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다섯 달 전만 해도 그토록 아프던 코제트의 슬픔이, 그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물어 가고 있었다. 봄과 젊음과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새와 꽃의 즐거움이 날마다 조금씩 그 마음에 스며들었다. 불이 다 꺼진 것인지 재가 덮였을 뿐인지는 알 수 없었다. 어느 날 그녀는 문득 마리우스를 떠올리고 말했다. 어머, 나 이제 그 사람 생각을 안 하네.
같은 주에 그녀는 정원 철책 앞을 지나가는 아주 잘생긴 창기병 장교를 보았다. 허리가 잘록하고, 처녀 같은 뺨에 콧수염을 반질반질하게 다듬은 금발의 사내였다. 둥글고 뽐내는 얼굴은 마리우스와 정반대였다. 이튿날도 그가 지나갔고, 코제트는 그 시간을 눈여겨 두었다. 그 뒤로 그는 거의 날마다 철책 앞을 지나갔다.
장교의 동료들은 손질 안 된 정원 철책 안에 꽤 예쁜 아가씨가 늘 그 시간에 서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저 아가씨가 너를 본다고 하자 그는 말했다. 나를 쳐다보는 여자를 다 쳐다볼 시간이 내게 있겠나? 그 잘생긴 중위의 이름은 테오뒬 질노르망이었다. 같은 무렵 마리우스는 죽기 전에 그녀를 한 번만 더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되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