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오디세우스가 직접 들려준 모험담이다. 표류 끝에 닿은 나라에서, 이름을 밝힌 밤에 한 이야기다(8편). 그 밤의 이야기 가운데 가장 이름난 대목이 이것이다.
배가 어느 모르는 섬의 기슭에 닿았다. 들에는 양이 살졌고 곡식은 심지 않아도 자랐지만, 어디에도 배 한 척, 이웃 하나 없었다.
오디세우스는 열둘을 뽑아 뭍에 올랐다. 손에는 선물로 받은 독한 포도주 한 부대를 들었다. 언덕 위에는 커다란 동굴 하나가 입을 벌리고 있었다.
동굴 안의 손님들
동굴 안에는 치즈가 시렁마다 쌓여 있었다. 동료들은 치즈를 챙겨 얼른 돌아가자고 했지만, 오디세우스는 듣지 않았다. 주인이 궁금했던 것이다.
저녁이 되자 땅이 울렸다. 집채만 한 거인이 양 떼를 몰고 들어와, 산만 한 바위로 입구를 막았다.
거인은 불을 피우다 구석의 사람들을 발견했다. “너희는 누구냐. 장사냐, 도둑이냐.” 그 목소리에 동굴이 통째로 울렸다.
오디세우스는 손님에게 주는 예의를 청했다. 거인은 코웃음을 쳤다. “우리는 신도 두렵지 않다.”
아무도라는 이름
그날 밤 거인은 사람 둘을 잡아먹었다. 손님을 대접하는 법이 통하지 않는 곳이었고, 남은 사람들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거인을 죽일 수는 없었다. 입구의 바위는 거인만 치울 수 있었으니, 그를 죽이면 모두 갇힌 채 굶어 죽는 것이었다.
이튿날 저녁 오디세우스는 포도주를 부어 올렸다. 거인은 벌컥벌컥 마시고 더 달라고 했다. “네 이름을 대라. 손님 선물을 주마.”
“내 이름은 아무도입니다.” 거인은 낄낄대며 말했다. “그럼 아무도를 맨 나중에 먹으마. 그게 내 선물이다.”
잠든 거인의 눈
거인은 취해 쓰러져 잠들었다. 오디세우스는 미리 깎아 둔 올리브 말뚝을 꺼냈으니, 끝을 불에 달구어 감춰 둔 것이었다.
넷이서 말뚝을 들어 거인의 눈에 박았다. 거인은 비명을 지르며 일어났고, 동굴이 무너질 듯 울렸다.
이웃 거인들이 굴 밖에 몰려와 물었다. “폴리페모스, 누가 너를 해치느냐.” “아무도다! 아무도가 나를 해친다!”
이웃들은 고개를 갸웃하며 돌아갔다. 아무도 안 해친다면 그것은 병이니 기도나 하라는 것이었다. 이름 하나가 도움 요청을 막아 버린 셈이다.
양의 배 밑에 매달려
아침이 되자 눈먼 거인이 바위를 옮겼다. 그러고는 문에 앉아 나가는 양들을 더듬었으니, 사람이 양 등에 타고 나갈 것이라 여긴 것이다.
오디세우스는 양을 셋씩 엮어 묶었다. 가운데 양의 배 밑에 한 사람씩 매달고, 자신은 가장 큰 숫양의 배 밑에 붙었다.
거인의 손이 양의 등을 훑고 지나갔다. 배 밑은 더듬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렇게 아침 햇빛 속으로 나왔다.
바다 위에서 밝힌 이름
배가 물살을 갈라 섬에서 멀어졌다. 살았다는 안도가 가슴에 차오르는데, 그 순간 무언가가 오디세우스 안에서 끓어올랐다.
그는 뱃머리에 서서 소리쳤다. “거인아! 네 눈을 앗은 것은 아무도가 아니다! 이타케의 오디세우스, 라에르테스의 아들이다!”
동료들이 매달려 말렸으나 늦었다. 거인은 산봉우리를 뜯어 던지고 하늘에 빌었다. “아버지 포세이돈이여, 저 자가 집에 닿지 못하게 하소서.”
폴리페모스는 포세이돈의 아들이었다. 그 기도는 그대로 이루어졌으니, 십 년 표류가 이 저녁에 시작되었다.
오늘, 이름을 숨기고 밝힌 값
이름을 숨긴 꾀가 그를 살렸다. 이름을 밝힌 자랑은 십 년을 값으로 물게 했으니, 같은 이름이 방패였다가 과녁이 되었다.
그가 이름을 외친 마음은 알 만하다. 해낸 일에는 내 이름이 붙기를 바라게 되지만, 가장 위험한 순간은 언제나 막 이긴 직후다.
이기는 중에 멈추지 못한 사람이 또 있었다. 남의 갑옷을 입은 파트로클로스다(그리스 49편). 승리의 꼬리쪽이 가장 미끄럽다.
오디세우스는 이 값을 십 년 동안 치른다. 그리고 마지막 이타케에서는 정반대로 한다. 거지 옷 속에 이름을 감추고 끝까지 참는다(18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