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 PRINCIPE · MACHIAVELLI · MDXIII
1513년, 자리에서 쫓겨난 피렌체의 외교관이 쓴 스물여섯 장짜리 권력 보고서입니다. 나라를 어떻게 얻고, 어떻게 지키고, 운이 등을 돌릴 때 무엇을 하는지를 그가 직접 본 군주들의 성패로 따집니다.
«…tanto discosto da come si vive, a come si doveria vivere»
사람이 실제로 사는 모습과 마땅히 살아야 할 모습은 그만큼 멀리 떨어져 있다.
마키아벨리즘이라는 말은 누구나 압니다. 그런데 스물여섯 장 어디에도 저 문장은 없습니다. 책이 실제로 하는 말은 더 좁고, 그래서 더 불편합니다.
따져 물을 법정이 없는 군주의 행동은 결국 결과로 평가받는다는 관찰입니다. 수단을 허락한다는 선언이 아닙니다.
필요할 때 한 번에 몰아서 하고 다시 되풀이하지 않으면 자리가 선다. 조금씩 오래 끌면 미움만 쌓인다고 그는 계산합니다.
어디서나 선하게만 굴려는 사람은 무너진다. 그러니 군주는 선하지 않을 줄도 알고, 그것을 필요에 따라 쓸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편마다 이탈리아어 원문 한 줄을 우리말, 장 번호와 나란히 싣습니다. 통념이 아니라 원문이 기준입니다.
현행 한국어 번역본을 참조하지 않습니다. 퍼블릭 도메인 원전에서 직접 옮깁니다.
편마다 그가 단언만 하고 근거를 대지 않은 자리를 하나 골라 붙듭니다.
마키아벨리는 피렌체 공화국에서 열네 해 동안 외교와 군사를 맡았습니다. 메디치 가문이 돌아오자 자리를 잃고 감옥까지 다녀온 뒤, 시골 농장에서 자기가 직접 만난 군주들을 떠올리며 이 책을 썼습니다. 메디치가의 로렌초에게 바치는 헌사를 붙였습니다.
사절로 몇 달을 곁에서 지켜본 사람. 책이 가장 긴 지면을 내준 군주입니다.
이탈리아를 얻고도 잃은 왕. 그가 저지른 실수 다섯을 하나씩 셉니다.
무엇이든 과감하게 밀어붙였고, 시대가 그 방식과 맞아 늘 성공했습니다.
누구에게도 묻지 않다가, 정한 일을 번번이 뒤집은 군주의 예로 나옵니다.
De Principatibus, 곧 「군주국에 대하여」. 스물여섯 장짜리 짧은 책입니다.
메디치가의 로렌초에게 바쳤습니다. 다시 일자리를 얻으려는 뜻도 있었습니다.
인쇄되고 스물일곱 해 뒤 교황청의 금서 목록에 오릅니다.
나라를 어떻게 손에 넣는가. 물려받은 자리와 새로 얻은 자리는 지키는 법부터 다릅니다.
얻은 것을 어떻게 붙드는가. 잔인함, 군대, 관대함, 약속, 평판이 모두 계산 위에 오릅니다.
계산이 닿지 않는 절반은 어떻게 하는가. 마지막 장에서 목소리가 완전히 바뀝니다.
«Bisogna adunque essere volpe a cognoscere i lacci, e lione a sbigottire i lupi.»
그러니 덫을 알아보려면 여우가 되어야 하고, 늑대를 겁주려면 사자가 되어야 한다.
싸우는 방법은 둘이다. 법은 사람의 방법이고 힘은 짐승의 방법이다.
법만으로는 모자랄 때가 많으니 군주는 짐승의 방법도 쓸 줄 알아야 한다.
사자는 덫을 피하지 못하고, 여우는 늑대를 막지 못한다. 그래서 둘 다여야 한다.
약속하게 만든 이유가 사라지면 약속도 끝난다. 속이기만 한 교황 알렉산데르 6세는 늘 성공했다.
그는 사람들이 겉모습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입니다. 신의를 지키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 실제로 지키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이유가 사라졌다는 판단은 누가 내리는가. 약속을 깨려는 바로 그 사람이라면, 이 조건은 아무것도 막지 못합니다.
관대하다는 평판은 나라 곳간을 비운다. 인색하다는 말을 들을 각오를 하라.
사랑보다 두려움이 안전하다. 다만 미움으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
미움과 경멸만 피하면 음모는 두렵지 않다. 무료로 열려 있습니다.
«…è molto più sicuro l’esser temuto che amato, quando s’abbi a mancare dell’un de’ duoi.»
둘 가운데 하나를 놓아야 한다면, 사랑받기보다 두려움을 사는 쪽이 훨씬 안전하다.
잔인하다는 말을 들은 체사레는 로마냐를 평화롭게 만들었다. 잔인하다는 말을 피하려던 피렌체는 피스토이아가 무너지게 두었다.
여러 민족이 섞인 대군을 먼 땅에서 이끌면서도 반란 한 번 없었다. 그는 그 까닭을 한니발의 비정함에서 찾는다.
너그러웠던 스키피오의 군대는 에스파냐에서 반란을 일으켰다. 지나친 관대함이 규율을 무너뜨렸다고 본다.
그런데 두려움이 미움으로 넘어가는 선은 끝내 긋지 않습니다.
14편은 그 빈자리를 묻습니다.
이 책이 한 사람에게 가장 긴 지면을 내준 군주입니다. 마키아벨리는 그를 새 군주가 본받을 본보기로 세웁니다. 그런데 그 본보기는 결국 실패했습니다.
아버지인 교황 알렉산데르 6세와 프랑스 군대의 힘을 빌려 로마냐 지방을 손에 넣습니다.
거친 부하 레미로 데 오르코에게 로마냐를 맡겨 평정한 뒤, 원성이 쌓이자 그를 처형해 미움을 돌립니다. 등을 돌린 용병 대장들은 시니갈리아로 불러들여 없앱니다.
1503년 아버지가 죽던 때 그도 병상에 누워 있었습니다. 원한을 품은 율리우스 2세가 교황이 되도록 둔 것을 마키아벨리는 그의 유일한 실책으로 꼽습니다.
두 편이 묻는 것. 대비할 수 없는 한 수에 무너졌다면, 그의 방법은 옳았던 것인가.
빼앗은 영주들의 핏줄을 끊어 새 교황이 그들을 앞세우지 못하게 한다.
로마의 귀족들을 제 편으로 끌어들여 교황을 견제한다.
추기경단을 되도록 제 사람으로 채운다.
첫 공격을 혼자 버틸 만큼 땅을 넓혀 둔다. 그리고 넷째만 끝내지 못했다.
«…la fortuna sia arbitra della metà delle azioni nostre, ma che ancora ella ne lasci governare l’altra metà, o poco meno, a noi.»
운은 우리가 하는 일의 절반을 좌우하지만, 나머지 절반 가까이는 우리 손에 맡겨 둔다.
성난 강은 들판을 휩쓸지만, 물이 잔잔할 때 둑과 제방을 쌓아 두면 넘쳐도 피해가 줄어든다. 이탈리아는 둑 없는 들판이었다고 그는 말합니다.
신중함도 과감함도 시대와 맞으면 성공하고 어긋나면 실패한다. 율리우스 2세는 늘 과감했고, 시대가 그 방식과 맞아 언제나 이겼다.
나라를 잃은 이탈리아 군주들은 운을 탓하지만, 평온할 때 대비하지 않은 자기 게으름을 탓해야 한다고 그는 몰아붙입니다.
사람은 제 본성을 쉽게 바꾸지 못해서, 시대가 바뀌면 같은 방식으로 무너진다.
그러니 둘 중 하나라면 신중하기보다 과감한 편이 낫다.
19편은 이 결론이 정말 이기는 쪽인지 묻습니다.
감정을 빼고 사례를 늘어놓습니다. 성공한 자와 무너진 자를 나란히 세우고, 무엇이 둘을 갈랐는지 셉니다. 잔인함도 약속도 평판도 계산의 재료입니다.
마지막 장에서 그는 갑자기 격문을 씁니다. 이탈리아는 옛 이스라엘 백성이나 페르시아인, 아테네인보다 더 짓밟히고 흩어져 있으며, 이끌 사람도 질서도 없다고.
책을 바친 메디치 가문에게, 이탈리아를 이끌 사람이 되어 달라고 호소합니다. 자리를 잃은 저자가 새 주인에게 보내는 글이기도 합니다.
«Virtù contro al furore prenderà l’armi, e fia il combatter corto…»
용기가 광포에 맞서 무기를 들리니 싸움은 짧으리라. 그는 냉정한 분석을 페트라르카의 시로 닫습니다.
권력의 교본. 통치자에게 주는 냉정한 기술서로 읽습니다. 마키아벨리즘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숨은 경고. 루소는 군주에게 주는 척하며 인민에게 권력의 민낯을 보여 준 책이라고 읽었습니다.
정치학의 출발. 당위가 아니라 실제를 보는 눈. 근대 정치학이 여기서 시작됐다고 봅니다.
20편은 묻습니다. 앞의 열아홉 편을 쓴 사람과 같은 사람의 글인가.
그렇다면 그 냉정함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
세습 군주는 집안이 대대로 다스려 온 군주, 신생 군주는 자기 대에 처음 나라를 얻은 군주입니다.
마키아벨리는 세상의 나라를 어떻게 둘로 나누는가? 세습 군주가 자리를 지키기 쉬운 까닭으로 그가 든 것은?
세습 군주는 평범해도 자리를 지킨다고 그는 말합니다. 이 안정은 군주의 능력에서 올까요, 백성이 그냥 익숙해서일까요?
세상의 나라는 공화국 아니면 군주국이고, 군주국은 물려받은 나라와 새로 얻은 나라로 갈립니다.
물려받은 군주는 평범해도 자리를 지킨다. 두 번 공격받고도 버틴 페라라 공작가가 그 예입니다.
모세·키루스·로물루스·테세우스는 기회를 얻었을 뿐, 나라는 자기 힘으로 세웠습니다.
무기 없이 말로만 사람을 이끈 사보나롤라는 믿음이 식자 무너졌습니다.
귀족이 세운 군주와 인민이 세운 군주. 귀족은 누르려 하고 인민은 눌리지 않기만을 바랍니다.
그래서 인민을 벗으로 두라고 그는 권합니다. 스파르타의 나비스가 그 덕에 버텼습니다.
군주를 무너뜨리는 것은 미움과 경멸입니다. 재산을 빼앗으면 미움을, 우유부단하면 경멸을 삽니다.
인민이 우호적이면 음모는 대개 실패합니다. 인민이 곧 가장 튼튼한 방패입니다.
남의 나라를 삼킨 뒤 어떻게 다스리는가.
빌린 힘으로 오른 체사레 보르자의 성패.
스스로 설 힘, 남의 군대, 군주의 공부.
요새, 신하, 운명, 그리고 마지막 격문.
01 · 05 · 09 · 16편은 여섯 단계가 처음부터 끝까지 열려 있습니다.
모세 · 키루스 · 로물루스 · 테세우스 · 사보나롤라 · 루이 12세
체사레 보르자 · 교황 알렉산데르 6세 · 레미로 데 오르코 · 율리우스 2세
시칠리아의 아가토클레스 · 스파르타의 나비스 · 로마 황제들
황제 막시밀리안 1세 · 율리우스 2세 · 메디치 가문