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기 중엽, 파리 고등법원의 한 법관이 몰래 만나는 여자를 위해 인적 드문 거리에 작은 집을 지었다. 지금의 플뤼메 거리다. 이 층짜리 별채 앞에는 넓은 철책 정원이 있었고, 뒤로는 좁은 마당과 방 둘짜리 낮은 뒷집이 있었다. 뒷집의 숨은 문을 열면 두 높은 담 사이로 꼬불꼬불 이어지는 돌길이 나왔다. 그 길은 남의 정원과 밭 사이로 숨어 들어가 먼 바빌론 거리 끝의 또 다른 숨은 문에 닿았다.
법관은 그 길로 드나들었다. 누가 그의 뒤를 밟아도 바빌론 거리로 가는 사람이 플뤼메 거리로 간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혁명 뒤 그 집은 오래 비어 낡은 가구를 품은 채 무너져 갔다. 철책에는 누렇게 바랜 셋집 팻말이 1810년부터 걸려 있었다.
1829년 10월, 나이 든 남자 하나가 그 집을 통째로 빌렸다. 그는 두 숨은 문을 다시 열고 조용히 손을 본 다음, 젊은 처녀 하나와 늙은 하녀 하나를 데리고 들어왔다. 자기 집에 들어오는 사람이라기보다 스며드는 사람 같았다. 집을 빌릴 때 그가 댄 이름은 연금 생활자 포슐르방이었다. 그는 장발장이었고, 처녀는 코제트였다. 에포닌이 철책 너머로 엿보고 비스킷을 돌려보낸 정원이 바로 그 집의 정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