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창가에 선 노란 얼굴

오류 1, 모든 사실을 덮는 이야기가 맞는 이야기는 아니다

읽는 시간 12분 · 무료 공개

Read in English ↗

학습 진도 0/100%

원문 읽기

이른 봄날 오후에 홈즈와 왓슨은 공원을 두 시간이나 걷고 돌아온다.

돌아오니 손님이 왔다 갔다고 한다. 삼십 분을 기다리며 방 안을 서성이다가 숨이 막힌다며 밖으로 나갔고, 곧 돌아오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탁자에 파이프가 하나 놓여 있다. 손님이 두고 간 것이다.

놓고 간 파이프

홈즈는 그 파이프를 집어 든다.

값은 처음에 칠 실링 육 펜스쯤 했을 물건인데 두 번 수선한 자국이 있다. 나무 대에 한 번, 호박 물부리에 한 번이다. 수선에 은테를 둘렀으니 고친 값이 새로 사는 값보다 비쌌다.

그러니 주인은 이 파이프를 아낀다. 아끼는 물건을 두고 갈 만큼 그가 마음이 어지러웠다는 뜻이기도 하다.

홈즈는 더 읽어 낸다. 주인은 힘이 좋고 이가 튼튼하며 왼손잡이이고 돈에 쪼들리지 않는다.

담배가 온스에 팔 펜스짜리다. 절반값으로도 좋은 것을 피울 수 있는데 그러지 않았다. 물부리는 이로 물어 뜯어 놓았고, 파이프는 한쪽만 그을려 있다. 성냥으로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 등불에 대고 불을 붙이는 사람이고, 그을린 쪽이 오른쪽이니 왼손으로 들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편은 이렇게 시작한다. 방법이 잘 도는 것을 먼저 보여 주고 시작한다.

세 해 동안 그림자가 없던 집

손님이 돌아온다. 그랜트 먼로라는 사람이고 서른쯤으로 보인다.

이틀은 못 주무셨겠다고 홈즈가 말을 붙인다. 탐정으로 써 달라는 것만이 아니라 세상을 아는 사람으로서 자기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해 달라고 그가 답한다.

이야기는 이렇다.

결혼한 지 세 해이고 그동안 다툰 적이 한 번도 없다. 아내 에피는 자기를 사랑한다고 그는 못을 박는다. 그것만은 논쟁할 일이 아니라고.

그런데 지난 월요일부터 둘 사이에 벽이 섰다.

아내는 미국 애틀랜타에서 살다가 남편과 아이를 황열병으로 잃고 영국으로 돌아온 사람이다. 사망 진단서는 그가 직접 보았다. 재산도 얼마쯤 있었는데 결혼하면서 전부 남편 앞으로 넘겼다.

여섯 주쯤 전에 아내가 백 파운드를 달라고 했다. 무엇에 쓰느냐고 묻자 언젠가는 말하겠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했다.

결혼하고 처음 생긴 비밀이었다.

창가의 얼굴

집 건너편 밭 너머에 여덟 달째 비어 있던 작은 집이 있다.

월요일 저녁에 산책을 나갔다가 그 집 앞에 짐이 내려져 있는 것을 본다. 누가 들어왔구나 하며 지나가는데 이층 창에서 얼굴 하나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다.

멀어서 이목구비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빛깔이 이상했다. 시체처럼 희고 분필 같았으며 표정이 없이 굳어 있었다.

가까이 가려 하자 얼굴이 어둠 속으로 잡아채인 것처럼 사라진다.

그는 문을 두드린다. 키가 크고 인상이 사나운 여자가 문을 열더니 필요하면 부르겠다며 문을 닫아 버린다.

그날 밤 그는 아내에게 건너편 집에 사람이 들었다고만 말한다. 아내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새벽 세 시

그는 한번 잠들면 깨지 않는 사람으로 집안에서 유명하다. 그런데 그날 밤은 얕게 잤다.

반쯤 깬 눈에 아내가 옷을 다 입고 외투를 걸치는 것이 보인다. 얼굴이 하얗고 숨이 가쁘며, 남편이 깼는지 살피려고 침대 쪽을 흘끔거린다.

문이 삐걱이고 아내가 나간다. 시계를 보니 세 시다.

이십 분쯤 뒤에 아내가 돌아온다. 어디 갔었느냐고 묻자 그는 소리를 지를 듯이 놀라며 숨을 들이켠다.

숨이 막혀서 바람을 쐬러 문간에 잠깐 서 있었다고 그가 답한다. 말하는 동안 한 번도 남편 쪽을 보지 않는다.

거짓말이라는 것을 그는 안다. 그리고 벽으로 돌아누운 채 밤을 새운다.

믿어 달라는 부탁

다음 날 낮에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그는 그 집 앞을 지난다.

문이 열리고 아내가 나온다.

새 이웃을 도울 일이 있나 들렀다고 아내가 말한다. 그는 어젯밤에 여기 왔던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 온 적이 없다고 아내가 답한다.

그가 집 안으로 들어가겠다고 하자 아내가 소매를 붙잡고 끌어당긴다.

언젠가 다 말하겠지만 저 문을 열면 불행밖에 오지 않는다고, 우리 두 사람의 삶 전체가 걸린 일이라고 그는 애원한다.

그 목소리에 그가 멈춰 선다. 그리고 조건을 하나 단다. 비밀은 지켜도 좋으니 앞으로 밤에 몰래 나가는 일만은 없게 하라는 것이다.

아내가 그러겠다고 한다. 두 사람은 집으로 돌아오고, 돌아오는 길에 그가 뒤를 돌아보니 그 누런 얼굴이 여전히 창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사흘 뒤에 그는 평소보다 이른 기차로 돌아온다. 하녀가 놀란 얼굴로 뛰어나오고, 아내는 산책을 나갔다고 한다.

이층 창으로 내다보니 그 하녀가 건너편 집으로 밭을 가로질러 달려가고 있다.

그는 집으로 뛰어 들어간다. 주전자가 끓고 있고 검은 고양이가 바구니에 누워 있는데 사람은 하나도 없다.

이층의 한 방만 가구가 좋고 아늑하다. 그 방 벽난로 위에 아내의 사진이 놓여 있다. 석 달 전에 자기가 부탁해서 찍은 사진이다.

모든 사실을 덮는 이야기

먼로가 돌아간 뒤 홈즈가 왓슨에게 말한다. 이 일에는 협박이 들어 있다고.

그리고 설명을 세운다.

이 여자는 미국에서 결혼했다. 남편에게 무언가 견딜 수 없는 것이 생겼고, 그는 달아나 영국으로 돌아와 이름을 바꾸고 새 삶을 시작했다. 남의 사망 진단서를 내보이며 자기 처지가 안전하다고 믿었다.

그런데 첫 남편이 있는 곳을 알아냈다. 편지로 협박했고 백 파운드를 받고도 찾아왔다.

남편이 건너편 집에 사람이 들었다고 말하자 그는 그들이 왔다는 것을 알았다. 새벽에 달려가 사정했지만 안 됐고, 이튿날 낮에 다시 갔다가 남편과 마주쳤다. 사흘 뒤에는 요구받은 사진을 들고 갔다가 하녀의 기별을 받고 그들을 뒷문으로 내보냈다.

그래서 남편이 들어갔을 때 집이 비어 있었다.

전부 다 맞아떨어진다. 왓슨이 한마디를 한다. 전부 짐작 아니냐고.

“But at least it covers all the facts. When new facts come to our knowledge which cannot be covered by it, it will be time enough to reconsider it.” 적어도 이 설명은 사실을 전부 덮네. 이것으로 덮이지 않는 새 사실이 나오면 그때 다시 생각하면 되지. (「노란 얼굴」)

그 방에 있던 것

저녁에 전보가 온다. 집에 사람이 들어 있고 얼굴을 또 보았다는 내용이다.

세 사람은 어두운 길을 걸어 그 집으로 간다. 문틈으로 노란 빛이 새어 나오고 이층 창 하나가 환하다. 블라인드 위로 검은 그림자가 움직인다.

그림자 속에서 여자가 걸어 나와 두 팔을 벌린다. 오늘 밤 당신이 올 것 같았다고, 한 번만 더 믿어 달라고 그가 말한다.

너무 오래 믿었다고 남편이 답하고 그를 밀어낸다.

세 사람이 계단을 올라 불 켜진 방으로 들어간다.

방은 아늑하고 초가 네 자루 켜져 있다. 구석 책상에 아이 하나가 앉아 있다. 붉은 옷을 입었고 흰 장갑을 꼈다.

아이가 돌아본다. 왓슨은 놀라 소리를 지른다. 그 얼굴은 빛깔이 이상하고 아무 표정도 없다.

홈즈가 웃으며 아이의 귀 뒤로 손을 넣는다. 가면이 벗겨진다.

그 아래에서 웃고 있는 것은 아이다. 놀란 어른 셋을 보며 이가 다 드러나도록 웃는다.

열어 보인 목걸이

아내가 방으로 들어온다. 얼굴이 굳어 있고 걸음이 꼿꼿하다.

뜻을 거슬러 말하게 만드셨으니 이제 둘이 함께 감당하는 수밖에 없다고 그가 말한다. 그러고는 한마디를 덧붙인다. 남편은 애틀랜타에서 죽었고 아이는 살았다고.

그가 가슴에서 은목걸이를 꺼내 여는 자리를 누른다. 안에 한 남자의 초상이 들어 있다.

애틀랜타의 존 헤브런이라는 사람이고 변호사였다. 그보다 나은 사람은 세상에 없었다고 그는 말한다.

아이는 아버지 쪽을 닮았다. 몸이 약해서 미국에 남겨 두었고, 한때 이 집 하인이었던 스코틀랜드 여자가 맡아 길렀다.

세 해 동안 그는 아이가 있다는 것을 남편에게 말하지 않았다. 말하면 잃을까 두려웠다고 그는 말한다.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했고 약한 마음으로 제 아이 쪽을 등졌다고.

그러다 견디지 못하고 아이를 불러들였다. 백 파운드를 유모에게 보냈고 이웃처럼 보이게 건너편 집을 얻게 했다. 낮에는 아이를 집 안에 두고 얼굴과 손을 가리라고 일렀다.

이제 다 아셨으니 우리 모녀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그가 묻는다. 그리고 두 손을 모으고 기다린다.

십 분

먼로는 십 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러고는 아이를 안아 들고 입을 맞춘다. 그리고 다른 손을 아내에게 내밀며 문 쪽으로 돌아선다.

집에 가서 편하게 이야기하자고 그가 말한다. 자기가 그리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당신이 생각해 온 것보다는 나은 사람인 것 같다고.

홈즈와 왓슨은 두 사람을 따라 골목을 나온다.

우리는 노버리보다 런던에서 쓸모가 있겠다고 홈즈가 말한다. 그러고는 그날 밤 촛불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기 전까지 사건 이야기를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문 앞에서 그가 왓슨을 부른다.

“if it should ever strike you that I am getting a little over-confident in my powers, or giving less pains to a case than it deserves, kindly whisper ‘Norbury’ in my ear, and I shall be infinitely obliged to you.” 혹시 내가 내 능력을 좀 과신한다 싶거나 사건에 마땅한 만큼 공을 안 들인다 싶거든, 내 귀에 노버리라고 속삭여 주게. 그러면 참으로 고맙겠네. (「노란 얼굴」)

오늘, 다 맞아떨어진다는 것

이 편에서 홈즈가 쥔 사실은 이렇다.

백 파운드, 새벽 세 시의 외출, 창가의 굳은 얼굴. 들어오지 말라는 애원, 벽난로 위의 사진, 빠져나간 빈집.

그가 세운 이야기는 이것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덮었다.

그리고 같은 사실을 덮는 이야기가 하나 더 있었다. 그 이야기에서 백 파운드는 유모에게 간 돈이고 새벽의 외출은 아이를 보러 간 걸음이다. 굳은 얼굴은 가면이고, 들어오지 말라는 애원은 아이를 지키려는 말이었다. 사진은 아이에게 준 것이다.

두 이야기 모두 사실과 부딪치지 않는다. 부딪치지 않는다는 것으로는 둘을 가를 수 없다.

홈즈가 고른 쪽은 먼저 떠오른 쪽이었다. 그리고 먼저 떠오르는 쪽은 대개 우리가 이미 여러 번 본 이야기다.

협박하는 첫 남편은 그가 여러 번 다뤄 본 이야기다. 아이를 숨긴 어머니는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이 편의 마지막 말이 방법에 대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것이다. 그는 자기가 언제 위험해지는지를 왓슨에게 맡긴다.

우리도 같은 자리에 선다. 어떤 설명이 모든 것을 깔끔하게 덮으면 그 깔끔함 자체가 그것이 옳다는 느낌을 만든다.

내가 세운 설명 말고 같은 일을 덮는 다른 설명을 나는 찾아본 적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