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장교의 말을 믿은 사람

듣고 싶은 말 3, 듣기 좋은 말이 근거가 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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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 집에서 저녁 모임이 열린다. 전날 길에서 만난 장교들이 그 자리에 온다.

위컴도 왔다. 방 안의 여자들이 거의 다 그쪽을 보고 있었고, 그가 마지막에 앉은 자리는 엘리자베스의 옆이었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

대화는 날씨와 길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 정도 이야기도 그의 입을 거치면 재미있게 들린다.

이야기가 네더필드로 옮겨 간다.

엘리자베스가 묻는다. 다아시 씨가 거기 머문 지 얼마나 되었느냐고.

한 달쯤 되었다고 그가 답한다. 더비셔에 훌륭한 영지가 있고 한 해에 만 파운드가 들어온다고, 그 집안에 대해서라면 자기만큼 확실하게 알려 줄 사람이 없다고 덧붙인다.

어릴 때부터 그 집안과 특별한 방식으로 얽혀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에는 자기가 묻는다. 그를 안 지는 얼마나 되었느냐고.

엘리자베스는 안다고 하기 어렵다고 답한다. 다만 이 동네에서 그가 좋게 여겨지지는 않는다고, 다들 그 오만에 질렸다고.

위컴은 곧바로 동의하지 않는다. 자기는 그를 너무 오래 너무 잘 알아서 공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고 그는 말한다.

이 한 줄이 그날 저녁의 문을 연다.

목사가 되었어야 할 사람

그가 이야기를 시작한다.

돌아가신 다아시 씨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람이었고 자기가 가진 가장 참된 친구였다고 그는 말한다. 그 이름을 부를 때마다 목소리가 낮아진다.

자기는 원래 성직자가 되기로 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자랐고, 지금쯤이면 좋은 교구를 맡고 있어야 했다는 것이다.

돌아가신 다아시 씨가 자기에게 가장 좋은 자리를 물려주기로 했다고 그는 말한다. 대부였고 자기를 몹시 아꼈으며, 넉넉히 살게 해 주려 했고 그렇게 해 두었다고 믿고 눈을 감았다고.

그런데 그 자리가 비었을 때 다른 사람에게 갔다.

엘리자베스가 놀란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유언을 무시할 수 있느냐고, 왜 법으로 다투지 않았느냐고.

문구가 허술했다고 그는 답한다. 조건부 추천으로 읽힐 여지가 있었고, 그 여지가 쓰였다는 것이다.

자기가 헤프고 분별없이 살아서 자격을 잃었다는 말이 붙었다고 그는 덧붙인다. 그 말은 무엇이든 뜻할 수 있고 아무것도 뜻하지 않을 수 있다.

폭로하지 않겠다는 말

엘리자베스는 분개한다. 그런 사람은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해야 한다고.

위컴의 대답이 이 저녁의 한가운데다.

언젠가 그렇게 되기는 할 거라고 그는 말한다. 다만 자기 손으로는 아니라고.

“Till I can forget his father, I can never defy or expose him.” 그분의 아버님을 잊을 수 있게 되기 전에는, 저는 그에게 맞서지도 그를 폭로하지도 못합니다. (제16장)

엘리자베스는 그 마음을 훌륭하다고 여긴다. 그 말을 하는 동안 그는 어느 때보다 잘생겨 보였다.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날 밤에는 보이지 않는다.

위컴은 상대를 헐뜯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헐뜯을 수 있는 이야기를 이미 다 했다. 그리고 그 절제 덕분에 이야기 전체가 더 믿을 만한 것이 되었다.

이야기가 완성되는 방식

대화는 이어진다.

다아시가 왜 그랬겠느냐는 물음에 그는 질투를 든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자기를 덜 아꼈다면 아들이 자기를 더 견뎠을 거라는 것이다.

다아시의 여동생 이야기도 나온다. 몹시 오만하다고 그는 말한다.

캐서린 부인이 다아시의 이모라는 것도, 그가 그 딸과 결혼해 두 집안의 땅을 합치게 될 거라는 말도 그 자리에서 나온다.

마지막에 그는 한 가지를 덧붙인다. 다아시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사람 마음에 들 수 있는 사람이라고.

자기와 지체가 맞는 사람들 앞에서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재산 있는 사람들에게는 너그럽고 공정하고 진실하고 이치에 맞고 어쩌면 유쾌하기까지 하다고.

이 마지막 한마디로 이야기가 닫힌다.

오만한 사람이라는 동네의 평판과, 자기만 아는 사연과, 그 사연이 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는지가 한자리에서 들어맞는다. 빈 데가 없다.

오늘, 한 사람에게서만 들은 것

그날 저녁 엘리자베스가 실제로 얻은 것을 세어 보면 하나다.

처음 만난 사람의 말.

다른 증언도 없었고, 문서도 없었고, 반대편의 말은 물어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그는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그 사람과 그 이야기만 생각한다. 이제 그의 머릿속에서 다아시는 무례한 사람이 아니라 나쁜 사람이다.

이 시리즈의 축이 여기서 가장 또렷하게 보인다. 사람은 남을 읽고 거의 언제나 틀리는데, 틀리는 순간은 대개 근거가 없을 때가 아니라 듣기 좋은 근거가 하나 생겼을 때다.

엘리자베스는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이 집에서 가장 머리가 빠른 사람이다. 그런데도 그날 저녁 그가 한 일은 검증이 아니라 수락이었다.

이 믿음이 나중에 무엇을 지우게 되는지는 한참 뒤에 드러난다.

내가 지금 사실이라고 믿는 것 중에, 한 사람에게서만 들은 것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