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 미제라블

깃발을 든 노인

바리케이드 3, 화약통 앞의 횃불

읽는 시간 20분 · 유료 챕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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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 속에서 바리케이드로 오라고 부른 그 목소리가 마리우스에게는 운명의 목소리처럼 들렸다. 그는 죽고 싶었고, 기회가 왔다. 무덤의 문을 두드리는데 어둠 속에서 누가 열쇠를 내민 셈이었다. 그는 수없이 드나들던 철책을 벌리고 정원을 나서며 말했다. 가자!

그에게는 마침 자베르가 준 권총 두 자루가 있었다. 그는 앵발리드 다리를 건너 샹젤리제와 리볼리 거리를 지났다. 거기서는 가게가 열려 있고 여자들이 장을 보고 카페에서는 얼음과자를 먹고 있었다. 생토노레 거리를 따라 갈수록 불 켜진 창이 줄었고, 군중은 더 빽빽해졌다. 그 군중이 끝나는 자리에서 군대가 시작되었다. 마리우스는 군중과 야영지를 빠져나가고 순찰을 피해 시장 쪽으로 갔다.

그 너머는 지하실처럼 캄캄하고 고요했다. 지나는 사람도 병사도 불빛도 없었다. 누군가 그의 곁을 달려 지나갔다. 버려진 바리케이드를 넘자 아침에 보쉬에가 풀어 준 승합마차의 흰 말 두 마리가 하루 종일 떠돌다 멈춰 서 있었다. 어디선가 날아온 총알이 그의 머리 위 이발소 놋쇠 대야를 꿰뚫었다. 그 뒤로 그는 아무것도 만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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