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터데크에서 스타벅이 반대했던 그 금화가, 이제 마스트에 그대로 못 박혀 있었다. 선원들은 지나칠 때마다 그 앞에 멈춰 서서 새겨진 무늬를 들여다보곤 했다.
오늘도 몇 사람이 차례로 그 앞에 섰다. 같은 금화였지만, 그들이 읽어 내는 것은 저마다 달랐다.
자기 자신만 보는 사람
에이해브가 먼저 그 앞에 섰다. 그는 금화에 새겨진 산봉우리와 불꽃, 탑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The firm tower, that is Ahab; the volcano, that is Ahab; the courageous, the undaunted, and victorious fowl, that, too, is Ahab; all are Ahab.” 굳건한 탑, 그것이 에이해브다. 화산, 그것도 에이해브다. 용맹하고 굴하지 않는, 승리한 저 새, 그것 역시 에이해브다. 전부가 에이해브다. (제99장)
그는 그 무늬들 속에서 결국 자기 자신의 모습만을 읽어 냈다. 세상 모든 것이 그에게는 자신의 이야기로 돌아왔다.
경고로 읽는 사람
스타벅이 다음으로 다가왔다. 그는 같은 산봉우리를 보며 전혀 다른 것을 읽었다.
그에게 그 무늬는 신이 새겨 놓은 경고처럼 보였다. 그림자가 짙은 골짜기를 지나야 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로 그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운세로 읽는 사람
스텁은 웃으며 다가와 금화 둘레에 새겨진 별자리 무늬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그는 그것을 자신이 아는 점성술에 빗대어 하나하나 풀어냈다.
그의 풀이는 진지하다기보다 우스갯소리에 가까웠다. 그에게 이 금화는 무거운 뜻이 아니라 심심풀이 이야깃거리였다.
값으로 읽는 사람
플래스크는 그 앞에서 오래 머물지 않았다. 그는 그 금화가 담배를 몇 개나 살 수 있는 값인지만 헤아렸다.
그에게 무늬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가 아는 것은 오직 그 금화가 얼마짜리인가뿐이었다.
마지막으로 다가온 소년
가장 어린 선원 핍이 마지막으로 금화 앞에 섰다. 그는 오래 들여다보지 않고도 대뜸 이렇게 말했다.
“다들 저 금화에서 자기 자신을 보고 가네요.” 그는 웃지도 않고 그렇게 중얼거렸다.
같은 금화, 다른 눈
이슈마엘은 핍의 그 한마디가 앞선 네 사람의 이야기를 정확히 꿰뚫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에이해브도, 스타벅도, 스텁도, 플래스크도 결국 금화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같은 금화 앞에 서서도 다섯 사람은 저마다 다른 것을 보았다. 무늬는 하나였지만, 그것을 읽는 눈은 다섯 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