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편은 500년 동안 가장 위험한 책으로 불려 온 글의 첫 장이다.
마키아벨리는 스물여섯 개의 장에 걸쳐 하나를 묻는다. 새로 얻은 나라를 어떻게 지키는가. 그 답을 세우기 전에, 그는 먼저 세상의 나라를 정리한다.
세상의 모든 나라
Tutti li stati, tutti e’ dominii che hanno avuto e hanno imperio sopra li uomini, sono stati e sono o repubbliche o principati. 사람을 다스려 온 모든 나라와 모든 지배는 공화국이 아니면 군주국이었다. (제1장)
첫 문장이 이미 칼질이다. 나라는 둘 중 하나이고, 이 책은 군주국만 본다. 공화국은 다른 곳에서 이미 길게 썼다고 그는 덧붙인다.
군주국은 다시 둘로 갈린다. 한 집안이 대대로 다스려 온 세습 군주국과, 이번 대에 처음 생긴 신생 군주국이다.
신생 군주국도 한 가지가 아니다. 통째로 새로 세운 나라가 있고, 이미 있던 나라에 새 땅을 붙인 경우가 있다. 얻는 길도 갈린다. 남의 무기로 얻었는가 자기 무기로 얻었는가, 운으로 얻었는가 자기 능력으로 얻었는가.
이 짧은 분류가 책 전체의 지도다. 뒤의 모든 장은 이 칸 중 하나를 골라 들어간다.
오래된 자리는 왜 조용한가
세습 군주국은 지키기가 쉽다. 마키아벨리는 이 말을 망설임 없이 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세습 군주는 새 질서를 만들 필요가 없다. 조상이 놓은 길을 그대로 이으면서, 갑자기 닥친 일에만 대응하면 된다. 웬만큼 부지런하기만 하면 자리는 흔들리지 않는다.
거기에 더해, 오래된 집안은 백성에게 미움을 살 이유가 적다. 새로 밀고 들어온 군주는 무언가를 바꾸면서 누군가를 다치게 하지만, 대대로 있던 군주는 그럴 일이 드물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더 사랑받는다.
두 번 공격받고도 버틴 집안
마키아벨리는 자기 시대의 예를 든다. 페라라 공작가다.
이 집안은 1484년에 베네치아의 공격을 받았고, 얼마 뒤에는 교황 율리우스 2세에게 공격받았다. 두 번 다 상대는 훨씬 강했다. 그런데도 공작가는 자리를 지켰다.
마키아벨리가 대는 이유는 딱 하나다. 그 집안이 그 땅을 오래 다스려 왔다는 것.
뿌리가 오래되면 백성의 머릿속에서 변화의 기억이 흐려진다. 누가 언제 이 자리를 어떻게 차지했는지 아무도 따지지 않게 되고, 그 무관심이 곧 방패가 된다. 새 군주에게는 이 방패가 없다.
쉽다는 것과 잘한다는 것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자리가 있다.
지키기 쉽다는 말은 잘 다스린다는 말이 아니다. 세습 군주는 평범해도 자리를 지킨다. 아주 큰 힘이 밀려와야 겨우 쫓겨나고, 그 힘이 잠시라도 비틀거리면 곧 자리를 되찾는다.
신생 군주에게는 이 여유가 없다. 한 번 밀리면 대체로 그것으로 끝이다.
그래서 『군주론』은 제목과 달리 모든 군주의 책이 아니다. 이미 안전한 사람에게는 조언이 필요 없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새로 나라를 얻은 사람을 향해 말한다.
오늘, 물려받은 자리와 새로 맡은 자리
같은 자리라도 물려받아 오래 앉은 자리와 이번에 새로 맡은 자리는 다르게 흔들린다.
오래 앉은 사람은 웬만한 실수로는 밀려나지 않는다. 주변이 이미 그를 당연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반대로 새로 맡은 사람은 작은 일에도 자기를 앉힌 사람들을 실망시킨다. 기대가 크고, 아직 당연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는 이 차이를 능력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그는 시간의 문제로 본다. 새 군주가 겪는 어려움은 그가 못나서가 아니라 자리가 아직 낯설어서 생긴다.
그렇다면 물어볼 만하다. 오래 앉은 사람이 무난히 버티는 것을 우리는 실력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아니면 그냥 관성이라고 불러야 할까. 다음 장부터 마키아벨리는 그 낯선 자리를 어떻게 견디는지를 하나씩 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