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짖지 않은 개

대등 1, 일어나지 않은 일이 증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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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에서 5부가 열린다. 그리고 이 시리즈에서 가장 널리 인용되는 대목이 여기 있다.

어느 아침 식탁에서 홈즈가 다트무어에 가야겠다고 말한다.

왓슨은 놀라지 않는다. 오히려 이 사람이 이 사건에 아직 안 끼어든 것이 이상하던 참이다.

사흘을 미룬 이유

영국 전체가 한 가지 이야기로 떠들썩하다. 웨식스컵 우승 후보가 사라졌고 그 조련사가 살해됐다.

그런데 홈즈는 화요일 저녁에 전보 두 통을 받고도 목요일 아침이 되어서야 움직인다.

왜 어제 안 갔느냐고 왓슨이 묻는다.

실수를 했기 때문이라고 그가 답한다. 자네가 쓴 기록만 아는 사람들은 그런 일이 드물다고 여기겠지만, 실제로는 훨씬 흔하다고 덧붙인다.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말이 오래 숨겨질 수 있다고는 믿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것도 다트무어 북쪽처럼 사람 드문 데서.

그래서 오늘내일 말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올 줄 알았고, 그러면 말을 데려간 자가 곧 살인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도 젊은 피츠로이 심프슨이 붙잡힌 것 말고는 아무 일이 없었다.

사실과 장식

기차 안에서 그가 사건을 정리해 준다.

이런 사건에서는 새 증거를 모으는 것보다 이미 있는 것을 걸러 내는 데 머리를 써야 한다고 그가 말한다.

“The difficulty is to detach the framework of fact—of absolute undeniable fact—from the embellishments of theorists and reporters.” 어려운 것은 사실의 뼈대를, 그러니까 부정할 수 없는 절대적 사실을, 이론가와 기자 들이 붙여 놓은 장식에서 떼어 내는 일이라네. (「실버 블레이즈」)

이 한 문장이 이 편의 방법 전부다. 그리고 앞선 스물다섯 편이 해 온 일이기도 하다.

마구간의 밤

그가 걸러 낸 사실은 이렇다.

실버 블레이즈는 다섯 살이고, 웨식스컵의 첫 번째 인기다. 배당이 삼 대 일이라 큰돈이 그 말에 걸려 있다.

그러니 그 말이 다음 화요일 출발선에 서지 못하기를 바라는 사람이 아주 많다.

조련사 존 스트레이커는 기수 출신이고, 십이 년째 이 주인을 섬겼다.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으로 통한다.

마구간에는 마부 셋이 있는데 하나가 밤마다 안에서 지키고 둘은 위 다락에서 잔다.

월요일 밤 아홉 시에 마구간이 잠긴다. 둘은 조련사 집에서 저녁을 먹고, 네드 헌터가 안에서 지킨다.

아홉 시 몇 분 뒤 하녀 이디스 백스터가 그의 저녁을 들고 내려간다. 카레 양고기다. 마구간에 수도가 있고 지키는 사람은 물만 마시는 것이 규칙이라 마실 것은 안 가져간다.

어둠 속에서 나온 사람

마구간 삼십 걸음 앞에서 어둠 속에서 남자가 나와 멈추라고 한다.

등불에 들어온 얼굴을 보니 잘 차려입은 사람인데 얼굴이 몹시 창백하고 태도가 불안하다. 서른은 넘어 보인다.

여기가 어디냐고 그가 묻는다. 황야에서 자려던 참에 등불을 보았다고.

킹스파일랜드 조련 마구간 근처라고 그가 답한다.

그러자 그가 반색한다. 마구간에 소년이 혼자 잔다고 들었는데 그 저녁을 가져가는 것 아니냐고, 새 옷을 살 돈을 벌 생각이 있느냐고.

그리고 조끼 주머니에서 접은 흰 종이를 꺼낸다. 오늘 밤 이것을 그 소년에게 주면 세상에서 가장 예쁜 옷을 사 주겠다고.

하녀는 겁이 나서 창으로 달려간다. 헌터가 안에 앉아 있고, 방금 있었던 일을 말하려는데 그 남자가 따라와 창으로 들여다본다.

무슨 일로 왔느냐고 소년이 묻는다.

당신 주머니에 뭘 좀 넣어 줄 만한 일이라고 그가 답한다. 웨식스컵에 이 마구간 말이 둘 있는데 어느 쪽에 돈을 걸었는지 알려 달라는 것이다.

정보나 캐는 자라고 소년이 소리치며 개를 풀러 뛰어간다. 하녀가 달아나며 돌아보니 그 남자가 창으로 몸을 들이밀고 있다.

소년이 개를 데리고 나왔을 때 그는 없다.

새벽에 나간 사람

여기서 왓슨이 하나를 묻는다. 소년이 개를 데리고 나갈 때 문을 잠갔느냐고.

훌륭하다고 홈즈가 말한다. 그 점이 중요해서 어제 따로 전보를 쳐서 확인했다고. 소년은 문을 잠그고 나갔고 창은 사람이 지날 크기가 아니다.

헌터가 조련사에게 알린다. 스트레이커는 이야기를 듣고 들떴는데 그 뜻을 다 알아차린 것 같지는 않다.

다만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새벽 한 시에 부인이 깨어 보니 그가 옷을 입고 있다.

말이 걱정돼 잠이 안 오니 마구간에 가 보겠다고 한다. 창에 비 오는 소리가 들린다며 부인이 말리는데 그는 큰 비옷을 걸치고 나간다.

일곱 시에 부인이 깨어 보니 남편이 돌아오지 않았다.

마구간 문은 열려 있고, 헌터는 의자에서 완전히 늘어져 있다. 우승 후보의 칸이 비어 있고 조련사는 없다.

움푹한 자리

위에서 자던 둘은 아무 소리도 못 들었다.

헌터는 강한 약에 취해 있어 말이 통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언덕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는데 말은 안 보이고 다른 것이 보인다.

마구간에서 사분의 일 마일쯤 되는 자리에 조련사의 외투가 가시덤불에 걸려 펄럭이고 있다.

그 너머 사발처럼 움푹한 자리 바닥에 그가 죽어 있다.

머리가 무거운 것에 맞아 깨져 있고 허벅지에 날카로운 것으로 길게 벤 상처가 있다.

오른손에는 작은 칼이 손잡이까지 피가 엉긴 채 쥐여 있고, 왼손에는 붉고 검은 비단 넥타이가 쥐여 있다. 하녀가 전날 저녁 그 낯선 사람이 매고 있던 것이라고 알아본다.

깨어난 헌터도 그 넥타이가 그 사람 것이라고 확인한다. 그리고 그 사람이 창가에 서 있는 동안 자기 카레에 약을 탔다고 확신한다.

남은 저녁을 분석해 보니 아편 가루가 상당량 들어 있다. 같은 음식을 집에서 먹은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경찰이 세운 이야기

그레고리 경위는 유능한 사람이라고 홈즈가 말한다. 상상력만 갖췄다면 크게 될 사람이라고.

그는 도착하자마자 당연히 의심이 가는 사람을 잡았다. 피츠로이 심프슨이고 그 근처 별장에 묵고 있었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았는데, 경마로 재산을 날리고 지금은 런던 클럽에서 조용히 내기를 받아 준다. 장부를 보니 그 말이 지는 쪽에 오천 파운드가 걸려 있다.

붙잡힌 그는 말 정보를 얻으러 왔다고 순순히 말한다. 전날 저녁 일도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그 넥타이가 왜 죽은 사람 손에 있는지는 전혀 설명하지 못한다.

젖은 옷은 그가 밤 폭우 속에 있었다는 것을 보여 주고, 납을 채운 그의 지팡이는 그런 상처를 낼 만한 무기다.

한편 그의 몸에는 상처가 없다. 그런데 스트레이커의 칼 상태로 보면 습격한 사람 중 적어도 하나는 그 자국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다트무어에서

저녁에 태비스톡에 닿는다. 역에 로스 대령과 그레고리 경위가 나와 있다.

이튿날 홈즈는 현장으로 간다. 그리고 진창을 살피다 무언가를 집어 든다.

반쯤 탄 성냥개비다. 진흙이 묻어 처음에는 나무 부스러기로 보였다.

어떻게 이걸 놓쳤는지 모르겠다고 경위가 언짢아한다.

진흙에 묻혀 안 보였다고, 자기는 그것을 찾고 있었기 때문에 보였다고 홈즈가 답한다.

찾고 있었기 때문에 보였다. 이 편에서 그가 하는 일이 그 한 줄로 요약된다.

상상력의 값

홈즈는 말이 갔을 법한 방향을 정해 놓고 걷는다.

그리고 부드러운 흙에 찍힌 말발굽 자국을 찾아낸다. 주머니에서 꺼낸 편자가 그 자국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See the value of imagination. It is the one quality which Gregory lacks. We imagined what might have happened, acted upon the supposition, and find ourselves justified.” 상상력의 값을 보게. 그레고리에게 없는 것이 딱 그 하나일세. 우리는 무슨 일이 있었을지 그려 보고, 그 가정 위에서 움직였고, 그것이 옳았다는 것을 확인했네. (「실버 블레이즈」)

여기서 상상력은 지어내는 것이 아니다. 무엇이 있었어야 하는지를 먼저 세우고 그 자리에 가서 확인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방법이 이 편의 두 번째 대목을 만든다.

눈여겨볼 점

떠나기 전에 경위가 묻는다. 특별히 주의를 두었으면 하는 점이 있느냐고.

“To the curious incident of the dog in the night-time.” 그날 밤 개가 보인 기이한 행동에 주의하시지요. (「실버 블레이즈」)

“The dog did nothing in the night-time.” 그날 밤 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요.

“That was the curious incident.” 그것이 기이한 점입니다.

이 세 마디가 이 시리즈 밖에서도 인용되는 자리다.

카레와 개

며칠 뒤 돌아오는 기차에서 홈즈가 설명한다.

첫 고리는 카레였다.

아편 가루는 맛이 없지 않다. 향이 나쁘지는 않은데 느껴지기는 한다. 보통 음식에 섞으면 먹던 사람이 알아차리고 숟가락을 놓는다.

그런데 카레는 그 맛을 덮어 주는 음식이다.

그러면 이 낯선 사람이 그날 밤 그 집 저녁으로 카레가 나오게 만들 수 있었는가. 그럴 수 없다.

그러면 아편을 품고 왔는데 하필 그날 그 맛을 감출 음식이 나왔다는 우연인가. 그것은 말이 안 된다.

그러니 심프슨은 사건에서 빠진다. 남는 것은 그날 저녁으로 카레를 고를 수 있었던 두 사람, 조련사와 그 부인이다.

그리고 아편은 소년 몫을 따로 덜어 놓은 뒤에 들어갔다. 같은 음식을 먹은 다른 사람들은 멀쩡했기 때문이다.

짖지 않았다는 것

그다음이 개다.

심프슨이 왔을 때 마구간에 개가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소년이 그 개를 풀러 갔다.

그런데 그날 밤 누군가 들어와 말을 끌어냈는데, 그 개는 위층 두 사람을 깨울 만큼 짖지 않았다.

그러면 한밤중의 방문자는 그 개가 잘 아는 사람이다.

여기가 이 편의 중심이다. 개가 짖는 소리는 아무도 듣지 못했다. 들은 것이 없으니 증언도 없고 물건도 없다.

그런데 그 없음이 사람을 좁힌다.

주머니에서 나온 것

조련사가 한밤중에 자기 마구간 소년에게 약을 먹이고 말을 끌어냈다면 그 이유는 정직한 것일 수 없다.

무엇을 하려 했는가. 그 답이 주머니에서 나온다.

죽은 사람 손에 있던 칼은 제정신인 사람이 무기로 고를 물건이 아니다. 왓슨이 보니 아주 섬세한 수술에 쓰는 종류다.

그날 밤에 하려던 것이 섬세한 수술이었다.

말 뒷다리 힘줄에 살짝 흠을 내되 피부 아래로 해서 자국이 안 남게 하는 방법이 있다. 그렇게 된 말은 조금 절뚝이게 되고, 사람들은 훈련 중에 무리했거나 관절이 탈 났다고 여긴다.

부정한 짓이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말을 황야로 끌고 나가야 했다. 그만한 말은 칼끝이 닿으면 아무리 깊이 잠든 사람도 깨울 만큼 요동친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다리를 보려면 불이 필요했다. 진창에서 나온 성냥개비가 그 자리에 있었다.

옷값 청구서

그다음은 동기다.

주머니에서 남의 이름으로 된 옷값 청구서가 나왔다. 사람은 남의 청구서를 들고 다니지 않는다. 자기 것만으로도 벅차다.

값을 보니 여자가 있고, 그 여자는 비싼 취향을 가졌다. 마부의 급료로 스무 기니짜리 산책용 드레스를 살 수는 없다.

홈즈는 부인에게 그 드레스 이야기를 눈치채지 못하게 물어보고, 그것이 부인에게 간 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다.

그리고 그 옷가게 주소를 적어 둔다. 나중에 조련사의 사진을 들고 찾아가니 가게에서는 다른 이름으로 알고 있던 좋은 손님이었다.

그날 밤의 순서

이제 순서가 맞아떨어진다.

스트레이커는 불빛이 보이지 않을 움푹한 자리로 말을 끌고 갔다. 달아나던 심프슨이 넥타이를 떨어뜨렸고, 그는 그것을 주웠다. 말 다리를 묶는 데 쓸 생각이었을 것이다.

자리에 도착해 그는 말 뒤로 돌아가 불을 켰다.

그런데 말이 갑작스러운 빛에 놀랐다. 그리고 짐승 특유의 감각으로 무언가 나쁜 일이 벌어지려 한다는 것을 느꼈다.

뒷발이 나갔고, 쇠 편자가 그의 이마를 정통으로 쳤다.

비가 오는데도 그는 섬세한 일을 하려고 외투를 벗어 놓은 참이었다. 그래서 쓰러지면서 자기 칼이 허벅지를 그었다.

그리고 홈즈가 한 가지를 덧붙인다. 이만큼 영리한 사람이 그 섬세한 일을 연습 없이 했을 리 없다는 것이다.

무엇으로 연습했겠는가. 그의 눈이 근처 양 떼에 갔고, 물어보니 그 짐작이 맞았다.

오늘, 없는 것을 세는 법

이 편에서 홈즈가 붙든 두 가지는 둘 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하나는 맛이다. 아편 가루에 맛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맛을 덮는 음식이 하필 그날 나왔다는 사실.

다른 하나는 소리다. 정확히는 나지 않은 소리다.

두 번째 것이 더 어렵다. 없었던 일의 목록은 끝이 없기 때문이다. 그날 밤 마구간에서 일어나지 않은 일은 수천 가지다.

그중 개가 짖지 않은 것만 골라내려면 먼저 두 가지를 알아야 한다. 그 마구간에 개가 있다는 것, 그리고 낯선 사람이 오면 그 개가 짖는다는 것이다.

그것을 알려 준 것은 심프슨의 소동이다. 소년이 개를 풀러 뛰어갔다는 대목에서 홈즈는 그 집에 개가 있고, 그 개가 쓸모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러니까 없는 것을 보는 눈은 아는 것에서 온다. 무엇이 있었어야 하는지를 모르면 없다는 사실 자체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리고 이것이 5부의 문을 여는 자리이기도 하다. 앞으로 이 부에서 홈즈는 자기와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는 상대를 만난다.

내 주변에서 늘 있던 것이 없어졌을 때, 나는 그것을 알아차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