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발장은 마리우스를 강둑에 내려놓았다. 그들은 밖에 있었다. 악취와 어둠은 등 뒤에 남았고, 맑고 서늘한 공기가 그를 감쌌다. 해는 졌지만 아직 하늘이 밝았다. 강물이 발밑에서 찰랑거렸고, 샹젤리제의 느릅나무 숲에서 새들이 잠자리에 드는 소리가 들렸다.
장발장은 잠시 그 고요에 넋을 놓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다 무엇이 생각난 듯 몸을 숙여 손바닥에 강물을 떠서 마리우스의 얼굴에 몇 방울 떨어뜨렸다. 마리우스는 눈을 뜨지 않았지만 벌어진 입으로 숨을 쉬고 있었다. 장발장이 다시 물을 뜨려는 순간, 등 뒤에 누가 있다는 낯익은 느낌이 들었다.
그가 돌아보니 몇 걸음 뒤에 긴 프록코트 차림의 키 큰 사내가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오른손에 납 머리 달린 곤봉을 쥔 그 사람은 자베르였다.
미끼
그날 오후 강둑에서 누더기 사내를 쫓던 사람이 바로 그였다. 바리케이드에서 뜻밖에 풀려난 자베르는 곧장 경찰청으로 가서 청장에게 짧게 보고하고, 그 길로 맡은 일로 돌아갔다. 샹젤리제 쪽 강둑을 지켜보는 일이었다. 그는 거기서 테나르디에를 보고 뒤를 밟았고, 테나르디에가 사라진 그 쇠창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테나르디에가 그토록 친절하게 문을 열어 준 까닭도 그것이었다. 그는 자베르가 문 밖에 있다는 것을 냄새로 알았다. 그 사냥개에게는 뼈다귀를 하나 던져 주어야 했다. 살인자 하나를 대신 내보내면 경찰은 그를 잡느라 자기를 놓칠 것이고, 덤으로 30프랑까지 생기는 셈이었다. 장발장은 한 암초에서 벗어나 다른 암초에 부딪힌 것이었다.
진흙과 피를 뒤집어쓴 장발장은 자기 자신과도 닮지 않아서, 자베르는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는 팔짱을 풀지 않은 채 짧고 차분하게 물었다. 당신은 누구요?
나요.
나라니, 누구?
장발장이오.
자베르는 곤봉을 입에 물고, 무릎을 굽혀, 두 손으로 장발장의 어깨를 집게처럼 움켜쥐었다. 얼굴과 얼굴이 거의 닿을 만큼 다가가 들여다보고서야 그를 알아보았다. 장발장은 살쾡이 발톱에 몸을 맡긴 사자처럼 가만히 있었다.
자베르, 당신이 나를 잡았소. 사실 오늘 아침부터 나는 스스로 당신의 죄수라고 여기고 있었고, 주소를 알려 준 것도 달아나려고 그런 게 아니오. 나를 데려가되, 다만 한 가지만 들어주시오.
아직은
자베르는 듣지 못한 듯 장발장을 노려보기만 했다. 그러다 손을 놓고 몸을 꼿꼿이 일으켜 곤봉을 다시 쥐었다. 그리고 꿈속에서처럼 중얼거렸다. 여기서 무얼 하고 있소, 이 사람은 누구요? 그는 여전히 장발장에게 하대하지 않았다.
장발장의 목소리가 그를 깨우는 것 같았다. 바로 이 사람 이야기를 하려던 참이오. 나는 당신 마음대로 하되, 먼저 이 사람을 집에 데려다주는 일만 도와주시오.
자베르의 얼굴이 굳었다. 누가 자기에게서 양보를 기대하는 것 같을 때마다 그는 그런 얼굴이 되었다. 그러나 안 된다고 하지는 않았다.
그는 다시 몸을 숙여 손수건을 강물에 적시고, 피 묻은 마리우스의 이마를 닦았다. 이 사람은 바리케이드에 있었지. 마리우스라고 불리던 사람이군. 묶여서 죽음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그는 모든 것을 보고 듣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마리우스의 손을 잡아 맥을 짚었다.
다친 사람이오, 하고 장발장이 말하자 자베르는 죽은 사람이오, 하고 받았다. 장발장이 다시 말했다. 아니오, 아직은 아니오.
장발장은 마리우스의 수첩을 꺼내 그가 연필로 쓴 첫 장을 펴서 자베르에게 내밀었다. 자베르는 밤새처럼 어둠에 밝은 눈으로 그 몇 줄을 읽고, 피유뒤칼베르 거리 6번지, 질노르망, 하고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마부를 불렀다. 그날 낮부터 기다리던 그 마차였다.
마차 안은 얼음처럼 조용했다. 마리우스는 구석에 기대 고개를 가슴에 떨구고 있었고, 장발장은 그림자 같았고, 자베르는 돌 같았다. 가로등 앞을 지날 때마다 마차 안이 번갯불처럼 하얗게 드러났다. 주검과 유령과 석상이 한자리에 마주 앉아 있었다.
피유뒤칼베르 거리 6번지
길바닥이 덜컹일 때마다 마리우스의 머리카락에서 피가 한 방울씩 떨어졌다. 밤이 깊어 마차가 6번지에 닿았다. 자베르가 먼저 내려 묵직한 쇠 문고리로 문을 세게 두드렸다. 촛불을 든 문지기가 졸린 얼굴로 반쯤 나왔다.
자베르가 질노르망이라는 사람이 여기 사느냐고 묻자, 문지기는 그렇다며 무슨 일이냐고 했다. 그의 아들을 데려왔소.
아들이라고요? 하고 문지기가 멍하니 되묻자 자베르는 죽었소, 하고 말했다. 그 뒤에서 누더기 차림의 장발장이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문지기는 자베르의 말도 장발장의 몸짓도 알아듣지 못했다.
그는 바리케이드에 갔다가 이렇게 됐소, 가서 아버지를 깨우시오. 문지기가 움직이지 않자 자베르는 재촉하고 한 마디를 덧붙였다. 내일 이 집에서 장례가 있겠군.
사람들은 할아버지만은 깨우지 않았다. 하인들이 마리우스를 2층으로 옮겨 낡은 소파에 눕히고, 의사를 부르러 가고, 붕대 감을 천을 꺼냈다. 그사이 자베르가 장발장의 어깨를 건드렸다. 장발장은 알아듣고 그를 따라 계단을 내려갔다.
마차에 다시 오르자 장발장이 하나만 더 들어 달라고 했다. 잠깐 내 집에 들르게 해 주시오, 그다음에는 나를 마음대로 하시오.
자베르는 프록코트 깃에 턱을 묻고 한동안 말이 없다가, 앞 창을 내리고 마부에게 일렀다. 옴아르메 거리 7번지.
문 앞에서 기다리겠소
가는 동안 둘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장발장은 코제트에게 마리우스가 어디 있는지 알리고, 할 수 있다면 마지막으로 몇 가지를 정리해 두려 했다. 자기 일은 이미 끝났다고 여겼다. 그는 자베르에게 붙잡혔고 버틸 생각이 없었다.
옴아르메 거리는 마차가 들어가기에 너무 좁았다. 마부는 마차의 새 우단이 살해된 사람의 피와 살인자의 진흙으로 더럽혀졌다며 삯을 달라고 했다. 그가 이해한 것은 그것이었다. 자베르는 일곱 시간 넘게 기다린 값까지 80프랑을 금화로 치르고 마차를 보냈다.
장발장은 자베르가 근처 경찰 초소로 자기를 걸어서 데려가려는 줄 알았다. 둘은 7번지에 이르렀고, 장발장이 문을 두드리자 문이 열렸다.
됐소, 올라가시오, 하고 말한 자베르는 억지로 말을 짜내는 듯한 이상한 얼굴로 덧붙였다. 여기서 기다리겠소.
장발장은 자베르를 바라보았다. 자베르답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고양이가 쥐에게 발톱 길이만큼의 자유를 주는 것쯤으로 여겼다. 그는 집 안으로 들어가 계단을 올랐다.
2층 층계참에서 그는 잠깐 멈추었다. 창이 열려 있었고, 맞은편 가로등이 짧은 거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비추고 있었다. 숨을 돌리려고 그는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거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자베르가 가 버린 것이다.
할아버지
그 시각 피유뒤칼베르 거리에서는 의사가 마리우스의 상처를 살피고 있었다. 가슴 속은 다치지 않았다. 총알 하나가 수첩에 막혀 갈비뼈를 따라 비껴갔고, 부러진 쇄골은 하수도를 지나는 동안 더 어긋나 있었다. 머리의 상처가 가장 걱정이었다. 그 상처 때문에 정신을 잃었고, 이런 기절에서는 늘 깨어나는 것이 아니었다.
방 안쪽의 문이 열리더니 길고 창백한 사람이 나타났다. 소란에 잠이 깬 할아버지였다. 그는 침대 위의 피투성이 젊은이를 보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떨며 중얼거렸다. 마리우스!
바리케이드에 가셨다가 실려 오셨습니다, 하고 하인이 말하자 노인은 무서운 목소리로 죽었구나, 이 날강도! 하고 외쳤다.
그는 창을 활짝 열고 어둠을 향해 소리쳤다. 녀석은 내가 기다린다는 걸 알았다. 제 방을 치워 두고 어릴 적 초상화를 내 머리맡에 걸어 둔 것도 알았다. 돌아와서 저예요, 한 마디만 하면 이 집의 주인이 되었을 텐데. 그런데 나를 미워해서 일부러 죽으러 갔다고 그는 외쳤다. 그는 손자를 살인자, 악당이라 부르며, 저렇게 무정하게 죽었으니 나도 슬퍼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 순간 마리우스가 천천히 눈을 떴고, 흐릿한 눈길이 노인에게 가서 멈추었다.
노인이 외쳤다. 마리우스, 내 아가, 내 아들, 눈을 떴구나, 나를 보는구나, 살아 있구나, 고맙다!
그리고 노인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두 갈래 길
자베르는 옴아르메 거리를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는 평생 처음으로 고개를 숙이고 걸었고, 평생 처음으로 뒷짐을 지고 있었다. 그때까지 그가 아는 자세는 팔짱 하나뿐이었다. 결심한 사람의 자세였다. 망설이는 사람의 자세인 뒷짐은 그가 몰랐던 것이었다.
그는 강가로 가서 샤틀레 광장의 경찰 초소에서 멀지 않은 퐁노트르담 모퉁이에 멈추었다. 두 다리 사이에서 강물이 빠르게 휘도는 자리였다. 뱃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곳으로, 거기 빠진 사람은 다시 떠오르지 않았다. 자베르는 난간에 두 팔꿈치를 대고 턱을 두 손으로 괸 채 생각에 잠겼다.
몇 시간 전부터 자베르는 단순한 사람이 아니게 되었다. 그의 앞에 두 길이 나 있었다. 둘 다 곧은 길이었지만 서로 반대쪽으로 뻗어 있었다. 평생 곧은 길 하나만 알던 그는 그것이 무서웠다. 어느 쪽이 참된 길인가.
죄인에게 목숨을 빚지고, 그 빚을 받아들여 갚았다. 가라는 말을 듣고, 자기도 그에게 가라고 했다. 그는 사사로운 이유로 의무를 저버렸다. 그런데 그 사사로운 이유 속에서 의무보다 더 크고 넓은 무엇이 느껴졌다. 그는 그 앞에서 말을 잃었다.
장발장을 넘기는 것은 잘못이었다. 놓아두는 것도 잘못이었다. 넘기면 법의 사람이 죄수보다 낮아지고, 놓아두면 죄수가 법 위에 올라선다. 어느 쪽이든 그는 떨어지는 것이었다.
마땅히 할 일은 하나였다. 당장 옴아르메 거리로 돌아가 장발장을 감옥에 넣는 것. 그는 그것을 알았다. 그런데 할 수가 없었다. 마차 안에서도 스무 번은 손을 뻗어 그의 멱살을 잡으려 했다. 그때마다 손이 무거운 것에 눌리듯 떨어졌고, 마음 깊은 데서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좋아, 너를 살린 사람을 넘겨라. 그다음엔 빌라도의 대야를 가져다 그 발톱이나 씻어라.
의무보다 더한 것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끝까지 쫓아 괴롭힌 그 죄수는 나를 발밑에 두고 복수할 수 있었다. 제 안전을 위해서라도 그래야 했는데, 그는 나를 살려 주었다. 그는 무엇을 했나, 의무를 했나? 아니다, 그보다 더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를 놓아준 나는 무엇을 했나, 의무를 했나? 아니다, 그보다 더한 것이었다.
“Il y a donc quelque chose de plus que le devoir?” 그렇다면 의무보다 더한 것이 있다는 말인가? (5부 4권 1장)
여기서 그는 아찔해졌다. 그의 저울이 부서졌다. 한쪽 접시는 구렁으로 떨어지고 다른 쪽 접시는 하늘로 날아갔다. 그는 위로 올라간 것이 아래로 떨어진 것만큼이나 두려웠다.
그에게는 상관이 있었다. 경찰청장이었다. 그는 그 위의 다른 상관, 신을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 새로운 상관이 갑자기 느껴지자 그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아랫사람은 언제나 고개를 숙여야 하고, 따를 수 없으면 물러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는 알았다. 그러나 신에게는 어떻게 사표를 내는가.
위고는 자베르가 바란 것이 사람다운 것도 위대한 것도 아니고 흠이 없는 것이었다고 적는다. 그런데 그는 방금 흠을 냈다. 판사도 사람이고 법도 틀릴 수 있으며, 법전이 말을 마쳐도 다 끝난 것은 아니었다. 그는 그것을 인정해야 했다. 그것은 그에게 하늘의 푸른 유리에 금이 간 것을 보는 일이었다.
이 상태를 빠져나가는 길은 둘뿐이었다. 하나는 곧장 장발장에게 가서 그를 감옥에 돌려보내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업무에 관한 몇 가지 의견
자베르는 난간을 떠나, 이번에는 고개를 들고 단단한 걸음으로 샤틀레 광장 모퉁이의 등불 단 초소로 갔다. 그는 안에 있던 경관에게 이름을 대고 신분증을 보인 뒤, 촛불이 켜진 초소 탁자에 앉았다. 탁자 위에는 펜과 납 잉크병과 보고서를 쓰는 종이가 있었다. 그는 펜을 들고 썼다. 업무의 개선을 위한 몇 가지 의견.
그는 하나씩 번호를 매겼다. 예심을 마치고 돌아온 죄수들은 몸수색을 받는 동안 맨발로 돌바닥에 서 있다. 그래서 여럿이 기침을 하고 의무실 비용이 든다. 미행할 때는 중요한 경우 적어도 두 경관이 서로를 시야에서 놓치지 말아야 한다. 한 사람이 어떤 이유로든 일을 소홀히 하면 다른 사람이 그를 지켜보고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들로네트 감옥은 돈을 내도 죄수가 의자를 갖지 못하게 하는데 그 까닭을 알 수 없다. 면회실로 죄수를 불러 주는 죄수들이 이름을 똑똑히 외쳐 주는 값으로 2수씩 받는데, 그것은 도둑질이다. 헌병들이 예심 판사의 신문 내용을 경찰청 마당에서 떠벌리는 것은 심각한 무질서다. 그렇게 열 가지였다.
그는 가장 차분하고 반듯한 글씨로 쉼표 하나 빠뜨리지 않고 적었다. 맨 아래에는 이렇게 서명했다. 자베르, 1급 감독관, 샤틀레 광장 초소에서, 1832년 6월 7일 새벽 한 시쯤. 그는 잉크를 말리고 종이를 편지처럼 접어 봉한 뒤, 뒷면에 행정 당국에 드리는 메모라고 쓰고 탁자 위에 놓고 나왔다.
그는 광장을 비스듬히 가로질러 강가로 돌아갔다. 그리고 십오 분 전에 떠났던 바로 그 자리, 바로 그 난간 돌 위에 같은 자세로 팔꿈치를 괴었다. 움직인 적이 없는 사람 같았다.
자정이 지난 깊은 밤이었다. 구름이 별을 가렸고, 강 건너 시테 섬의 집들에는 불빛 하나 없었다. 비에 불어난 강물이 소리만 낼 뿐 보이지 않았다. 자베르는 몇 분 동안 그 어둠을 내려다보았다. 그러고는 모자를 벗어 난간 위에 놓았다. 잠시 뒤 키 크고 검은 형체 하나가 난간 위에 섰다가, 강 쪽으로 몸을 숙이고, 곧게 어둠 속으로 떨어졌다. 둔한 물소리가 났다.
오늘, 두 갈래 길 앞에서
이날 자베르는 장발장 앞에서 두 번 손을 놓았다. 한 번은 하수도 출구에서 움켜쥔 어깨를 놓고, 다친 젊은이를 집에 데려다 달라는 청을 들어줄 때였다. 또 한 번은 그의 집 앞에서 기다리겠다고 해 놓고 돌아설 때였다. 그는 그 두 번을 끝내 자기 안에서 설명하지 못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것은 고백도 유서도 아니었다. 맨발로 돌바닥에 서서 기침하는 죄수들과, 이름을 불러 주는 값으로 2수를 뜯기는 죄수들에 관한 업무 메모였다.
누군가 나에게 베푼 것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몰라 오래 마음이 무거웠던 적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