이 말 위에서 예를 차려 묻는다. 경승께서는 어찌 원소의 편지만 믿고 이웃 고을을 핍박하십니까. 유표가 말한다. 그대가 옥새를 숨겼으니 반역을 하려는 것이오?

손견이 말한다. 내게 그런 물건이 있다면 칼과 화살 아래 죽을 것이오.

유표가 말한다. 내가 그 말을 믿기를 바란다면, 따라오는 군사들의 짐을 내가 뒤져 보게 하시오. 손견이 노한다. 네가 무슨 힘이 있다고 나를 업신여기느냐.

막 맞붙으려는 순간 유표가 물러난다. 손견이 말을 몰아 쫓아가자 두 산 뒤에서 숨어 있던 군사들이 한꺼번에 일어난다. 뒤에서는 괴월과 채모가 쫓아와 손견을 한가운데 가둔다.

정보와 황개와 한당이 죽기로 싸워 손견을 구해 낸다. 손견은 군사의 태반을 잃고 길을 뚫어 강동으로 돌아간다. 이때부터 손견과 유표는 원수가 되었다.

손견은 그 뒤 원술의 편지를 받고 유표를 치러 강을 건넜다가, 현산에서 날아든 돌과 화살에 맞아 죽는다. 서른일곱이었다.

오늘, 품에 넣은 것

이 편에서 손견은 두 가지를 품는다.

하나는 우물에서 건진 옥새다. 정보는 하늘이 준 것이라 했고, 손견은 그 말이 자기 뜻과 꼭 맞다고 했다. 다른 하나는 입 밖에 낸 맹세다. 원소 앞에서 하늘을 가리키며 한 번, 유표 앞에서 한 번. 같은 말이었다.

맹세를 들은 사람들은 저마다 다르게 받았다. 제후들은 그렇게까지 맹세하니 없을 것이라고 했다. 원소는 맹세를 들은 뒤에 밀고한 군사를 불러냈다. 그 군사에게 상을 주고 몰래 자기 군중에 둔 것도 원소였다. 유표는 말 대신 짐을 뒤져 보겠다고 했다.

이튿날 조조는 저마다 딴마음을 품은 것을 보고 떠났고, 공손찬은 유비를 데리고 돌아갔다. 피를 마시며 맹세로 시작한 동맹은 옥새가 나온 바로 그 무렵 저마다 흩어졌다.

품에 넣은 것을 들키던 날, 내가 먼저 꺼낸 것은 물건이었나요, 말이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