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가 적지 않은 것을 모은 책,
그 안에서 고른 마흔다섯 편
기록이라기보다
붙잡아 두는 일에 가깝다.
일연이 이 책을 모은 것은 고려가 몽골의 침략을 겪은 뒤입니다. 황룡사 구층탑은 그 겨울에 이미 타 없어졌는데, 그는 없어진 탑의 높이와 아홉 층에 붙었던 이름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적었습니다.
이 책의 이름 유사(遺事)는 빠진 일이라는 뜻입니다.
같은 밤에 두 집의 문을 두드렸다
늦은 밤 한 사람이 산속 두 암자를 차례로 찾아옵니다. 한쪽은 절은 깨끗함을 지키는 곳이라며 문을 닫았고, 다른 쪽은 깊은 산에 밤이 어두우니 소홀히 대할 수 없다며 들였습니다.
문을 닫은 사람도 규칙을 지킨 것이다
규칙은 대개 흔한 경우를 위해 만들어집니다. 이 편이 붙드는 자리는 누가 옳았느냐가 아니라 그 밤에는 그것이 드문 경우인지 알 방법이 없었다는 쪽입니다.
일연이 이 책의 맨 앞에 놓은 것은 단군입니다. 정사가 비워 둔 자리에서 시작합니다.
목을 벤 자리에서 흰 피가 솟았다고 기록은 적습니다. 믿음이 나라에 들어오던 날입니다.
확인되지 않는 것을 지우지 않은 손을 봅니다. 시리즈가 무엇을 다루는지 한 편으로 보여 줍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인데, 축은 그 장면이 아니라 물러난 사람의 판단입니다.
이 넷을 포함해 여덟 편이 무료로 열려 있습니다.
불국사와 석굴암은 오늘도 그 자리에 있습니다. 황룡사 구층탑은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탑이 몇 층이었고 각 층에 어느 나라 이름이 붙었는지까지 압니다.
향가는 표기가 남고 소리가 남지 않았습니다. 절 하나는 누가 언제 세웠는지가 이 책 안에서도 갈립니다. 마지막 편이 묻는 것은 우리가 물려받은 것이 남은 물건인가, 그것을 두고 해 온 이야기인가입니다.
마지막 편에서 지나온 마흔네 편이 오늘 무엇으로 남았는지를 셉니다.
이 세 가지를 아이와, 또는 혼자서 물어보는 마흔다섯 번이 삼국유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