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스 집에서 저녁 자리가 있다. 샬럿은 그날도 하루의 대부분을 콜린스의 이야기를 들어 주며 보낸다.
엘리자베스는 친구에게 고맙다고 말한다. 샬럿은 그 사람 기분이 좋아지니 오히려 자기가 더 고맙다고 답한다.
들어 주는 사람
이 친절은 엘리자베스가 짐작한 것보다 멀리 가 있었다.
샬럿이 노린 것은 콜린스의 관심을 자기 쪽으로 돌려 엘리자베스를 다시 청혼받는 자리에서 빼내는 것이었다.
계획은 잘 되어 갔다.
그날 밤 헤어질 때 그는 거의 성공을 확신했다. 다만 콜린스가 곧 하트퍼드셔를 떠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 걱정은 필요 없었다.
골목에서 기다린 사람
다음 날 아침 콜린스는 사촌들의 눈에 띄지 않게 롱본을 빠져나온다. 그리고 루카스 로지로 서둘러 간다.
샬럿은 위층 창에서 그가 걸어오는 것을 본다.
그는 곧바로 집을 나서 골목으로 간다. 우연히 마주친 것처럼 보이도록.
우연이 아니었다는 것을 이야기는 숨기지 않는다.
콜린스의 긴 연설이 허락하는 가장 짧은 시간 안에 둘 사이의 모든 것이 정해진다. 양쪽 다 만족했다.
루카스 부부는 기쁘게 승낙한다. 물려줄 재산이 적은 딸에게 지금의 콜린스만 한 혼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낭만적인 사람이 아니에요
며칠 뒤 샬럿이 직접 롱본으로 온다. 이 소식만은 자기 입으로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는 저도 모르게 소리친다. 콜린스 씨와 약혼이라니, 그럴 리가 없다고.
샬럿의 얼굴은 흔들리지 않는다.
왜 놀라느냐고 그가 되묻는다. 콜린스 씨가 너에게서 좋은 대답을 못 얻었다고 해서 어느 여자에게도 못 얻을 거라고 생각하느냐고.
엘리자베스는 정신을 차리고 축하한다고 말한다. 목소리는 겨우 고르게 나왔다.
샬럿이 말을 잇는다.
“I am not romantic, you know. I never was. I ask only a comfortable home.” 나는 낭만적인 사람이 아니야. 한 번도 그랬던 적 없어. 내가 바라는 건 편안한 집 하나뿐이야. (제22장)
콜린스 씨의 성격과 인맥과 형편을 생각하면, 그와 함께 행복할 가능성은 결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가진 것만큼은 된다고 그는 말한다.
엘리자베스는 조용히 답한다. 그렇겠지.
그러고는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스물일곱 살의 셈
샬럿의 셈은 이야기가 그대로 적어 준다.
콜린스는 분별 있는 사람도 유쾌한 사람도 아니다. 함께 있으면 지루하고, 자기를 향한 그의 애정은 상상에 가깝다.
그래도 그는 남편이 된다.
남자를 대단하게 여겨 본 적도 결혼을 대단하게 여겨 본 적도 없지만, 결혼은 늘 그의 목표였다. 재산이 적고 배운 여자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떳떳한 대비책이기 때문이다.
행복을 준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다만 궁핍을 막아 주는 가장 나은 길이다.
이제 그 대비책을 손에 넣었다. 스물일곱 살이고 한 번도 미인이었던 적이 없는 사람으로서, 그는 자기 운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안다.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하나 있었다. 엘리자베스가 놀랄 것이고 아마 자기를 나무랄 것이라는 점이다.
뜻을 바꿀 생각은 없었다. 다만 그 사람의 실망만은 아플 것 같았다.
오늘, 다른 자리에서 고른 사람
이 편은 판정하지 않는다.
샬럿이 옳았는지 틀렸는지를 이야기는 말하지 않는다. 그의 셈을 하나하나 적어 놓고 그대로 지나간다.
그렇게 둔 이유가 있다.
샬럿이 무엇을 골랐는지를 묻기 전에 그가 무엇을 고를 수 있었는지를 먼저 세어야 하는데, 그 목록이 우리 생각보다 짧기 때문이다.
우리는 남의 선택을 볼 때 결과만 본다. 그 사람 앞에 놓여 있던 길이 몇 개였는지는 거의 세지 않는다.
이 시리즈가 따라가는 오독은 이번 편에서 독자에게 넘어온다. 샬럿을 읽는 일이 다음 편에서 엘리자베스가 실패하는 자리다. 그 실패는 지금 이 편을 읽는 우리도 똑같이 할 수 있다.
나는 남의 선택을 볼 때 그 사람이 고를 수 있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먼저 세어 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