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 딕

바다로 가는 이유

이슈마엘 1, 도시를 떠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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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은 다섯 해 동안 반복해서 우울해진 한 남자가 마지막으로 고른 처방에서 시작한다.

돈이 거의 없고 뭍에 흥미를 느낄 것이 남지 않았을 때, 그는 배를 타고 잠시 세상을 둘러보기로 마음먹는다.

나를 이슈마엘이라 불러라

“Call me Ishmael.” 나를 이슈마엘이라 불러라. (제1장)

그는 자기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 대신 그렇게 불러 달라고 청한다. 진짜 이름인지는 알 길이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한 사람의 과거를 캐묻지 않고도 그가 지금 하려는 일에 귀 기울일 수 있다면, 이름이란 그 정도면 충분하다.

지갑이 얇아지고 마음이 축축해질 때

그가 말하는 우울에는 이름이 있다. 그는 그것을 하이포스라고 부른다.

지갑이 얇아지고, 11월의 비 오는 거리가 유난히 길게 느껴지고, 장의사 앞에서 자기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지나가는 장례 행렬 뒤를 따라가고 싶어질 때. 그런 때가 그에게는 온다.

특히 위험한 것은 길에서 마주치는 낯선 사람의 모자를 슬쩍 쳐서 떨어뜨리고 싶은 충동이 치밀 때다. 그 순간이 오면 그는 최대한 빨리 바다로 가야 한다는 것을 안다.

권총과 총알로 스스로를 해치는 대신, 그는 배를 고른다. 카토가 칼에 몸을 던졌다면 그는 조용히 배에 오른다.

모든 길은 물로 향한다

맨해튼이라는 섬의 이야기를 그는 먼저 한다. 일요일 오후, 이 도시의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부두 끝으로 걸어간다.

사무실에 갇혀 있던 사람들과 계산대 뒤에 서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물을 보려고 거기 서 있다. 도시의 어느 길을 걷든 결국 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우연 같지 않다.

그는 여기서 나르키소스 이야기를 꺼낸다. 물에 비친 자기 얼굴을 붙잡으려다 빠져 죽은 소년, 그 얼굴이야말로 삶이라는 붙잡을 수 없는 환영의 열쇠라고 그는 적는다.

손님이 아니라 일꾼으로

그는 이번에도 뱃삯을 내는 손님으로 배에 오르지 않는다. 대신 삯을 받는 평범한 선원으로 오른다.

돈을 내고 타면 뱃멀미로 몸이 상하고 마음도 함께 상한다. 반대로 몸을 써서 일하면 근육이 풀리고 하이포스도 함께 풀린다는 것을 그는 이미 여러 번의 항해에서 확인했다.

자존심이 걸리는 일 아니냐고 묻는다면 그는 이렇게 답한다. 자존심이라는 것도 결국 사람이 만든 것이고, 바다 앞에서는 누구의 자존심도 대단하지 않다.

명령을 받는 자리가 부끄럽다면, 세상 거의 모든 사람이 어떤 식으로든 누군가의 명령을 받으며 산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된다.

오늘, 처방을 고르는 법

마음이 어두워질 때 사람들은 저마다의 처방을 고른다. 누군가는 여행을 떠나고 누군가는 몸을 쓰는 일에 뛰어든다.

이슈마엘의 처방은 유별나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낯설고 위험한 일, 고래잡이배에 오르기로 한다.

왜 하필 고래잡이인지는 다음 장에서 그가 직접 답한다. 지금은 한 가지만 분명하다. 그는 이미 마음을 정했고, 뉴베드퍼드로 가는 배편을 알아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