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없던 자리
맨 처음, 카오스가 있었다. 카오스는 ‘텅 빈 틈’이라는 뜻이다. 하늘도 땅도, 바다도 아직 없었다.
그 빈자리에서 가장 먼저 무언가가 나타났다. 넓은 가슴을 가진 땅, 가이아였다. 가이아는 모든 것이 발 디딜 단단한 바닥이 되었다.
땅이 하늘을 낳다
가이아는 혼자서 하늘을 낳았다. 별이 가득한 하늘, 우라노스였다. 우라노스는 사방에서 가이아를 감쌌다.
이렇게 땅과 하늘이 처음으로 짝이 되었다. 가이아는 높은 산과 넓은 바다도 낳았다. 세상의 큰 모습이 하나씩 자리를 잡았다.
첫 자식들
가이아와 우라노스 사이에서 자식이 태어났다. 힘세고 거대한 티탄들이었다. 크로노스는 그중 막내였다.
외눈박이 거인 키클로페스도 태어났다. 팔이 백 개나 달린 거인도 태어났다. 세상은 처음으로 시끌벅적한 가족을 갖게 되었다.
자식을 미워한 아버지
그런데 우라노스는 자식들을 사랑하지 않았다. 오히려 두려워했다. 자식들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다.
우라노스는 자식이 태어나는 족족 땅속 깊이 가두었다. 가이아의 몸속은 갇힌 자식들로 가득 찼다. 어머니 가이아는 아파하며 신음했다.
오늘, 시작을 생각한다
그리스 사람들은 세상이 텅 빈 틈에서 시작됐다고 믿었다. 그 틈에서 땅이 나오고, 하늘이 나오고, 처음의 가족이 태어났다.
모든 이야기에는 시작이 있다. 그리고 시작에는 늘 그 다음이 숨어 있다. 땅속에 갇힌 자식들은, 과연 그대로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