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 미제라블

그 자리에서 열린 재판

바리케이드 2, 1분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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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시장 근처, 생드니 거리에서 들어가는 좁은 골목 가운데 샹브르리 거리가 있었다. 들어갈수록 깔때기처럼 좁아지다가 끝이 높은 집들로 막혀 막다른 골목처럼 보이는 거리였다. 그 끝 모퉁이에 삼백 년 동안 대를 이어 온 술집 코랭트가 있었다.

옛 주인 위셸루 영감은 잉어 요리 하나로 이름을 날렸다. 그가 맞춤법을 제멋대로 써서 벽에 그려 둔 간판은 비바람에 글자 둘이 지워져 라틴어 경구처럼 읽히게 되었다. 그랑테르가 그 간판에 끌려 처음 들어왔다가 잉어 맛에 다시 왔다. 그 뒤로 코랭트는 ABC의 벗들이 모이는 곳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영감이 죽은 뒤로 요리는 형편없어졌지만 친구들은 의리로 계속 드나들었다.

1832년 6월 5일 아침 아홉 시, 보쉬에와 졸리가 코랭트에 아침을 먹으러 왔다. 둘은 굴과 치즈와 햄을 시켰다. 곧 계단 구멍으로 머리 하나가 쑥 올라왔다. 지나가다 브리 치즈 냄새가 나서 들어왔다는 그랑테르였다. 하녀가 그를 보더니 포도주 두 병을 탁자에 올렸다.

코랭트의 아침

그랑테르는 먹는 대신 마시기부터 했다. 그는 썩은 굴을 하나 삼켰다며 인류가 싫어졌다고 투덜댔다. 그러고는 사랑과 신과 혁명과 세상을 차례로 비웃는 긴 연설을 늘어놓았다. 어디 또 혁명이 일어난다고? 하느님도 참 수단이 궁하시군. 그가 기침을 하며 연설을 마치자 졸리가 코맹맹이 소리로 마리우스가 사랑에 빠졌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때 계단 구멍으로 열 살도 안 된 꼬마가 올라왔다. 비에 젖은 누더기에 머리가 덥수룩한 꼬마는 셋 가운데 보쉬에에게 곧장 다가갔다. 대로에서 키 큰 금발 형이 시켰는데, 위셸루 할멈네 가서 보쉬에 씨에게 에이, 비, 시라고 전하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보쉬에가 졸리와 그랑테르에게 10수씩 빌려 꼬마에게 20수를 주었다. 꼬마는 가브로슈의 친구 나베라고 자기를 밝히고 장례 행렬로 뛰어갔다.

에이, 비, 시는 라마르크 장군의 장례식이라는 뜻이었다. 키 큰 금발은 앙졸라였다. 비가 오고 감기 기운이 있던 졸리도, 장례식보다 아침밥이 낫다는 그랑테르도 가지 않겠다고 했다. 장례식은 놓쳐도 폭동은 놓치지 않을 거라며 보쉬에도 남았다.

그랑테르는 쓸쓸하게 마셨다. 앙졸라가 나를 무시해. 졸리는 아프고 그랑테르는 취했다면서 보쉬에한테만 꼬마를 보냈어. 나를 데리러 왔으면 따라갔을 텐데. 오후 두 시쯤 탁자는 빈 병으로 덮였고, 그랑테르는 포도주를 지나 독주에 압생트를 섞어 마시고 있었다.

여기가 좋다

비를 맞으며 열린 창턱에 앉아 있던 보쉬에가 등 뒤에서 무기를 들라는 외침을 들었다. 돌아보니 생드니 거리 끝으로 무리가 지나가고 있었다. 사냥총을 든 앙졸라, 권총을 든 가브로슈, 칼을 든 푀이와 쿠르페락,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무장한 사람들이었다.

보쉬에가 두 손을 모아 쿠르페락을 불렀다. 어디 가느냐는 물음에 쿠르페락은 바리케이드를 쌓으러 간다고 답했다.

그럼 여기다, 여기가 좋아, 여기 쌓아!

쿠르페락이 정말 그렇다며 손짓하자 무리가 샹브르리 거리로 몰려들었다.

정말 좋은 자리였다. 입구는 넓고 끝은 좁았으며, 몽데투르 골목은 양쪽에서 쉽게 막을 수 있었다. 들어올 길은 생드니 거리 쪽 정면 하나뿐이었다. 술 취한 보쉬에가 맨정신의 한니발 같은 눈을 가졌던 셈이다.

몇 분 만에 술집 진열창의 쇠창살 스무 개가 뽑히고 거리의 포석이 걷혔다. 가브로슈와 바오렐은 지나가던 석회 장수의 수레를 넘어뜨려 석회 통 셋을 얻었다. 앙졸라는 지하실 문을 열어 술집의 빈 통들을 굴려 냈다. 지나가던 승합마차에서는 승객들을 정중히 내리게 한 뒤 말을 풀어 보내고 차를 옆으로 눕혔다. 곧 거리의 절반이 사람 키보다 높은 벽으로 막혔다. 위층으로 피한 위셸루 부인은 세상이 끝났다고 중얼거렸다.

그랑테르의 잠

그랑테르는 취기의 꼭대기에 올라 있었다. 그는 뚱뚱한 하녀의 허리를 붙잡고 창가에서 웃음을 터뜨리며 큰소리를 쳤다. 우리가 정부를 뒤엎을 거야, 하긴 나한테는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바리케이드 꼭대기에 총을 들고 서 있던 앙졸라가 엄한 얼굴을 들었다.

그랑테르, 나가서 술이나 깨. 여기는 도취가 있을 자리지 술주정이 있을 자리가 아니니, 바리케이드를 더럽히지 마!

그 말이 찬물처럼 그랑테르의 얼굴에 끼얹혔다. 그는 갑자기 술이 깬 듯 창가 탁자에 앉아 팔꿈치를 괴고, 말할 수 없이 부드러운 눈으로 앙졸라를 보았다.

내가 너를 믿는 거 알지.

가.

여기서 자게 해 줘.

다른 데 가서 자!

여기서 자게 해 줘, 내가 여기서 죽을 때까지.

앙졸라가 경멸하는 눈으로 그를 보았다. 그랑테르, 너는 믿을 줄도, 생각할 줄도, 원할 줄도, 살 줄도, 죽을 줄도 모르는 놈이야.

두고 봐, 하고 그랑테르가 진지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는 알아듣기 힘든 말을 몇 마디 더 웅얼거리다가 머리를 탁자에 떨구고 곧 잠들었다.

어른 몫이 먼저다

비가 그치고 사람들이 더 모여들었다. 일꾼들이 작업복 밑에 화약 한 통과 황산 병과 횃불을 숨겨 왔다. 앙졸라와 콩브페르와 쿠르페락이 모든 일을 지휘했다. 큰 바리케이드가 샹브르리 거리를, 작은 바리케이드가 몽데투르 골목을 막아 둘이 술집을 등지고 직각을 이루었다. 일하는 사람은 쉰 명쯤, 그중 서른 명가량이 총을 들었다. 서로 이름도 모르면서 그들은 형제처럼 일했다.

가브로슈는 사방을 날아다니며 모두를 부추겼다. 포석 더, 통 더, 유리문도 넣어요, 기어오르는 국민방위군 발바닥을 베 줄 거예요!

그런데 그는 공이치기 없는 권총 때문에 화가 나 있었다. 그는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총을 달라고, 왜 자기한테는 총을 안 주느냐고 따졌다.

네가 총을, 하고 콩브페르가 웃자 가브로슈는 1830년엔 자기도 하나 있었다고 받아쳤다. 앙졸라가 어깨를 으쓱했다.

어른들한테 돌아갈 만큼 있으면 그때 아이들한테도 주마.

가브로슈가 고개를 쳐들고 말했다. 네가 나보다 먼저 죽으면 네 걸 가질게.

바리케이드가 다 서자 쿠르페락이 탁자에 올라가, 하숙집에서 들고 온 큰 상자를 열었다. 탄약이 가득 들어 있었다. 가장 용감한 사람들 사이에도 잠깐 정적이 흘렀다. 저마다 서른 발씩을 받아 엄숙하게 총을 장전했다. 횃불 하나가 돌로 쌓은 칸 안에서 붉은 깃발만 비추었다. 몇몇은 구석에 모여 장 프루베르가 읊는 옛 사랑의 시를 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기다렸다.

생쥐가 고양이를 잡았다

밤이 깊어도 아무것도 오지 않았다. 쉰 명이 육만 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앙졸라는 아래층에서 탄약을 만들던 가브로슈를 찾아갔다. 그때 가브로슈는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비예트 거리에서 무리에 끼어든 그 키 큰 사내가 방금 들어와 가장 어두운 탁자에 총을 세우고 앉았다. 가브로슈는 그 사내 주위를 발끝으로 맴돌며 얼굴을 찡그렸다. 설마, 아니야, 맞아, 아니야. 그 표정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앙졸라가 그에게 말했다. 너는 작아서 아무도 못 볼 거다. 바리케이드 밖으로 나가 집들을 따라 살금살금 돌아보고, 무슨 일이 있는지 알려 다오.

작은 것도 쓸모가 있긴 하네요! 가브로슈가 목소리를 낮추고 그 사내를 턱으로 가리켰다. 저 큰 사람 보이죠? 경찰 첩자예요. 보름도 안 됐어요, 퐁루아얄 다리 난간에서 바람 쐬던 나를 귀를 잡아 끌어내렸어요.

앙졸라가 부두 일꾼 넷을 불러 사내의 등 뒤에 세우고 다가가 물었다. 당신은 누구요?

사내는 앙졸라의 맑은 눈 속을 들여다보더니 더할 수 없이 경멸하는 미소를 지었다. 무슨 일인지 알겠군, 그렇소.

첩자요?

나는 공권력의 사람이오.

이름은?

자베르.

눈 깜짝할 새에 그는 붙잡혀 넘어지고 묶이고 뒤져졌다. 둥근 신분증이 나왔다. 경찰 감독관 자베르, 쉰두 살. 경찰청장이 손수 쓴 명령서도 나왔다. 정치 임무를 마치면 이에나 다리 근처 센강 둑에 강도들이 드나드는지 살피라는 것이었다. 그들은 그의 시계와 금화 몇 닢이 든 지갑은 돌려주고, 그를 아래층 한가운데 옛 간판 기둥에 묶었다.

가브로슈가 다가가 말했다. 생쥐가 고양이를 잡았네.

자베르는 한 번도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그는 몸을 꼼짝할 수 없을 만큼 밧줄에 감긴 채 고개를 들고 있었다. 앙졸라가 그에게 말했다. 당신은 바리케이드가 무너지기 2분 전에 총살될 거요.

왜 지금 당장은 안 하오?

화약을 아끼는 거요.

그럼 칼로 단번에 끝내시오.

첩자 양반, 우리는 재판관이지 살인자가 아니오.

가브로슈는 정찰을 나가며 자베르의 총은 자기 몫으로 해 달라고 했다. 그는 경례를 붙이고 바리케이드 틈으로 빠져나갔다.

문을 열지 않은 문지기

가브로슈가 떠나고 얼마 안 되어 일이 났다. 무리에 섞여 들어온 사람 가운데 르 카뷕이라 불리는 사내가 있었다. 아는 척하는 사람들도 실은 아무도 그를 몰랐다. 몹시 취한, 또는 취한 척하는 그는 바리케이드 안쪽 끝의 오 층짜리 높은 집을 한참 바라보다가 외쳤다. 저 집 창에서 쏘면 아무도 이 거리에 못 들어온다!

그 집은 잠겨 있었다. 르 카뷕은 문을 두드렸다. 대답이 없자 총 개머리판으로 문을 내리쳤다. 쇠를 덧댄 참나무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마침내 4층의 작은 창에 촛불이 켜지고 머리가 하얀 늙은 문지기가 겁에 질린 얼굴을 내밀었다.

여러분, 무슨 일이십니까?

문 열어!

그건 안 됩니다.

르 카뷕이 총을 들어 문지기를 겨누었다. 아래는 캄캄해서 문지기는 그것을 보지 못했다.

열 거냐 말 거냐?

안 됩니다.

안 된다고?

안 된다니까요, 여러분.

문지기는 말을 맺지 못했다. 총알이 턱 밑으로 들어가 목덜미로 빠져나갔다. 노인은 한숨도 없이 쓰러졌다. 촛불이 떨어져 꺼지고, 창턱에 걸린 꼼짝 않는 머리 하나와 지붕 쪽으로 올라가는 흰 연기만 남았다.

됐다, 하고 르 카뷕이 개머리판을 바닥에 내렸다.

1분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독수리 발톱 같은 손이 그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무릎 꿇어.

돌아보니 하얗고 차가운 얼굴의 앙졸라가 권총을 들고 서 있었다. 총소리를 듣고 달려온 것이었다. 앙졸라는 왼손으로 르 카뷕의 옷깃과 셔츠와 멜빵을 한꺼번에 움켜쥐었다. 무릎 꿇어.

스무 살의 가냘픈 청년이 다부진 짐꾼을 갈대처럼 꺾어 진흙에 무릎 꿇렸다. 르 카뷕은 버티려 했지만 사람의 힘이 아닌 손에 붙들린 것 같았다. 바리케이드 사람들이 모두 달려와 멀찍이 둥글게 섰다. 아무도 말을 꺼낼 수 없었다.

르 카뷕은 더는 버티지 않고 온몸을 떨었다. 앙졸라가 그를 놓고 시계를 꺼냈다.

마음을 가다듬어라, 기도하든 생각하든 해라. 1분이다.

살려 주십시오, 하고 살인자가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고개를 숙이고 알아들을 수 없는 욕설을 웅얼거렸다.

앙졸라는 시계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1분이 지나자 그는 시계를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무릎에 매달려 울부짖는 르 카뷕의 머리채를 잡고 귀에 권총을 댔다. 겁 없이 이 싸움에 들어온 사람들 가운데 여럿이 고개를 돌렸다.

총성이 울리고 살인자가 이마부터 포석에 쓰러졌다. 앙졸라는 몸을 펴고 굳은 얼굴로 둘레를 둘러보았다. 그러고는 발로 시체를 밀며 말했다.

이걸 밖에 내다 버려라.

세 사람이 시체를 들어 작은 바리케이드 너머 몽데투르 골목에 던졌다.

나도 나를 심판했다

앙졸라는 한동안 생각에 잠겨 서 있다가 목소리를 높였다. 모두 입을 다물었다.

“Citoyens, ce que cet homme a fait est effroyable et ce que j’ai fait est horrible.” 시민 여러분, 저 사람이 한 일은 끔찍하고, 내가 한 일은 소름 끼치는 일이오. (4부 12권 8장)

그는 죽였기 때문에 내가 죽였소. 봉기에는 규율이 있어야 하니 그래야 했소. 여기서 살인은 다른 어디서보다 더 큰 죄요. 우리 싸움이 모욕당하게 둘 수는 없소. 그래서 나는 저 사람을 재판하고 사형을 선고했소. 그리고 그렇게 해야 했지만 그 일을 몹시 싫어하는 나 자신도 재판했소. 내가 나에게 무슨 벌을 내렸는지 곧 보게 될 거요.

듣던 사람들이 몸을 떨었다. 우리도 네 몫을 함께 지겠다, 하고 콩브페르가 외쳤다.

좋다, 하고 앙졸라가 답하고 말을 이었다. 이 사람을 처형하면서 나는 필연에 따랐소. 그러나 필연은 낡은 세상의 괴물이오. 앞으로 오는 날에는 아무도 누구를 죽이지 않을 것이오. 그날이 오게 하려고 우리는 죽으러 가는 거요.

그는 입을 다물고 피를 흘린 그 자리에 대리석처럼 꼼짝 않고 서 있었다. 장 프루베르와 콩브페르가 말없이 손을 맞잡고, 바리케이드 모퉁이에서 서로 기대어 그를 바라보았다.

싸움이 끝난 뒤 시체들이 시체 안치소로 옮겨져 뒤져졌을 때, 르 카뷕의 몸에서 경찰 첩자의 신분증이 나왔다. 경찰 안에는 그가 실은 고르보 집의 함정 뒤 사라진 강도 클라크수였다는 말이 전해진다. 실제로 르 카뷕이 죽은 뒤로 클라크수의 이름은 다시 들리지 않았다.

모두가 아직 그 일에서 헤어나지 못했을 때였다. 쿠르페락은 바리케이드 안에서 아침에 자기 집에서 마리우스를 찾던 그 젊은이를 다시 보았다. 그 젊은이는 밤이 되어 무리에 합류해 있었다.

오늘, 기둥에 묶인 사람과 포석에 쓰러진 사람

그날 밤 샹브르리 거리의 바리케이드에서는 재판이 두 번 열렸다.

한 번은 기둥에 묶인 경찰 감독관에게 내린 선고였다. 앙졸라는 그를 바로 죽이지 않고 바리케이드가 무너지기 2분 전으로 날을 정했다. 다른 한 번은 늙은 문지기를 쏜 르 카뷕에게 내린 선고였다. 그 재판은 1분 만에 끝났다.

두 재판의 재판관은 같은 사람이었다. 그는 자기도 심판했다고 말했고, 그 벌이 무엇인지는 아직 말하지 않았다. 그날 오후 그는 술 취한 그랑테르에게 너는 믿을 줄도 죽을 줄도 모른다고 했고, 그랑테르는 두고 보라고 했다. 그리고 가장 작은 아이가 가장 먼저 첩자를 알아보았다.

어른들이 너는 아직 작아서 안 된다고 한 일을 해낸 적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