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

돌에서 태어난 원숭이

태어남 1, 화과산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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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건너 동쪽에 화과산이라는 산이 있었고, 그 봉우리에는 하늘과 땅이 갈라지던 날부터 돌 하나가 얹혀 있었다.

돌은 오랫동안 해와 달의 빛을 받아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돌이 쩍 갈라지더니, 안에서 둥근 알 하나가 굴러 나왔다.

바람이 알을 한 번 스치자 알이 깨졌다. 돌원숭이 한 마리가 걸어 나왔고, 두 눈에서 금빛 두 줄기가 하늘까지 뻗었다.

돌이 낳은 알

그 빛이 하늘의 궁궐까지 닿았다. 옥황상제가 저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신하들이 내려다보고 와서 아뢰었다.

“화과산의 돌이 원숭이를 낳았습니다.” 옥황상제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천지가 낳은 것이면 그냥 두어라.”

돌원숭이에게는 부모가 없었다. 누구도 그 무엇도 가르치지 않았는데, 그런데도 걷고 뛰고 열매를 따 먹었다.

폭포 뒤의 집

산에는 원숭이 무리가 살고 있었다. 더운 날이면 다 같이 냇물에 몸을 담갔는데, 냇물 위쪽에는 큰 폭포가 하나 걸려 있었다.

누군가 말했다. “저 물줄기를 뚫고 들어가 나오는 자를 왕으로 삼자.”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돌원숭이가 눈을 감고 뛰어들었다. 물인 줄 알았는데 물이 없었고, 폭포 뒤에는 너른 돌집이 있었다.

돌 침상과 돌 걸상과 돌 그릇까지 갖춰져 있었다. 문 위에는 수렴동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어서, 그는 곧장 나와 무리를 전부 데리고 들어왔다.

그날부터 그가 왕이 되었다. 원숭이들은 그를 미후왕이라 불렀으니, 아름다운 원숭이 왕이라는 뜻이다.

잔치 한복판에서 운 왕

그렇게 삼백 년이 흘렀다. 왕에게는 걱정이 없었고, 먹을 것이 넉넉해 무리도 따랐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잔치가 벌어졌다. 다들 노래하고 춤을 추었는데, 그러다 왕이 갑자기 눈물을 터뜨렸다.

원숭이들이 놀라 몰려들었다. “무엇이 부족하십니까.” 왕이 대답했다.

“오늘은 즐겁다. 그러나 언젠가 늙는다. 늙으면 죽고, 죽으면 염라의 장부에 이름이 오른다. 그 생각을 하면 오늘이 하나도 즐겁지 않다.”

잔치가 조용해졌다.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으니, 모두 같은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뗏목 하나로 바다에 나서다

늙은 원숭이 하나가 앞으로 나왔다. “죽지 않는 이가 셋 있다고 들었습니다.” 부처와 신선과 성인이라 했다.

“그들만이 염라의 장부에 오르지 않습니다.” 왕이 물었다. “그들은 어디 있느냐.”

“바다 건너 먼 산에 있다고 합니다.” 왕은 그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일 떠나겠다.”

이튿날 그는 소나무를 베어 뗏목을 엮었다. 대나무 하나를 잘라 삿대로 삼았고, 가진 것이 다 있는 왕이 홀로 바다로 나섰다.

오늘, 다 가진 뒤에 오는 물음

이 이야기에는 이상한 데가 있다. 보통 주인공은 없어서 떠나는데, 이 원숭이는 다 있는데도 떠난다.

산도 그의 것이고 무리도 그의 것이었다. 빼앗기거나 쫓겨난 것도 아니었는데, 그런데 잔치 한복판에서 그는 울었다.

그가 무서워한 것은 적이 아니었다. 아무리 힘이 세도 이길 수 없는 것이었으니, 그 두려움이 나중에 그를 아주 멀리 데려간다.

우리도 비슷한 것을 만난다. 바라던 것을 다 이룬 다음 날 방이 이상하게 텅 비어 보인다. 그럴 때 사람은 새 목표를 찾거나, 처음으로 진짜 물음을 던진다.

돌원숭이는 물음 쪽을 골랐다. 뗏목 하나가 바다에 뜬 것이 그 답이니, 서쪽으로 가는 십사 년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