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4일 새벽, 이순신은 꿈에서 말을 타고 언덕을 오른다.
말이 발을 헛디뎌 굴러떨어지는데 그는 넘어지지 않는다. 그때 막내아들 면이 그를 끌어안는 듯한 모습이 보이고, 거기서 잠이 깬다.
그는 그 꿈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하루를 보낸다. 진중의 하루는 늘 하던 대로 흘러간다.
저녁에 온 편지
저녁에 천안에서 사람이 온다. 집에서 보낸 편지를 가지고 왔다.
봉함을 뜯기도 전에 몸이 떨린다. 무엇 때문인지 그 자신도 모르는 채, 뼈와 살이 먼저 반응한다.
겉봉을 열자 둘째 아들 열의 글씨가 보인다. 안쪽 편지에 앞서 겉면에 두 글자가 적혀 있다.
慟哭 통곡. (1597년 10월 14일, 집에서 온 편지 겉봉)
그는 그 두 글자를 보고 열기 전에 안다.
아산에서 있었던 일
면은 아산에 있었다. 아버지가 남해에서 싸우는 동안 가족은 그곳에 있었다.
정유년의 왜군은 전라도와 충청도까지 올라왔다. 그리고 그중 일부가 이순신의 집을 찾아왔다.
이것은 지나가다 들른 것이 아니다. 왜군은 이순신을 흔들기 위해 그의 가족을 노렸다. 아버지를 무너뜨리는 가장 빠른 길이 무엇인지 그들은 알고 있었다.
면은 달아나지 않았다. 그는 맞서 싸우다 죽었다.
그가 표적이 된 것은 그가 무엇을 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가 누구의 아들인지 때문이었다.
그날의 일기
그날 이순신이 쓴 글은 그가 남긴 어떤 문장보다 짧게 끊긴다.
하늘은 어찌 이토록 어질지 못한가. 그는 그렇게 묻는다.
내가 죽고 네가 사는 것이 마땅한데 네가 죽고 내가 살았으니 이치가 어그러졌다고 쓴다. 너를 따라 지하로 가서 함께 울고 싶다고 쓴다. 그러나 네 형과 네 누이와 네 어미가 의지할 곳이 없어 아직은 참고 살아야 한다고 쓴다.
그리고 이렇게 적는다. 마음은 죽고 형상만 남아 소리쳐 울 뿐이다. 하룻밤 지내기가 한 해를 지내는 것 같다.
한 달 사이의 두 가지 일
그가 명량에서 이긴 것이 9월 16일이다. 이 편지가 온 것이 10월 14일이다.
한 달이 채 되지 않는다.
그 사이에 그는 서해를 오르내리며 배를 챙기고 장계를 고쳐 썼다. 조정은 그의 품계를 두고 논의하다 말았고, 그는 그 소식에 별다른 말을 남기지 않았다.
이긴 사람에게 그 한 달이 무엇을 가져다주었는지는 이 편지가 말해 준다.
오늘, 자리가 부르는 것
이 편은 전투가 없는 편이다. 꿈 하나와 편지 한 통이 전부다.
그런데 이 하루가 이 시리즈에서 가장 무거운 자리에 놓인다. 그가 지켜 온 것과 그가 잃은 것이 같은 이유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그가 통제사가 아니었다면 면은 그날 표적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가 통제사였기 때문에 그 바다 뒤편의 수많은 집이 그해 겨울을 넘겼다.
두 문장 다 사실이다. 그가 이 둘을 어떻게 나란히 두고 살았는지는 일기에도 적혀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