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캐서린 부인의 습격

다시 읽기 5, 신사의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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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의 약혼이 정해지고 일주일쯤 지난 아침이다.

빙리와 집안 여자들이 식당에 앉아 있는데 바퀴 소리가 난다.

말 네 필이 끄는 마차가 잔디밭으로 들어오고 있다.

손님이 올 시각이 아니다. 이웃 가운데 이런 마차를 쓰는 집도 없고, 앞서 걷는 하인의 옷차림도 처음 보는 것이다.

누군가 오기는 온다는 것만 분명하다.

빙리가 얼른 제인을 데리고 관목길로 나간다. 이런 방문에 갇혀 있을 것 없다는 것이다.

남은 셋은 문이 열릴 때까지 짐작만 한다.

들어온 사람은 캐서린 드 버그 부인이다.

앉자마자 하는 말

놀랄 준비는 되어 있었지만 놀람이 짐작을 넘는다.

부인은 여느 때보다 더 뻣뻣한 얼굴로 들어와, 엘리자베스의 인사에 고개만 조금 숙이고는 한마디 없이 앉는다.

어머니는 어리둥절해하면서도 이런 손님이 왔다는 것에 우쭐해 최대한 정중하게 맞는다.

잠시 말없이 앉아 있던 부인이 딱딱하게 묻는다. 저 부인이 어머니시냐고.

엘리자베스는 짧게 그렇다고 답한다.

저쪽은 동생이냐는 물음에는 어머니가 먼저 답한다. 아래에서 둘째 딸이고, 막내는 얼마 전에 결혼했으며, 맏이는 지금 어느 젊은이와 뜰을 걷고 있는데 곧 식구가 될 사람이라고.

부인은 잠깐 말이 없다가 다른 말을 꺼낸다.

정원이 아주 작군요.

어머니는 로징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윌리엄 경 댁보다는 훨씬 넓다고 답한다.

부인이 또 말한다. 여름 저녁에 앉기에는 불편한 방이겠소. 창이 온통 서쪽이니.

어머니는 저녁을 먹은 뒤에는 이 방에 앉지 않는다고 답한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묻는다. 콜린스 부부는 잘 있더냐고.

잘 있다고, 그저께 밤에 보았다고 부인이 답한다.

엘리자베스는 샬럿의 편지를 내밀 줄 알았다. 그것 말고는 이 방문의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데 편지는 나오지 않는다.

어머니가 다과를 권하자 부인은 아주 단호하게, 그다지 예의 바르지 않게 사양한다.

그러고는 일어서서 엘리자베스에게 말한다.

잔디밭 한쪽에 그럴듯한 숲이 있는 것 같더군요. 함께 걸어 주시면 좋겠소.

숲에 들어서자

엘리자베스는 방으로 뛰어올라가 양산을 들고 내려온다.

어머니는 여러 갈래 길을 다 보여 드리라고 한다. 오두막을 보시면 좋아하실 것이라고.

복도를 지나며 부인은 식당과 응접실 문을 열어 본다.

들여다보고는 그럭저럭 볼 만한 방들이라고 평한 뒤 걸음을 옮긴다.

마차는 문 앞에 그대로 서 있고 안에 시중드는 여자가 앉아 있다.

두 사람은 자갈길을 말없이 걷는다. 엘리자베스는 먼저 말을 붙이지 않기로 한다. 여느 때보다 더 무례하고 더 불쾌한 사람에게 애쓸 이유가 없다.

어떻게 이 사람이 조카를 닮았다고 생각했을까 하고 그는 속으로 생각한다.

숲에 들어서자 부인이 시작한다.

베넷 양, 내가 왜 왔는지 모를 리가 없겠지요. 당신의 마음과 양심이 말해 줄 것이오.

엘리자베스는 진심으로 놀란 얼굴을 한다.

정말 모르겠다고, 이런 영광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짐작이 안 된다고 답한다.

부인하라는 요구

부인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자기는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당신이 아무리 솔직하지 않게 굴어도 자기는 그러지 않겠다고 한다. 자기 성품은 예로부터 솔직함으로 이름났다는 것이다.

그러고는 용건을 꺼낸다.

이틀 전에 아주 놀라운 소식이 들어왔다고 한다. 언니가 좋은 자리로 시집을 가게 되었다는 것에 더해, 엘리자베스 베넷 양이 곧 자기 조카와 맺어지리라는 말이었다고.

터무니없는 거짓말인 줄은 알지만 곧바로 길을 나섰다고 한다. 자기 뜻을 알려 주기 위해서라고.

엘리자베스가 놀람과 경멸로 얼굴이 붉어진 채 받는다.

사실일 리 없다고 믿으셨다면 이 먼 길을 왜 오셨느냐고 묻는다. 무엇을 얻으려 하시느냐고.

그 소문을 온 데서 부인하게 만들려 한다는 답이 돌아온다.

엘리자베스는 차분하게 말한다. 부인께서 롱본까지 저와 제 가족을 보러 오신 것이야말로 그 소문을 굳혀 줄 것이라고. 그런 소문이 정말로 있다면 말이다.

부인이 되묻는다. 있다면이라니, 모르는 척하는 것이냐고. 당신네가 퍼뜨린 것이 아니냐고.

들어 본 적이 없다고 엘리자베스가 답한다.

그럼 그 소문에 근거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느냐는 물음이 이어진다.

엘리자베스가 받는다. 저는 부인만큼 솔직하지는 못합니다. 부인께서는 물으실 수 있지만 저는 답하지 않기로 할 수 있습니다.

신사의 딸

부인은 견딜 수 없다고 한다.

조카가 청혼을 했느냐고 정면으로 묻는다.

엘리자베스는 부인께서 그것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하지 않으셨느냐고 받는다.

그럴 리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다만 당신의 수작이 잠깐 그를 흔들어 놓았을 수는 있다고 부인이 말한다. 당신이 그를 끌어들였을 수 있다고.

그랬다면 제가 그것을 털어놓을 리는 없지요, 하고 엘리자베스가 답한다.

부인은 자기가 누구인지 아느냐고 묻는다. 세상에서 그와 가장 가까운 친척이니 그의 모든 일을 알 자격이 있다고 한다.

엘리자베스가 받는다. 제 일을 아실 자격은 없습니다.

그러자 부인이 못을 박는다. 이 혼사는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조카는 자기 딸과 정해져 있다고.

그가 그렇다면 저에게 청혼할 이유도 없으시겠지요, 하고 엘리자베스가 답한다.

부인은 잠시 멈췄다가 설명을 붙인다.

둘의 약속은 보통 것과 다르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서로를 위해 정해져 있었고, 두 어머니가 요람에 있을 때 정한 일이라고.

그러니 집안도 재산도 세상에서의 자리도 없는 처녀가 그것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한다.

엘리자베스가 답한다.

그 말씀은 전에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저와 무슨 상관입니까. 두 분이 정하신 것은 두 분이 하실 수 있는 데까지였고, 이루어지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달린 일입니다.

부인이 목록을 꺼낸다. 명예와 체면과 분별, 그리고 잇속까지 그것을 막는다고 한다.

집안 사람 누구도 당신을 상대하지 않을 것이고 당신의 이름은 우리 입에 오르지도 않을 것이라고 한다.

무거운 불행이겠습니다, 하고 엘리자베스가 답한다. 다만 그 사람의 아내가 되면 그 자리에 딸려 오는 행복이 워낙 클 테니 원망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부인은 자기 뜻을 이루고야 말겠다는 각오로 왔다고 한다. 누구의 변덕에도 굽혀 본 적이 없다고.

그러면 부인의 처지가 더 딱해지겠군요, 하고 엘리자베스가 답한다. 저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을 테니까요.

부인이 다시 혈통을 꺼낸다. 어머니 쪽으로도 아버지 쪽으로도 유서 깊은 집안이고 양쪽 재산이 다 대단하다고. 그런데 집안도 연줄도 재산도 없는 처녀의 주제넘은 야심이 그것을 가른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자란 자리를 벗어나려 하지 말라는 말까지 붙인다.

그러자 엘리자베스가 답한다.

“In marrying your nephew, I should not consider myself as quitting that sphere. He is a gentleman; I am a gentleman’s daughter; so far we are equal.” 조카분과 결혼한다고 해서 제가 그 자리를 벗어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분은 신사이고 저는 신사의 딸입니다. 거기까지 우리는 동등합니다. (제56장)

부인은 그 말을 인정한다. 그렇소, 당신은 신사의 딸이오.

그러고는 곧바로 덧붙인다. 그런데 어머니는 무엇이오. 외삼촌과 이모는 누구요. 내가 그 사람들 형편을 모를 줄 아시오.

제 친척이 어떻든 조카분이 문제 삼지 않으신다면 부인과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하고 엘리자베스가 답한다.

약속하지 않겠습니다

부인이 마지막으로 묻는다. 한 번만 말하시오. 그와 약혼했소.

엘리자베스는 잠시 생각한다. 이 사람을 편하게 해 주려고 답할 생각은 없지만, 답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약혼하지 않았습니다, 하고 그가 답한다.

부인의 얼굴이 조금 풀린다.

그러면 앞으로도 그런 약혼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시오.

그런 약속은 하지 않겠습니다.

부인은 놀랐다고 한다. 더 사리 분별이 있는 처녀일 줄 알았다고. 그러나 약속을 받기 전에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한다.

엘리자베스가 답한다.

저는 결코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까지 이치에 닿지 않는 일을 겁을 주어 받아 내실 수는 없습니다.

그러고는 그 요구의 셈을 짚는다.

제가 약속을 드린다고 해서 두 분의 혼인이 조금이라도 가까워집니까. 그가 저에게 마음이 있다고 할 때, 제가 그 손을 거절하면 그 마음이 사촌에게 옮겨 갑니까.

부인은 성급하다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남겨 둔 것을 꺼낸다. 막냇동생의 일을 다 알고 있다고. 그 결혼이 아버지와 외삼촌의 돈으로 얽어 놓은 것이라는 것까지 안다고.

그런 아이가 조카의 처제가 되고 그 남편이 조카의 처남이 되어야 하느냐고 한다. 펨벌리의 그늘이 그렇게 더럽혀져야 하느냐고.

엘리자베스가 일어선다.

이제 더 하실 말씀은 없으시겠습니다. 저를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모욕하셨습니다. 집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인사 없이 떠나는 마차

돌아가는 길에도 부인은 계속 말한다.

조카의 명예는 생각하지 않느냐고, 당신과 엮이는 것이 그에게 수치가 된다는 것을 모르느냐고 한다.

엘리자베스는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한다.

그럼 그를 갖기로 마음먹은 것이냐는 물음에 그가 답한다.

그렇게 말한 적 없습니다. 저는 다만 제 생각에 제 행복이 될 방식으로 행동하기로 했을 뿐입니다. 부인이나, 저와 아무 상관 없는 어떤 분과도 관계없이 말입니다.

의무와 명예와 은혜를 저버리는 것이냐고 부인이 다그친다.

엘리자베스가 받는다. 이 일에서는 그 셋 가운데 어느 것도 저에게 요구할 자격이 없습니다. 제가 그와 결혼한다고 해서 어긋나는 원칙이 없습니다.

마차 문 앞에서 부인이 홱 돌아선다.

당신에게는 작별 인사를 하지 않겠소. 어머니께 안부도 전하지 않겠소. 그런 대접을 받을 자격이 없소. 나는 대단히 불쾌하오.

엘리자베스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돌아가시라고 붙잡지도 않고 조용히 집으로 들어간다. 계단을 오르는 동안 마차가 떠나는 소리를 듣는다.

어머니가 화장방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왜 다시 들어와 쉬지 않으셨느냐고 묻는다. 그냥 가시겠다고 하셨다고 딸이 답한다.

어머니는 아주 훌륭한 분이시라고, 들르신 것만도 대단히 예의 바른 일이라고 한다. 콜린스 부부가 잘 있다는 말을 전하러 오셨을 것이라고.

특별히 할 말씀은 없으셨지, 하고 어머니가 묻는다.

엘리자베스는 여기서 작은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다. 방금 나눈 이야기를 그대로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음 날 아침의 편지

엘리자베스는 그 방문을 오래 곱씹는다.

로징스에서 여기까지 온 것이 오직 그 혼담을 깨기 위해서였다. 그 소문이 어디서 났는지를 한참 생각하다가 짚이는 데를 찾는다.

한쪽 결혼이 정해지면 사람들은 다음 결혼을 기대한다.

그가 빙리의 친구이고 자기가 제인의 동생이라는 것만으로 충분했을 것이다. 언니의 결혼이 두 사람을 더 자주 만나게 하리라는 것은 자기도 생각한 일이다.

다만 걱정되는 것이 있다.

부인이 저 고집으로 조카에게도 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가 이모를 얼마나 따르는지 자기는 모른다. 다만 자기보다는 높이 볼 것이라고 짐작한다.

자기에게 우스워 보인 그 논리가 그에게는 그럴듯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그가 망설이고 있었다면 저렇게 가까운 친척의 만류가 마음을 정해 줄 수도 있다. 그러면 그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며칠 안에 그가 약속을 못 지키겠다는 기별을 빙리에게 보내온다면 그것으로 알겠다고 엘리자베스는 생각한다.

이튿날 아침 계단을 내려오는데 아버지가 편지를 들고 서재에서 나온다.

리지, 너를 찾으러 가려던 참이다. 내 방으로 오너라.

엘리자베스는 캐서린 부인의 편지일까 싶어 가슴이 내려앉는다.

난롯가에 마주 앉자 아버지가 말한다.

오늘 아침에 아주 놀라운 편지를 받았다. 주로 네 이야기이니 너도 알아야겠다. 딸 둘이 한꺼번에 혼인을 앞두고 있는 줄은 몰랐구나. 대단한 정복을 축하한다.

엘리자베스의 얼굴이 확 붉어진다.

이모가 아니라 조카의 편지구나 싶어서다. 그가 직접 설명을 한 것이 반가운지, 편지가 자기에게 오지 않은 것이 서운한지 정하기도 전에 아버지가 말을 잇는다.

얼굴빛이 달라지는구나. 그런데 이 편지는 콜린스에게서 온 것이다.

아버지가 읽어 주는 것

콜린스의 편지라니 무슨 말을 썼겠느냐고 엘리자베스가 묻는다.

아버지가 읽는다.

먼저 맏딸의 혼사에 축하를 보낸다고. 루카스 댁의 입을 통해 들었다는 것이다. 그다음이 너에 관한 것이라며 아버지가 읽어 내려간다.

따님 엘리자베스도 언니가 그 이름을 내려놓은 뒤에 오래 베넷으로 남아 있지 않을 것 같다고. 그 짝이 될 분은 이 나라에서 가장 높은 축에 드는 인물로 보아도 좋을 것이라고.

누구를 말하는 것 같으냐고 아버지가 묻는다.

그리고 계속 읽는다. 그 젊은 신사는 사람이 바랄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졌다고. 다만 그 유혹에도 불구하고 성급히 청혼을 받아들여 겪게 될 화를 경계하시라고.

이유가 곧 나온다. 그의 이모 되시는 캐서린 드 버그 부인께서 이 혼사를 곱게 보지 않으신다는 것이다.

다아시로구나, 하고 아버지가 웃는다.

그러고는 딸을 본다. 리지, 이번에는 내가 너를 놀라게 한 것 같구나. 우리가 아는 사람 가운데 이보다 더 그 말을 우습게 만드는 이름이 어디 있겠느냐.

여자를 보면 흠부터 찾는 사람이고, 아마 평생 너를 쳐다본 적도 없을 사람인데.

엘리자베스는 웃어 보이려 하지만 억지 미소 하나가 전부다.

아버지의 재치가 이토록 마음에 들지 않은 적이 없다.

재미있지 않으냐고 아버지가 묻는다. 네, 더 읽어 주세요, 하고 딸이 답한다.

편지의 나머지에는 리디아의 일도 있다. 잘 덮여서 다행이지만 결혼 전에 함께 지낸 것이 널리 알려진 것은 딱하다고 한다. 자기가 롱본의 목사였다면 그 부부를 집에 들이는 것을 강하게 반대했을 것이라고 쓰여 있다.

용서는 하되 얼굴은 보지 말고 이름도 듣지 말라는 것이다.

저것이 저 사람이 아는 용서다, 하고 아버지가 말한다.

그리고 딸을 본다. 리지, 너는 재미없어 보이는구나. 그런 헛소문에 발끈하는 시늉을 할 아이는 아니겠지. 우리가 사는 게 무엇 때문이냐. 이웃에게 웃음거리를 주고 우리도 그들을 보며 웃자는 것 아니냐.

아주 재미있습니다, 하고 엘리자베스가 답한다. 다만 이상해서요.

바로 그것이 재미있는 거다, 하고 아버지가 말한다. 다른 사람을 짚었더라면 아무것도 아니었을 텐데, 그 사람의 그 무심함과 너의 그 뚜렷한 싫어함 때문에 이렇게 우스운 것이다.

오늘, 이기려는 사람과 지지 않으려는 사람

이 편에는 담판이 하나 있다.

한쪽은 받아 내려고 왔다. 소문을 부인하라는 요구로 시작해서, 약혼했느냐는 물음을 거쳐, 앞으로도 하지 않겠다는 약속에서 멈춘다. 마지막 것이 그가 진짜로 원한 것이다.

다른 쪽은 아무것도 얻으려고 하지 않았다.

엘리자베스는 그를 갖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사랑한다고도 하지 않았다. 그가 한 일은 하나뿐이다. 약속을 주지 않은 것이다.

이 차이가 이 편의 전부다.

받아 내려는 사람은 상대에게서 무언가가 나와야 끝난다. 그래서 근거를 계속 바꾼다. 요람에서의 약속으로 시작해 혈통과 재산으로 갔다가 마지막에는 남의 집 막내딸의 일까지 들고 온다.

주지 않으려는 사람은 바꿀 것이 없다.

그는 같은 자리에 계속 서 있기만 하면 된다. 한 번 물러나면 다음에 무엇을 요구받을지 모른다는 것을, 이 편의 엘리자베스는 아는 것 같다.

그리고 이 편에는 또 하나가 있다.

같은 소식을 두 사람이 정반대로 읽는다. 캐서린 부인은 그것이 사실일까 봐 마차를 몰고 왔고, 아버지는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우스운 소리라며 웃는다.

한 사람은 있지도 않은 약혼을 막으러 왔고, 한 사람은 눈앞의 딸을 못 읽는다.

이 시리즈가 첫 편부터 해 온 이야기가 여기서 한 번 더 나온다. 사람들은 자기가 이미 정해 둔 것으로 새 소식을 읽는다. 정해 둔 것이 다르면 같은 문장도 다르게 읽힌다.

웃어야 할 자리에서 울고 싶었던 적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