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3년 뒤로 몽페르메이의 여관이 자잘한 빚에 조금씩 가라앉는 동안, 테나르디에 부부에게는 아이가 둘 더 태어났다. 둘 다 사내아이였다. 딸 둘에 아들 셋, 다섯이었다.
테나르디에 부인의 어머니 노릇은 딸들까지였다. 아들들 앞에서 그 마음은 깎아지른 벼랑처럼 끝났다. 그녀는 맏아들 가브로슈를 싫어했고, 아래 두 아들은 더 싫어했다. 왜냐고 물으면 그냥, 이라는 대답밖에 없었다.
그 두 아이를 떠넘긴 곳은 마뇽이라는 여자였다. 마뇽에게는 질노르망 씨에게서 달마다 80프랑의 양육비를 받아 내던 어린 아들이 둘 있었다. 그런데 크루프가 강가 동네를 휩쓸던 해, 그 두 아이가 같은 날 아침과 저녁에 하나씩 죽었다. 아이들이 죽으면 돈도 끊긴다. 마뇽에게는 아이 둘이 필요했고, 테나르디에 부인에게는 마침 아이 둘이 있었다. 같은 성별에 같은 나이였다.
빌려준 아이들
테나르디에의 두 막내는 그렇게 마뇽의 아이가 되었다. 마뇽은 이사를 했고, 파리에서는 거리 하나만 옮겨도 사람이 다른 사람이 된다. 관청은 아무것도 몰랐다. 테나르디에는 아이를 빌려준 값으로 달마다 10프랑을 받기로 했고, 마뇽은 그 돈을 꼬박꼬박 냈다. 질노르망 씨는 여섯 달에 한 번 아이들을 보러 와서도 바뀐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나리를 쏙 빼닮았지요, 하고 마뇽이 말했다.
아이들을 넘긴 날 저녁, 테나르디에 부인은 망설이는 척을 했다. 이건 자식을 버리는 거잖아. 테나르디에가 태연히 답했다. 장자크 루소는 더한 짓도 했어. 경찰이 성가시게 하지 않을까, 이게 허락되는 일이냐고 아내가 묻자 그는 말했다. 다 허락돼. 땡전 한 푼 없는 아이들을 누가 자세히 들여다보겠어.
80프랑 덕분에 두 아이는 마뇽의 집에서 제법 잘 지냈다. 옷도 밥도 괜찮았고, 친어머니에게서보다 가짜 어머니에게서 더 나은 대접을 받았다. 마뇽은 아이들 앞에서는 은어도 쓰지 않았다. 몇 해가 그렇게 지났다.
그러다 고르보 집 함정이 터졌다. 테나르디에네가 무너지자 그와 얽힌 마뇽도 무너졌다. 마뇽이 에포닌에게 플뤼메 거리의 쪽지를 건넨 지 얼마 안 되어서였다. 경찰이 그 집을 덮쳐 집 안 사람을 모조리 잡아갔다.
두 아이는 그때 뒷마당에서 놀고 있어서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집에 들어가려 하니 문은 잠겨 있고 집은 비어 있었다. 맞은편 구둣방 주인이 아이들을 불러 엄마가 두고 간 종이 한 장을 주었다. 거기에는 주소가 적혀 있었다. 이제 너희는 여기 안 산다, 이리로 가라, 첫 골목에서 왼쪽이다.
형이 동생 손을 잡고 길을 나섰다. 추위에 곱은 형의 작은 손가락은 그 종이를 꽉 쥐지 못했다. 모퉁이를 돌 때 바람이 종이를 채어 갔고, 날이 저물어 다시 찾을 수 없었다. 두 아이는 그때부터 아무 데로나 거리를 떠돌았다.
셋으로 나눈 빵
1832년 봄 파리에는 콜레라가 돌았고, 겨울로 돌아간 듯한 찬 바람이 자주 불었다. 그런 바람이 매섭던 어느 저녁이었다. 어린 가브로슈는 어디서 주운 여자 숄을 목도리 삼아 두르고 이발소 진열창 앞에 서 있었다. 그는 창 안에서 빙빙 도는 밀랍 신부 인형을 넋 놓고 보는 척했지만, 실은 비누 한 장을 슬쩍할 틈을 노리고 있었다. 그 비누를 변두리 이발사에게 1수에 팔면 점심이 되었다. 그날은 금요일이었고, 그가 마지막으로 저녁을 먹은 것은 사흘 전이었다.
그때 그보다 더 작은 아이 둘이 이발소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하나는 일곱 살쯤, 하나는 다섯 살쯤 되어 보였고 옷차림은 제법 깨끗했다. 동생은 흐느끼고 형은 이가 딱딱 부딪혀서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이발사는 면도칼을 든 채 화난 얼굴로 둘을 손과 무릎으로 밀어내고 문을 닫았다. 괜히 와서 안을 식히고 있어!
울며 걸어가는 두 아이를 가브로슈가 따라잡았다. 왜 그래, 꼬맹이들?
어디서 자야 할지 몰라요, 하고 형이 답했다.
그것 때문에? 별것도 아닌 걸로 우냐, 바보들같이.
그러고는 놀리는 투 속에 다정한 위엄을 섞어 말했다. 따라와.
네, 하고 형이 답했다. 두 아이는 대주교를 따르듯 그를 따라갔고, 울음을 그쳤다.
생앙투안 거리를 올라가다가 가브로슈는 대문 밑에서 떨고 있는 열서너 살 거지 소녀를 보았다. 무릎이 다 드러날 만큼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다. 불쌍하기도 하지, 이거라도 걸쳐. 그는 목에 두른 숄을 풀어 소녀의 앙상한 어깨에 던져 주었다. 소녀는 말없이 그것을 받았다. 그 순간 소나기가 거세게 쏟아지자 가브로슈는 덜덜 떨며 하늘에 대고 외쳤다. 또 비야? 계속 이러면 구독 끊는다!
빵집 앞에서 그가 돌아서서 저녁은 먹었느냐고 물었다. 형은 아침부터 아무것도 못 먹었다고, 엄마 아빠는 있는데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답했다.
가끔은 모르는 게 나아, 하고 생각이 깊은 가브로슈가 말했다.
그는 한참 누더기 속을 뒤지더니 의기양양하게 1수짜리 동전 한 닢을 꺼냈다. 진정해라, 셋이 먹을 저녁이다. 그는 두 아이를 빵집으로 밀어 넣고 동전을 계산대에 탁 놓았다. 빵 5상팀어치, 셋으로 잘라 주쇼, 우리는 셋이니까.
빵집 주인이 세 아이를 훑어보고 갈색 빵을 집자, 가브로슈는 거만하게 따졌다. 그게 뭐요? 흰 빵으로 주쇼, 오늘은 내가 한턱내는 거요. 주인은 웃음을 참으며 흰 빵을 잘랐다.
가브로슈는 형에게 가장 큰 조각을 주며 이거 총에 장전해라, 하고 말했다. 가장 작은 조각은 자기가 가졌다. 셋 다 굶주려 있었다. 걸어가다가 그가 혼자 중얼거렸다. 그래도 나한테 애들이 있으면 저것보다는 잘 챙길 텐데.
설교만 남은 지갑
라포르스 감옥의 낮은 쪽문이 보이는 골목 모퉁이에서 누가 그를 불렀다. 가브로슈, 너냐? 파란 안경을 쓰고 변장한 몽파르나스였다. 가브로슈는 단번에 그를 알아보았다.
몽파르나스는 그를 어두운 대문 밑으로 끌고 가 소식을 전했다. 바베가 그날 아침 심문받으러 가다가 복도에서 오른쪽 대신 왼쪽으로 꺾어 달아났다고 했다. 그러고는 지팡이 속에 칼을 숨긴 채, 오늘 밤 할 일이 있다고만 했다.
참, 며칠 전에 웃기는 일이 있었어. 웬 노인을 만났는데 내게 설교 한 바탕과 지갑을 주더라. 주머니에 넣었는데 1분 뒤에 뒤져 보니 아무것도 없지 뭐냐.
설교만 남았네, 하고 가브로슈가 말했다.
너는 어디 가냐는 물음에 가브로슈는 두 아이를 가리키며 얘들 재우러 간다고 했다. 어디서 재우느냐, 너희 집이 어디냐고 몽파르나스가 거듭 묻자 그가 답했다.
코끼리 안에.
몽파르나스도 그 말에는 놀랐다. 가브로슈는 혹시 밤에 자기가 필요하면 그리로 찾아오라고 했다. 문지기 없는 중이층이니 가브로슈 씨를 찾으면 된다고 말하고, 그는 바스티유 쪽으로 향했다.
쓸모없는 코끼리
바스티유 광장 동남쪽 구석에는 높이가 40피트쯤 되는 코끼리가 서 있었다. 나폴레옹이 분수로 세우려던 거대한 상의 모형이었다. 나무와 회반죽으로 지어 등에 탑을 얹었는데, 1814년 뒤로 아무도 돌보지 않았다. 해마다 회반죽이 떨어져 나가 옆구리에 상처가 났고, 다리 사이로 풀이 자랐다. 지나가는 점잖은 사람들은 저런 게 무슨 쓸모가 있느냐고 혀를 찼다.
가브로슈는 울타리 틈으로 두 아이를 들여보내고, 공사장 일꾼들이 쓰는 사다리를 들어 코끼리 앞다리에 세웠다. 사다리 끝 언저리, 코끼리 배에 시커먼 구멍이 하나 보였다. 올라가서 들어가.
두 아이는 겁에 질려 서로를 보았다. 무섭냐? 봐라. 가브로슈는 사다리도 쓰지 않고 거친 다리를 끌어안고 순식간에 구멍까지 올라가, 뱀처럼 그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잠시 뒤 어둠 속 구멍 가장자리에 그의 하얀 얼굴이 나타났다.
형이 비틀비틀 사다리를 올랐고, 가브로슈는 겁내지 마, 그렇지, 발은 거기, 손은 여기, 하며 그를 끌어올렸다. 혼자 남은 다섯 살 막내는 울고 싶었지만 울지 못했다. 가브로슈는 다시 미끄러져 내려와 막내를 사다리 한가운데 올려놓고 뒤에서 밀며 외쳤다. 내가 밀 테니 네가 당겨!
셋이 다 들어가자 그는 사다리를 발로 차서 풀밭에 넘어뜨리고 손뼉을 쳤다. 다 왔다, 꼬맹이들, 여긴 우리 집이야!
그는 판자로 구멍을 막고 송진 먹인 끈에 불을 붙였다. 연기 낀 빛 속에 거대한 뼈대가 드러났다. 위로는 긴 들보가 등뼈처럼 지나가고 거기서 갈비뼈 같은 버팀목들이 휘어져 내려왔다. 회반죽 덩어리가 내장처럼 매달려 있었다. 구석구석에서 시커먼 얼룩들이 살아 있는 것처럼 재빨리 움직였다. 막내가 형에게 바싹 붙어 속삭였다. 깜깜해.
깜깜한 건 바깥이지, 하고 가브로슈가 말했다. 바깥엔 비가 오는데 여긴 안 오고, 바깥은 추운데 여긴 바람 한 점 없잖아. 바깥엔 달도 없는데 여긴 내 촛불이 있다고!
쥐가 먹은 고양이
안쪽에 그의 침대가 있었다. 짚 돗자리 한 장과 두툼한 회색 모포 한 장, 그리고 장막이 있었다. 장대 셋을 세워 꼭대기를 묶고 그 위에 놋쇠 그물을 씌운 뒤, 둘레를 돌로 눌러 틈을 막은 것이었다. 동물원의 새장에 치는 그물이었다.
가브로슈가 돌을 조금 비켜 그물을 열고 엎드려 들어가라고 했다. 셋은 그물 안 돗자리에 나란히 누웠다.
이게 뭐예요, 하고 형이 그물을 가리켜 묻자 가브로슈는 진지하게 답했다. 쥐 막는 거야, 식물원에서 가져왔지. 모포는 원숭이한테서, 돗자리는 기린한테서 가져왔다고 했다. 코끼리한테 쓸 거라고 했더니 짐승들도 뭐라 안 하더라는 것이었다.
그는 맨 가장자리에 누운 막내에게 엄마처럼 모포를 덮어 주고, 헌 헝겊을 모아 베개를 만들어 주었다. 형은 구원받은 천사 같은 얼굴로 그를 보았다. 왜 울었냐고 가브로슈가 묻자 형이 말했다. 갈 데가 하나도 없어서요, 밤에 우리끼리만 있는 게 무서워서요.
이제 징징대지 마. 내가 너희를 돌볼게. 여름이면 개울에서 헤엄치고, 연극도 보러 가고, 오페라에도 몰래 들어가자. 그때 촛농이 손가락에 떨어졌다. 그는 불빛 값으로 한 달에 1수 이상은 못 쓴다며 불을 끄려 했다. 천둥이 크게 치자 두 아이가 비명을 질렀지만, 가브로슈는 하느님이 촛불을 켰으니 자기는 끄겠다고 웃었다.
불이 꺼지자마자 그물 위에서 이상한 떨림이 시작되었다. 놋쇠 줄을 긁는 수많은 발톱과 이빨 소리, 찍찍대는 소리였다. 형은 벌써 잠들어 있었다. 겁에 질린 막내가 숨을 죽이고 불렀다.
아저씨?
응?
저게 뭐예요?
쥐야.
쥐가 뭐예요?
생쥐야.
막내는 흰 생쥐를 본 적이 있어서 조금 안심했다. 그래도 아이는 다시 물었다. 왜 고양이는 안 키워요?
한 마리 데려왔는데, 쥐들이 먹어 버렸어.
고양이를 먹는 생쥐라니, 막내는 다시 떨기 시작했다. 그 생쥐들이 우리도 먹어요?
당연하지, 하고 말한 가브로슈가 곧 덧붙였다. 겁내지 마, 못 들어와, 그리고 내가 있잖아. 자, 내 손 잡고 조용히 자.
그는 형 너머로 막내의 손을 잡았다. 아이는 그 손을 꼭 쥐고 안심했다. 몇 분 뒤 쥐들이 다시 몰려들었지만, 세 아이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
담 위의 사내
같은 날 밤 라포르스 감옥에서는 탈옥이 있었다. 한 달 동안 징벌방에서 밧줄을 꼰 브뤼종이 같은 방의 괼메르와 함께 못 하나로 굴뚝을 뚫었다. 둘은 지붕으로 나가 담을 넘었다. 다락 감방에 갇혀 있던 테나르디에도 그 소식을 알고 있었다. 그는 보초에게 수면제 든 포도주를 먹이고 천장과 지붕을 뚫고 나왔다. 그러나 굴뚝에 남은 밧줄 토막이 너무 짧아 담을 넘을 수 없었다.
어떻게 갔는지 아무도 모르는 길을 지나, 그는 새벽 세 시가 넘어 감옥 담에 붙은 폐가의 꼭대기에 닿았다. 비에 젖고 손과 무릎이 다 까진 채, 그는 폭이 한 뼘 남짓한 담 위에 엎드려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아래는 3층 높이의 벼랑이었다. 네 시면 보초가 바뀌고 탈옥이 들통난다. 떨어지면 죽고, 남아 있으면 잡힌다.
그때 담 밑 판자 울타리 안으로 사내 넷이 숨어들었다. 그는 그들이 쓰는 은어를 듣고 브뤼종과 바베와 몽파르나스와 괼메르를 알아보았다. 그들은 밤새 감옥 둘레를 돌며 그를 기다리다 이제 막 떠나려는 참이었다. 소리를 지를 수 없던 그는 주머니의 밧줄 토막을 그들의 발치로 던졌다.
밧줄 둘을 이으면 길이는 되었다. 문제는 지쳐서 손이 곱은 테나르디에가 그것을 담에 매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누가 올라가야 했다. 벽에 붙은 낡은 연통이 담 꼭대기 근처까지 이어져 있었지만 너무 좁아서 어른은 못 들어갔다. 꼬마가 있어야 해, 하고 브뤼종이 말했다. 몽파르나스가 내게 맡겨, 하고는 바스티유 쪽으로 달려갔다.
새벽 동이 트기 직전, 코끼리 밑에서 앵무새 소리 같은 외침이 두 번 울렸다. 구멍에서 맑은 목소리가 대답하고, 가브로슈가 다리를 타고 미끄러져 내려왔다. 네가 필요하다, 와서 좀 도와라. 가브로슈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간다.
그래도 상관없어
판자 울타리 안에서 괼메르가 머리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가브로슈에게 물었다. 꼬마, 너 사내냐? 가브로슈는 어깨를 으쓱하며, 자기 같은 꼬마가 사내고 당신들 같은 사내들이 꼬마라고 받아쳤다. 할 일은 연통을 타고 올라가 밧줄을 매는 것이었다. 가브로슈는 연통과 담과 창을 훑어보고는 겨우 그거냐는 듯 입술을 튕겼다.
저 위에 사람이 하나 있다, 네가 구하는 거다, 하고 몽파르나스가 말했다. 할 테냐? 바보 같은 소리, 하고 가브로슈는 신발을 벗었다.
괼메르가 그를 판잣집 지붕에 올려 주고 밧줄을 건넸다. 아이가 연통의 갈라진 틈으로 막 들어서려는 순간, 살길이 다가오는 것을 본 테나르디에가 담 가장자리로 고개를 내밀었다. 첫 새벽빛이 땀에 젖은 이마와 핏기 없는 광대뼈와 뾰족한 코와 곤두선 잿빛 수염을 비추었다. 가브로슈가 그를 알아보았다.
“Tiens! c’est mon père!… Oh! cela n’empêche pas.” 어라! 우리 아버지네!… 뭐, 그래도 상관없어. (4부 6권 3장)
그는 밧줄을 이에 물고 연통을 타고 올라가, 낡은 담에 말 타듯 걸터앉아 창틀 위 가로대에 밧줄을 단단히 매었다. 잠시 뒤 테나르디에는 길바닥에 서 있었다.
땅을 밟자마자 그는 더 이상 지치지도 떨지도 않았고, 그 사납고 영리한 머리가 다시 깨어났다. 그가 처음 한 말은 이것이었다.
자, 이제 누구를 먹을까?
브뤼종이 플뤼메 거리에 괜찮아 보이던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외딴집에 낡은 철책 정원이 있고 여자들만 산다고 했다. 그런데 네 딸 에포닌이 가서 보았다고 바베가 말하자, 괼메르가 그 애가 마뇽에게 비스킷을 가져왔다고 덧붙였다. 거긴 할 게 없다는 뜻이었다.
내 딸이 바보는 아니지, 하고 테나르디에가 말했다. 그래도 한번 가 봐야겠어.
그사이 아무도 가브로슈를 쳐다보지 않았다. 아이는 울타리 말뚝에 걸터앉아, 어쩌면 아버지가 자기를 돌아볼까 하여 잠시 기다렸다. 그러다 신발을 다시 신고 말했다.
다 끝났어요? 이제 나 필요 없죠, 아저씨들? 다들 빠져나왔으니 나 갈게요, 우리 애들 깨우러 가야 하거든요.
그리고 그는 떠났다.
아이가 골목 모퉁이로 사라지자 바베가 테나르디에를 따로 불러, 담에 올라가서 밧줄을 갖다 준 그 꼬마를 봤느냐고 물었다. 테나르디에는 별로 안 봤다고 했다.
잘은 모르겠는데, 네 아들 같던데.
그래? 그런가? 하고 테나르디에도 떠났다.
오늘, 빵을 셋으로 나눈 아이
그날 밤 가브로슈는 모르는 아이 둘을 데려와 1수짜리 빵을 셋으로 나누고, 가장 작은 조각을 먹었다. 쥐 소리에 떠는 막내의 손을 잡아 재웠다. 그 두 아이가 자기 동생이라는 것을 그는 끝내 몰랐다. 그 아이들을 달마다 10프랑에 빌려준 사람은 그의 아버지였다.
새벽에 그는 비에 젖은 담을 맨발로 올라가 한 사내를 내려 주었다. 그가 아버지라는 것을 알고서도 그는 밧줄을 이로 물고 끝까지 올라갔다. 그 사내는 땅에 내려서자 누구를 털지부터 의논했고, 아들을 돌아보지 않았다.
쓸모없다고 다들 혀를 차던 코끼리는 그날 밤 아이 셋을 비에서 지켰다.
누군가 나를 알아봐 주기를 기다리다 그냥 돌아선 적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