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야화

같은 이름의 두 사람

바다 1, 짐꾼과 뱃사람

읽는 시간 8분 · 무료 공개

Read in English ↗

학습 진도 0/100%

원문 읽기

바그다드의 한낮은 서 있기도 어려울 만큼 뜨거웠다. 짐꾼 하나가 무거운 짐을 지고 그 길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신드바드였다.

그는 큰 집의 대문 앞에 짐을 내려놓고 그늘에 앉았다. 담 안에서 좋은 냄새가 흘러나오고 악기 소리가 들렸다. 그는 눈을 감고 혼잣말을 했다.

같은 도시에 사는데 누구는 문 안에 있고 누구는 문 밖에 있다는 말이었다. 원망이라기보다 답을 모르겠다는 물음에 가까웠다.

문이 열리다

안에서 사람이 나와 짐꾼을 부른다. 집주인이 방금 그 말을 들었으니 들어오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짐꾼은 겁이 났지만 짐을 문간에 두고 따라 들어간다.

넓은 방에 사람들이 둘러앉아 있고 상이 차려져 있었다. 가운데 앉은 노인이 그를 가까이 오게 하고 먹을 것을 먼저 내준다. 다 먹기를 기다린 뒤에야 이름을 물었다.

짐꾼이 자기 이름을 말하자 방 안이 조용해진다. 노인은 웃으면서 자기 이름도 신드바드라고 답했다. 한 사람은 짐꾼 신드바드이고 다른 한 사람은 뱃사람 신드바드였다.

문 앞에서 한 말

뱃사람은 문 앞에서 한 말을 그대로 들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 말을 나무라지는 않는다. 자기도 예전에는 그 문 밖에 있던 사람이라고 했다.

짐꾼은 이 자리가 불편했다. 남의 집에서 남의 음식을 먹으며 자기 처지를 들킨 셈이었다. 그런데 뱃사람이 꺼낸 말은 위로가 아니었다.

그는 짐꾼에게 자기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청한다. 이 재물이 어떻게 왔는지 알고 나서 판단해 달라는 것이었다. 듣는 쪽이 아니라 말하는 쪽이 부탁을 하고 있었다.

값을 치르고 얻은 것

뱃사람은 물려받은 재산을 다 써 버린 사람이었다고 말한다. 남은 것을 팔아 배를 탄 것이 시작이었다. 그 뒤로 그는 일곱 번 바다에 나갔다.

일곱 번 중에 편안했던 항해는 하나도 없었다. 배가 부서지고 사람들이 흩어지고 혼자 남는 일이 되풀이됐다. 같이 떠난 사람이 다 돌아온 항해도 없었다.

짐꾼이 문 앞에서 본 것은 담과 냄새와 악기 소리였다. 그 안의 사람이 몇 번 죽을 뻔했는지는 문 밖에서 보이지 않는다. 밖에서 보이는 것은 언제나 결과 쪽이다.

이레 동안의 이야기

뱃사람은 항해 하나에 하루씩 이레 동안 이야기하겠다고 한다. 짐꾼에게는 날마다 다시 오라고 했다. 그리고 돌아갈 때마다 금화를 들려 보낸다.

이 자리에는 이상한 것이 하나 있다. 이야기를 하는 쪽이 듣는 쪽에게 값을 치르고 있는데, 듣는 사람이 없으면 그 일곱 번은 아무 데도 남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야기가 한 겹 더 깊어진다. 셰에라자드가 왕에게 하는 이야기 안에서 뱃사람이 짐꾼에게 이야기를 한다. 1부에서는 어부가 마신에게 했고, 이번에는 말하는 사람이 또 바뀐다.

오늘, 결과만 보이는 자리

우리는 대개 남의 결과를 먼저 본다. 집과 자리와 숫자는 밖에서도 보이지만 그 앞의 시간은 안 보인다. 문 앞에 선 사람이 볼 수 있는 것은 담까지다.

그렇다고 짐꾼의 물음이 틀린 것은 아니다. 같은 도시에서 누구는 문 안에 있고 누구는 문 밖에 있다. 그 차이를 전부 노력으로 설명하면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이 지워진다.

이 편은 답을 정해 주지 않는다. 다만 뱃사람은 자기 재물을 자랑하는 대신 이야기를 꺼냈다. 문 안의 사람이 문 밖의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일 하나가 그것이다.

다음 편부터 그 일곱 번이 하나씩 나온다. 첫 항해에서 그는 초록빛 섬 하나에 배를 대고 내린다. 그런데 그것은 섬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