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서두르면 이르지 못한다

다스림 6, 무욕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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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 하나가 고을의 읍장이 되었다. 부임을 앞두고 그는 스승에게 정치를 묻는다.

돌아온 답은 두 가지를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빨리 하려 하지 말고, 작은 이익을 보지 말라.

무엇을 하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지방관이 된 제자

자로편 열일곱 번째 장은 상황부터 적는다. 자하위거보재(子夏為莒父宰), 자하가 거보의 읍장이 되었다는 여섯 자다.

거보는 노나라의 읍이다. 나라 전체가 아니라 한 고을이고, 재(宰)는 그곳의 행정을 실제로 굴리는 자리다.

자하는 앞 부에서 시 한 구절을 묻다가 예가 뒤라는 결론에 스스로 닿았던 제자다. 문헌과 시에 밝았다는 평을 받은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이제 글이 아니라 사람을 다루는 자리로 간다.

문정(問政) 두 자가 그 자리에서 나온다.

두 가지를 하지 말라

답의 앞머리는 금지 둘이다.

無欲速 無見小利

무욕속 무견소리

빨리 하려 하지 말고, 작은 이익을 보지 말라. (자로 17)

무욕속(無欲速)이 석 자, 무견소리(無見小利)가 넉 자다. 둘 다 무(無)로 시작한다. 앞의 것은 마음의 속도를 가리키고 뒤의 것은 시선의 방향을 가리킨다.

빨리 하고 싶은 마음과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 둘 다 부임하는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들이다.

그러니까 이 답은 하지 말아야 할 잘못을 짚은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앉으면 저절로 생기는 것을 짚었다.

이르지 못한다는 말

그다음에 각각의 이유가 붙는다.

欲速則不達 見小利則大事不成

욕속즉부달 견소리즉대사불성

빨리 하려 하면 이르지 못하고, 작은 이익을 보면 큰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로 17)

앞 구가 다섯 자이고 뒤 구가 여덟 자다.

여기서 달(達)이라는 글자를 눈여겨볼 만하다. 이룬다는 뜻의 성(成)과 다른 글자이고, 이른다 또는 닿는다에 가깝다.

그러면 뜻이 달라진다. 서두른 일이 끝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라, 끝나기는 하는데 가려던 곳에 닿지 못한다는 말이 된다. 일은 마무리되었고 보고도 올라갔는데 원래 하려던 것은 그 자리에 없는 상태다.

이 문장이 그리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어긋남이다.

작은 이익이라는 것

뒤 구의 소리(小利)는 작은 이익이다. 눈앞에서 바로 거둘 수 있는 것을 가리킨다.

이 문장은 작은 이익이 나쁘다고 말하지 않는다. 견(見), 곧 그것을 보고 있으면 큰 쪽이 안 보인다고 말한다.

문제는 크기가 아니라 시선인 셈이다. 작은 것은 가깝고 확실하며 금방 돌아오기 때문에 그쪽을 보는 일이 언제나 더 쉽다.

큰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뒤에 붙은 것은 불성(不成)이다. 앞 구에서 이르지 못한다고 한 것과 달리 여기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두 글자가 갈라져 있다는 점이 이 문장의 짜임을 보여 준다. 서두르는 쪽은 도착의 문제이고 작은 이익 쪽은 완성의 문제다.

빨리 가면 엉뚱한 데 닿고, 가까운 것을 보고 있으면 큰 것은 시작조차 되지 않는다.

하라는 말은 없다

부임을 앞둔 사람에게 준 말인데 무엇을 하라는 항목이 하나도 없다.

사람을 어떻게 쓰라거나 세금을 어떻게 하라거나 하는 말이 나올 법한 자리다. 대신 나온 것은 하지 말라는 두 가지와 그 이유뿐이다.

이 형식은 이 책에서 드문 편은 아니다. 다만 실무를 맡으러 가는 사람 앞에서 나왔다는 점이 눈에 띈다.

왜 이 제자였나

같은 물음에 사람마다 다른 답이 돌아오는 것이 이 책의 방식이다. 그러면 이 답이 왜 이 제자에게 갔는지도 물어볼 만하다.

원전은 그 이유를 적지 않았다. 자하가 서두르는 사람이었는지, 아니면 처음 자리를 맡는 사람이면 누구나 듣게 될 말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 답이 그의 성품에 대한 판정이 아니라 그가 앉게 될 자리에 대한 말로 읽히기는 한다. 새 자리에 앉으면 무엇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지를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빨리 하려 할 때

새로 자리를 맡으면 무엇을 먼저 보여 줄지부터 정하게 된다. 눈에 띄는 성과가 빨리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장이 짚는 것은 그 속도가 일을 못 끝내게 만든다는 것이 아니다. 끝난 일이 가려던 곳과 다른 데에 있게 된다는 것이다.

작은 이익 쪽도 같다. 작아서 나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보고 있는 동안 큰 쪽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두 문장은 게으르게 하라는 말이 아니다. 속도와 시선을 바꾸라는 말이고, 무엇을 할지는 그 사람이 정할 몫으로 남겨 둔다.

최근에 빨리 끝낸 일 가운데 가려던 곳과 다른 데에 닿은 것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