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무렵 탕플 대로 근처에는 열한두 살쯤 된 사내아이 하나가 돌아다녔다. 남자 바지와 여자 윗옷을 걸쳤는데, 둘 다 부모가 준 것이 아니라 모르는 사람들이 불쌍해서 입혀 준 누더기였다. 아이에게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있었다. 다만 아버지는 아이를 생각하지 않았고 어머니는 아이를 사랑하지 않았다. 아이는 길이 집보다 편했다. 집 없고 빵 없고 불 없고 사랑도 없었지만, 아이는 자유로워서 즐거웠다. 대로 사람들은 아이를 꼬마 가브로슈라고 불렀다.
그래도 아이는 두세 달에 한 번쯤 엄마를 보러 가겠다며 강을 건너 고르보 집을 찾아갔다. 그 집에서 가장 가난한 식구가 아이의 집이었다. 아버지와 어머니와 다 큰 딸 둘이 한 방에 살았고, 아버지는 방을 얻을 때 자기 성을 종드레트라고 댔다. 누가 폴란드 사람이나 이탈리아 사람이나 어쩌면 에스파냐 사람을 찾아오면 그게 자기라고 문지기 노파에게 일러두기도 했다.
아이가 들어서면 식구들은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고, 아이는 길에서 왔다고 답했다. 나갈 때 어디 가느냐고 물으면 길로 간다고 답했다. 어머니는 여기 뭐 하러 왔느냐고 했다. 어머니는 딸들만 사랑했다. 종드레트네 방은 복도 맨 끝이었고, 바로 옆방에는 마리우스라는 아주 가난한 청년이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