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리즈는 한 남자가 처음 만난 사람에게 건넨 한마디에서 시작한다.
그 말은 맞았다. 다만 이 마흔 편이 따라갈 것은 그가 맞혔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가 거기까지 어떻게 갔는가다.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사람
존 왓슨은 군의관이었다. 인도로 파견되었다가 아프가니스탄 전선으로 옮겨 갔고, 거기서 어깨에 총을 맞았다.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열병이 덮쳤다. 몇 달을 앓고 나서 그는 더 복무할 수 없다는 판정을 받고 런던으로 돌아온다.
돌아온 그에게는 붙잡을 것이 없었다. 잉글랜드에 남은 친척도 없고, 하루에 쓸 수 있는 돈은 정해져 있는데 호텔 값은 그보다 빠르게 나간다.
그래서 그는 방을 함께 쓸 사람을 찾기로 한다. 이 시리즈 전체가 그 사소한 결정 하나에서 출발한다.
병원 실험실에서
옛 동료 스탬퍼드를 우연히 만나 사정을 말하자, 그는 오늘 같은 말을 한 사람이 둘째라고 대꾸한다. 아침에도 누가 방값을 나눌 사람을 구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다만 스탬퍼드는 소개를 망설인다. 그 사람은 성격이 좀 특이해서 같이 지내기 편한 상대가 아닐 수도 있다고, 미리 말해 두고 싶어 한다.
왓슨이 묻는다. 무엇이 그렇게 이상하냐고.
스탬퍼드의 대답은 구체적이지 않다. 생각이 너무 과학 쪽으로 기울어 차갑게 보인다는 정도다. 친구에게 독약을 한 줌 먹여 볼 사람은 아니지만, 궁금하면 자기가 먼저 삼켜 볼 사람이라고 그는 덧붙인다.
두 사람이 병원 실험실 문을 열었을 때, 안쪽 책상에 있던 남자가 시험관을 들고 벌떡 일어선다.
찾아냈다고 그는 외친다. 핏자국인지 아닌지를 가려내는 방법을 드디어 찾았다고.
여섯 걸음을 한 번에
스탬퍼드가 두 사람을 소개한다. 왓슨 박사, 셜록 홈즈 씨.
홈즈는 반갑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한다. 그리고 그 손을 잡은 채로 한마디를 덧붙인다.
“You have been in Afghanistan, I perceive.” 아프가니스탄에 계셨군요. (『주홍색 연구』 1장)
왓슨은 놀라서 묻는다. 도대체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홈즈는 대답하지 않는다. 신경 쓰지 마시라고 하고는 혼자 웃더니, 지금 중요한 것은 헤모글로빈이라며 자기 실험 이야기로 넘어가 버린다.
그 질문의 답은 한참 뒤에야 나온다. 두 사람이 베이커가 221B로 옮겨 함께 지내기 시작한 뒤, 홈즈가 자기 직업을 설명하다가 그날 일을 꺼낸다.
계단은 분명히 있었다
홈즈는 자기가 들은 것이 아니라 알아낸 것이라고 말한다. 오래 하다 보니 생각이 너무 빨리 지나가서 중간 단계를 의식하지 못했을 뿐, 단계는 분명히 있었다는 것이다.
그가 되짚어 준 순서는 이렇다.
의사처럼 보이는 사람인데 군인 분위기가 섞여 있다. 그러면 군의관이다.
얼굴이 검게 탔다. 그런데 손목은 희다. 그러니 본래 피부색이 검은 것이 아니라 열대에서 막 돌아온 것이다.
얼굴이 초췌하다. 고생을 했고 병을 앓았다는 뜻이다.
왼팔을 부자연스럽게 굳혀 두고 있다. 다쳤다는 뜻이다.
여기까지 온 다음에 그는 마지막 물음을 던진다. 영국 군의관이 열대에서 이만한 고생을 하고 팔까지 다칠 만한 곳이 어디인가.
아프가니스탄이다.
왓슨은 설명을 듣고 웃으며 말한다. 이렇게 풀어 놓으니 참 간단하군요.
간단해 보이는 것과 쉬운 것
그 한마디는 이 시리즈가 마흔 편 동안 붙들 자리를 미리 열어 둔다.
풀어 놓으면 간단해 보인다. 그러나 풀어 놓기 전에 같은 방에 있던 스탬퍼드는 아무것도 읽지 못했고, 왓슨 자신도 자기 손목과 자기 팔을 매일 보면서 아무 결론도 내리지 않았다.
같은 것을 보고 한 사람만 다른 것을 본 셈이다. 홈즈가 나중에 왓슨에게 하는 말이 그것이다. 보는 것과 관찰하는 것은 다르다고.
다만 여기서 한 가지를 그냥 넘기지 않는 것이 이 시리즈의 방식이다.
앞의 네 걸음은 왓슨의 몸에서 곧장 나온다. 탄 얼굴, 흰 손목, 초췌한 낯빛, 굳은 팔은 그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다.
마지막 한 걸음은 다르다. 그것은 왓슨의 몸이 아니라 그 무렵 영국군이 어디서 싸우고 있었는가에서 나온다. 홈즈가 아프가니스탄이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세상 사정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고, 사정이 달랐다면 같은 다섯 가지에서 다른 답이 나왔을 것이다.
그래서 이 편의 물음은 홈즈가 맞혔느냐가 아니다.
이 정도 관찰로 거기까지 가도 되는가, 그리고 그렇게 간 길의 어디쯤이 가장 약한가.
마흔 편이 편마다 이 두 가지를 묻는다.
나는 오늘 누군가를 보고 결론 하나를 내렸다면, 그 사이의 계단을 몇 개나 댈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